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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나중 탁구부/ All the small things 2005/08/13
 
* 이 글은 kbs 웹라디오〈그루브온넷(Groove On Net)〉의 '애니 그루브' 란 코너의 방송원고입니다. 실제 방송에서는 DJ의 애드립 등으로 일부 다르게 방송되었습니다.


2003년 7월 9일 Groove On Net 59회 방송 (DJ/김태훈 PD/민일홍)
이나중 탁구부/ All the small things

애니 그루브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 다룰 만화는 그 이름도 유명한, 미노루 후루야의 ‘Let's Go!! 이나중 탁구부’ 입니다. 줄여서 보통 ‘이나중 탁구부’라고 하죠?

이나 중학교 탁구부가 배경인 이 만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독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라졌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끔찍하게 웃긴다, 너무 재밌다” 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저질이다, 유치해서 못 봐주겠다” 는 쪽도 있었죠.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좋아해서 매니아가 되고,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싫어하는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 거죠. 요즘엔 인터넷 폐인들 사이에서 ‘필독서’ 로 불리고 있다고 하는군요.

이나중 탁구부 멤버들이 하는 경기는 엉덩이에 나무젓가락을 끼우고 서브를 하면서 부러뜨리는 ‘젓가락 서브’, 헐렁한 반바지 사이로 고추를 보여줘서 상대팀 여선수를 질겁하게 만드는 ‘풋고추 서브’ 같은 기술들로 난장판이 되곤 합니다.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상대팀의 음료수에 설사약을 넣는 고전적인 수법부터 납치까지 동원하죠. 탁구 경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아이들은 죽어버린 닭 대신에 사람을 키우고, 서로에게 똥을 던지며 싸우고, 선생님을 반말로 협박해서 제발 용서해달라는 호소를 얻어냅니다. 이쯤 되면 만화를 보시지 않은 분들도 정체를 아실 수 있으리라 짐작되는데요. 방귀와 똥, 섹스와 권모술수가 이나중 탁구부의 주요 키워드라고 말씀드리면 짐작이 더 빠르실 겁니다.

그런데 이 엽기적인 행동들을 들여다보고 있다보면 정이 가기도 한다는 사실이 재밌습니다. 아무리 교활하고 영악한 아이들이라고 해도 결국 중학생일 뿐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슬쩍 슬쩍 보여주지요. 사나이다워지는 법을 가르쳐주겠단 말에 속아서 낯선 어른에게 돈을 뺏기고, 훈련 받는 게 싫어 꾀병을 부리는 모습들 말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이 장면이었어요. 주인공 마에노가 한 여고생의 꾐에 빠져 탁구부를 그만 두려는 위기가 있었습니다. 여자냐 탁구부냐. 고민하던 마에노는 벌떡 일어나서, 아무래도 자신은 탁구부를 그만 둘 순 없다고 이야기하죠. 눈앞에서 키스를 기다리는 여고생을 두고도 말입니다. 이 때 근처에서 엿듣고 있던 이자와가 뛰쳐나오는데요, 둘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아무리 생각해도 멋있는 말이었다” 고 뿌듯해 합니다. 그리고 이 순간을 꼭 기록해둬야겠다며 공원 바닥에 엎드린 채로 일기를 쓰기 시작하는데요, 그 모습이 어찌나 어린아이 같던지. 남자 중학생 그대로였죠.

사고의 주축일 때가 많은 마에노, 마에노의 단짝이자 뾰족한 앞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이자와, 귀여운 체구와는 달리 야한 생각만 하는 다나까, 겨드랑이 암내가 심해 주위 사람들을 기절시키는 혼혈아 다나베, 미소년이지만 무모증으로 고민하는 기노시타, 어른스러운 탁구부 주장 다께다, 이들이 아무리 악랄한 행동을 한다고 해도 사실은 어린 아이들일 뿐이란 장면은 그렇게 슬며시 나오곤 합니다.

애니 그루브, 오늘은 ‘Let's Go!! 이나중 탁구부’ 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요, 이제 이 만화와 관련된 음악을 들려드려야겠죠. 바로 Blink182의 ‘All the small things’ 이란 곡입니다. All the small things, 모든 작은 것들, 모든 사소한 것들 정도의 뜻이 되겠죠. 99년에 나온 ‘Enema Of The State’ 앨범에 실려 인기를 끈 곡입니다.

흔히 Blink182를 ‘버르장머리없는 놈들‘ 이라고 하죠. 버릇도 없어뵈고 천연덕스럽고 장난기 넘쳐 보이는 전형적인 ’요즘‘ 아이들, 정도의 이미지로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런 이미지가 어딘지 모르게 이나중 탁구부 멤버들과 비슷한 점이 있지 않은가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오늘 들려드릴 ‘All the small things’ 이란 곡의 제목도 마찬가지로, 이나중의 꼬맹이들에게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아이들, 사건이란 사건은 다 저지르고 다니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바로 ‘All the small things’ 이 아닐까란 얘기지요. 들려드리겠습니다, Blink182, ‘All the small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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