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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떤. 자격 (8) 2008/05/13

누굴 열렬히 좋아하지도, 증오하지도 않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평화로울 것이다. 그리고 그 편이 폼도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나이가 들면 너그러워진다는데 나는 여전히
누가 싫고, 누가 싫고, 누가 싫다.
그냥 진절머리나게 싫은 게 아니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겨나갈 것 같다. 그래서, 증오다.

오래 전에 나는 내 슬픔을
인정 받을 수 없었다.
어떤 슬픔은 수치스러웠고
어떤 슬픔은 도덕적이지 못했다.
나는 내가 슬픈 이유를 드러내지 못하고
방안에서 천장 벽지 무늬를 헤아리며
기어나오려는 슬픔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어딜 감히'.
슬픔에도 자격이 있는데 내겐 그게 없는 것 같았다.

자, 이젠 증오다. 어떤 일이 일어났고
나는 증오할 자격이 있었다.
아무도 내게 증오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람들은 함께 증오해주기도 했다.
나는 열심히 증오하고 마음놓고 증오했다.
증오하고
증오하고
증오하고
증오하면서
시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증오하고 있고
사람들은 '아직도?'. 흠칫 놀라거나
잊으라며 점잖게 타이르거나 한다.

증오에 대한 자격은 시한부였다.
육개월 쯤 증오하면 되는 일
일년 반은 증오해도 되는 일
십년이나 증오하는 건 아무래도 찌질한 일
처럼.
아련한 슬픔은 있어도 아련한 증오는 없다.
기한을 한참 넘긴 증오를 하는 것으로 우스워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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