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근래 블로그 업데이트를 잘 못한 것은 피곤해서.
워낙 야행성인 인간인데 요즘은 아침에 눈떠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밤 11시만 되어도 졸리기 시작해서, 자정 무렵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져서 침대에 눕기 일쑤였다. 아무래도 낮에 많이 돌아다닌 탓이겠지만.
그러다 보니 평소보다 인터넷 하는 시간이 부쩍 줄었고, 블로그 업데하는 것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긴 했는데 드디어(!) 낮잠을 획득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깨어 있다.
열흘 남짓의 아침형 인간 체험은 이것으로 끝인가;
2.
하지만 깊은 잠을 자진 못했다. 역시 난 낮잠을 더 깊이 자는 오리지널 야행성 인간일까.
특히 지난주는 연일 악몽을 꾸는 바람에 자꾸 자다가 깼다.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기까지;
쫓기는 꿈을 종종 꾸는데 지금까지 꾼 꿈들을 떠올려 보면 그 대상도 다양하다.
좀비나 귀신, 강시, 흡혈귀 같은 고전적인 것들도 있고
갱단이나 살인마, 전쟁, 폭격,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내 꿈에 사는 또다른 내가 현실의 나를 찾아와 서로 쫓고 쫓긴 적도 있고
다른 차원에 사는 내가 누군가에게 쫓기다가 내가 사는 이 차원으로 넘어와, 함께 도망다닌 적도 있다.
면허가 없는데 자동차 핸들을 넘겨 받아 진땀 흘리며 질주하기도 하고
일에 쫓겨 바쁘게 약속장소를 향해 달려가는 꿈을 꾸기도 하고.
며칠 전엔 한강 둔치를 걷다가, 저쪽에서 사람들이 마구 뛰어오는 꿈을 꾸었다. 다들 강 건너로 도망치고 있었다.
사람들을 붙잡고 이유를 물었지만 왜 도망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전쟁이 난 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고, 괴물이 나타났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유가 뭐든 간에 강 저쪽에선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했지만
나는 기어이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함께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람들과 반대로 하염없이 달리다가 꿈에서 깼다.
3.
반면에 기분 좋았던 꿈이라고 기억되는 것들은
대부분 아무 제약 없이 자유롭게 천천히 걷거나, 날듯이 뛰어 오르거나, 정말 날아다니거나, 공기처럼 여기저기 둥실 떠도는 꿈이었다.
4.
화요일엔 사무실이 이사한다. 한달에 며칠만 엉덩이 붙이는 나도 함께한다.
이사할 곳이 경복궁 근처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 기뻤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광화문 일대는 나에게 각별한 곳이었고
기운 없거나 슬플 때 그 부근을 걷기만 해도 기분이 나아지는 곳이니까.
요즘에도 한달에 열흘 이상은 경복궁 근처를 맴돌고 있을만큼 그곳에 애착이 있는데
또 결국 그곳으로 가는구나.
어쩐지 돌아가는 기분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그와 동시에, 이제 홍대 앞은 당분간 안녕이구나.
잘 있어라 홍대 앞아. 여기에서 별별 일을 다 겪었다;
언젠가 다시 이 근처로 온다 해도, 그때는 '돌아오는' 기분은 들지 않으리.
5.
이사와 함께 월간지 마감이 겹쳐 있고, 초등학생 수업을 계속하면서 다음 기수 수업안도 짜야 하고,
내달부터 시작해야 할 두 건의 작업도 준비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또......
여러 일을 동시에 생각하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 십년지기 친구가 며칠 전에 이런 말을 했다. 이게 나라고.
"항상 정신 없고, 뭔가 분주하게 하고 있고, 뭔가 계속 미안하다고 말하고, 무지 무겁고 큰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가방 때문에 힘든 건지도 모르고 사는 건 힘든 거라고 말한다."
아 놔 이렇게 핵심만 골라내다니 십년지기 친구 맞구나. 한참 웃었다.
6.
아이들 가르치는 거 어렵다. 더 많은 아이들을 큰소리 안 내고 가르치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존경스럽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진땀이 쏙 빠진다.
나름대로 얻는 것들도 있는데 그건 6개월 과정이 끝나면 따로 정리해 보려고.
7.
그 와중에 기타 수업은 간혹 결석하긴 하지만; 계속 듣고 있다.
뭔가를 배우면서 조금씩이나마 실력이 느는 걸 확인하는 게 이렇게 즐거웠던 것이 또 뭐가 있었나? 생각해 봐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즐겁고 재밌어. 순수하게 재밌다. 기타 값과 차비 빼고, 한달 수업료가 5만원인데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어떤 일보다 만족감을 준다.
8.
근데 또 잠이 오네. 할일이 많은데 큰일이네.
이래서 자꾸 쫓기는 꿈을 꾸나.
1. 밀린 일은 대기중
두어 시간 잤는데 눈이 떠졌다.
리듬상 아침까지 자는 게 맞는데, 몸은 '충분히 잤다'고 착각하는 걸까? 잠이 확... 달아났다.
이걸 어쩌나 잠시 고민하다가 책상 앞에 앉았다. 어차피 할일도 있었다. 물론 그건 하기 싫지만.
2. 김씨 표류기
<김씨 표류기> 시사회 다녀왔다. 시작부터 빵빵 폭소를 터뜨려주는 코미디는 아니다. 피식피식 웃으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분명 썰렁한 저 장면에서 자꾸 눈물이 나오는 건 뭐냐. 웃긴 장면이라 또 피식 웃었는데 눈물은 왜 따라 나오고 있지... 아 나 지금 쟤한테서 나를 본 건가... 이러면서 봤다. 결론은, 개봉하면 다시 보고 싶다. 이 영화 좋아졌다.
3. 기준?
연예인 기사에 달린 댓글들 보면 좀 무섭다. 온갖 이유로 매섭게 욕하고 질타한다...! 실생활에서도 그렇게 칼같이 날카로운 기준으로 주위 사람들을 평가하나요. 누군가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서 화가 나나요. 우린 모두 이만큼씩 다 다른 결함이 있는 사람들 아닌가요. 초큼 헐렁하게 서로를 봐 주면 안 될까.
4. 돼지들
돼지 독감 무섭다. 그 와중에 본 기사.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 ··· 28601001
그 와중에 접한 예언(?)
http://soundofhope.or.kr/bbs/zboard.ph ··· Bno%3D12
5. 부산
부산행이 수월치 않겠다. 특히 5월 1일부터 5일까지를 황금연휴로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게... 윽.
6. 미안함
더 좋은 딸이 되고 싶지만...
최근 불면증이 심해서 푸석했는데
어제 오늘은 잠이 왜 이리 쏟아지는지
뭐 좀 하려고 하면 졸리고, 뭐 좀 하려고 하면 졸리고
게다가 졸리다고 누우면 언제 불면증이었냐 싶게 그대로 쿨쿨.
그동안 못 잔 잠 실컷 자고 피로를 풀자. 라고 생각하면 좋겠으나
이건 너무 졸려서 탈이네. 정도가 심하잖아.
거인이 "잠 좀 자" 하며 거칠게 토닥이고 있는 것 같다.
호의는 고맙지만 그의 손길에 나는 까무룩.
화장실에 갔는데 불이 켜 있기에 동생이 있나 싶어 말을 걸었다.
"네가 있는 거니?"
그러자 등뒤에서 동생의 대답이 들린다.
"난 여깄다."
자기 방에서 문을 연 채로 자고 있다가 잠결에 대답한 것이다.
그래놓고 다시 쿨쿨.
어두운 마루에 서서, 자는 동생과 엄마의 방을 가만 보고 있자니
지금 이 시각 조용히 자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세상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어찌됐든 그들은 날마다 자기만의 자리를 찾아 들어가
더 욕심부릴 수도 없이 제 몸 만큼의 공간에 누워
잠을 자고 꿈을 꾸면서, 조용히 몸과 마음을 달랜다.
거대한 수의 사람들이 매일 같은 과정을 반복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 큰 움직임을 상상하고 있자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물론 우리의 욕심과 잔인함까지 생각하자면, 반대로 그만큼 괴로워질 수 있을 것이나
오늘은 더 깊은 생각 없이 이 기분을 안고 자리에 누울 거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는, 그래서 후에 '시간이 약'이라 말하게 해주는
이 놀라운 경험을 나에게도 권하기 위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