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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메일 이야기 - 수신 거부 2001/10/18
msn 메신저를 켜놓고 일하다 보면, hotmail 계정으로 새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 메시지가 자주 뜨곤 한다.

사실 평소에 hotmail을 사용하는 때는 없고 단지 메신저를 쓰기 위해 등록한 편인 나는, 따라서 이 계정으로 메일을 보낼 지인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기에 그 메시지가 반갑지도 않다. 확인해보면 아니나다를까 모르는 사람이 보낸 메일이다. 대개가 돈을 벌게 해 주겠다거나 홈페이지 광고를 저렴한 가격에 해 준다는 식의 광고다.

다른 메일을 사용하면서도 스팸메일이야 자주 받기 마련이지만, hotmail이 글로벌 메일인 때문인지, (아마도)인종이 다를 넘들이 영어로 보낸 것이 대부분이다. (또 아마도)어디서 hotmail 회원 정보를 통째로 얻었는지 받는 사람란엔 수십 명의 아이디가 알파벳 순으로 적혀있기도 하다.

어쨌든 다행히, hotmail에선 '수신 거부'란 기능을 다른 곳보다 간편하게 이용할 수가 있다. 받기 싫은 넘의 주소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여타 기능이 아니라 메일을 받은 즉시 '수신 거부' 버튼을 누르면 그 메일이 삭제됨과 동시에 앞으로 그에게서 오는 메일은 배달되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새 메일 알림 메시지가 뜨는대로 제목을 확인하고 족족 수신 거부 설정을 하곤 하는데, 좀전에 문득 몇 명이나 등록했을까 확인해보니 참 많이도 해 놓았다. 그런데도 광고 메일은 오고 또 온다. 인종이 다를 이들이 쓴 영어로 된 메일이.

예전에 한 번, 스토커(라고 부르긴 미안하지만 내 심정은 그랬다)의 메일 세례를 견디다 못 해 그를 수신 거부 해놓곤 박수를 친 적이 있다. 그 때는 이런 기능이 있다니 세상 한 번 좋아졌네라며 감격 비슷한 기분도 들었더랬다. 헌데 하루에도 몇 번씩 꼬박꼬박, 그것도 익숙한 나머지 재빠르게 거부 설정을 하게 되니 기분이 좀 묘하다.

어딘가에 있는지도 모르는 생면부지의 인간들이 누군가를 찾아 메일을 보내며 제발 내 얘길 들어달라고 한다. 용케도 국경을 넘어 황인종인 나에게도 호소하고 어쩜 지구상에 생존해있을지도 모를 파란 피부의 스머프에게도 호소할테다. 그게 비록 알량한 광고 메일이라 할지라도 나는 범세계적인 호소를 3초 안에 똑 부러지게 거절하곤 하던 일을 계속하며 사는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길 원천봉쇄하는 수신 거부 기능. 어떻게 생각하면 서글픈 일이기도 한데 어쨌든 나는 앞으로도 메일이 오는 족족 설정을 해 놓을테고, 이런 식으로만 세상일이 해결되면 참 간단하고 단순히 살 수 있을 것 같다.




2001/10/18 23:06 2001/10/18 2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