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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토미에/ BEAUTY 2005/08/13
 
* 이 글은 kbs 웹라디오〈그루브온넷(Groove On Net)〉의 '애니 그루브' 란 코너의 방송원고입니다. 실제 방송에서는 DJ의 애드립 등으로 일부 다르게 방송되었습니다

2003년 9월 3일 Groove On Net 67회 방송 (DJ/김태훈 PD/민일홍)
토미에/ BEAUTY

여성의 인물화로 인기를 끌고있는 화가에게, 한 여인이 다가갑니다. 자신을 그려보란 당돌함에, 화가는 그녀를 작업실로 불러보죠. 그리고 그녀를 처음으로 그리는 날, 그녀는 그가 그린 자신의 초상을 보며 비웃습니다. “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당신의 실력은 역부족” 이라고 말이죠.

그녀의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 화가는, 그 순간부터 오직 그녀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내겠다는 집착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려댑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그녀를 그리고 또 그려도, 돌아오는 건 그녀의 비웃음뿐이죠. 화가는 폐인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또다른 어느 곳에선 한 조각가가, 아무리 작업을 해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낼 수 없다며 무수한 조각상을 깨뜨리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죽어가고 있는 거죠. 그리고 그들을 미치게 한 여인은 여전히 해맑은 표정으로 다른 사람을 찾아갑니다. 그녀의 이름은 ‘토미에’

이토준지의 작품 ‘토미에’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이토준지라면 만화를 즐겨 보지 않는 사람도 언젠가 들어봤을 이름이죠. 어느 새 호러 만화의 대명사가 돼버린 그의 만화들은 일본에서 영화화되기도 했는데요, 그 중에서 ‘소용돌이’ 란 영화는 한일합작으로 제작돼서 국내 개봉도 했었습니다. 신은경씨가 정말 아주 ‘잠깐’ 등장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이토준지는 87년에 이 ‘토미에’ 란 작품으로 우메즈 카즈오상을 수상하면서 등장했습니다. 이토준지는 만화가로 데뷔하기 전에 치과 기공사로 일한 특이한 경력이 있기도 한데요, 치과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어쩐지 그로테스크한 아우라를 만드는데 한몫하는 경력이 아닌가 합니다.

이토준지의 만화 내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면에서 여느 전형적인 호러물과 같지만, 그의 작품엔 어딘가 다른 점이 있어요. 그것은 그 기괴한 일들이 일상에 가깝게 닿아있다는 겁니다. 왜, 아무리 무서운 얘기를 보고 들어도, 결국은 그 얘기가 나완 동떨어져있단 생각이 들면 어느새 안도감과 여유가 생기잖아요. 단지 얘길 듣고있을 때만 오싹하고, 비명이나 몇 번 지르다보면 해소되는 두려움이죠.

하지만 이토 준지의 만화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공포가 숨어있다고 얘기합니다. 확실히 죽은 사람의 몸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라나오고, 입에서 팔이 튀어나오는 것 같은 엽기적인 장면도 한몫 하겠지만, 그런 일들이 일상과 천역덕스럽게 뒤섞여 있다는 사실이 독자들을 더욱 찝찝하게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딸은 인형이 돼버리고 아들과 그애 친구들이 서로를 핥아먹어 사라질 것이란 생각, 우리 집 배수관 속엔 사실 사람이 들어가 있어서 내가 흘려버리는 물을 꾸역꾸역 마시며 괴로워하고 있을 거란 생각. 그리고 오늘밤에 잠이 들면 내 안쪽의 또다른 내가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바람에 몸이 양면점퍼 뒤집히듯 훌렁 뒤집힐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거죠.

토미에란 여인도 마찬가진 것 같아요. 그녀가 흠 잡을 곳 없이 완벽하게 생긴 미인이었다면, 보는 입장에서도 ‘이런 여자가 어딨겠어’ 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텐데요,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가 아니라, 가장 ‘매력적인’ 여인이기에, 이야기는 어느 새 우리 옆에 앉아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남자들에게 죽임을 당하고도 다시 또 되살아나 돌아다니는 그녀는, 사랑을 얻지 못할바엔 차라리 그녀를 죽이는 편을 택하는 남자들의 ‘소유욕’ 이란 낯설지 않은 모습 때문에, 어디엔가 있을 것 같은 여인으로 다가오는 것이죠.

토미에를 사랑한 남자들이 어디선가 부르고있을 것 같은 곡을 골라봤습니다. BEAUTY - DRU 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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