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님은 기생충학 박사로 현재 단국대 의대에 재직 중이다. 이번에 낸 나의 책에 추천사를 써주기도 하신 훌륭한^^; 분인데, 역시 최근에 서민님의 낸 책의 일부를 옮겨 본다. 직업때문에 듣게 되는 얘기들을 재미나게 쓰셨다.
이 대목을 읽으며 한참을 킬킬거리다, 나 역시 직업 때문에 들어온 얘기들을 떠올려보았다. 서민 님처럼 짧으면서 임팩트 있는 글을 쓸 능력이 안 되어 주구장창 길어지기만 했지만......
1. 시집을 냈을 때
시집을 낸 적이 있다고 하면 상대방은 놀라는 기색을 보인다. 시중에 그런 류의 책은 쌔고 쌨지만, 그래도 책을 낸 사람이 내지 않은 사람보다 적으니까.
여하간 그 때부터 많이 들은 말이 "내 얘길 책으로 내면 좋을텐데" 이다. 잘 모르는 사람도 내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면 자세를 바꾸어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기 시작한다.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내 책의 정체-유치하기 짝이 없는-를 아는 사람은 결코 그럴 수 없을테니까)
물론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인생사를 들어보는 건 내게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당사자에겐 특별하고 굴곡 깊은 사연이라도 막상 제3자가 듣기엔 평범한 경험일 수 있는 게 아닌가. 술이라도 한 잔 걸친 '어르신'(젊은 사람보다는 나이 드신 분이 많이 그러신다)이 한 시간에 가깝게 자신이 살아온 길을 얘기하는 앞에 앉아있는 건 솔직히 좀 불편하다.
그 분들은 내게 하소연하듯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다 "어때, 책으로 내도 되겠지?" 라고 확인을 하시고, 그럼 나는 "그러네요" 라며 확인을 시켜드린다. 그러면 그 분은 매우 흡족한 표정이 되신다.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평범하지만은 않았으며 그런 역경을 이겨내고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은 대견한 일이라는 걸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한 번은 일흔 가까이 되는 '어르신'이 술잔을 앞에 두고 두 시간이 가깝게 살아온 인생을 얘기하시는 통에 말을 자를 수도 없어 화장실도 못 가고 "예, 예" 적당히 추임새를 추어가며 듣고 있었는데, 평소 근엄하고 품위있는 자태의 그 분이 너무나 솔직하게도 젊은 날 도박에 빠졌던 얘기와 수많은 여성들과 바람을 피웠던 얘기까지 꺼내시는 바람에 무척 난감했었다.
이 밖에도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망하게 된 사연을 제공해줄테니 책으로 내서 수익금을 5:5로 나누자고 제안한 분이 있고, 자서전을 대필해달라고 요구한 분이 계시다. (참고로 나는 남의 이름으로 내는 대필은 돈을 줘도 안 한다! 그런데 그 분은 '우리 사이도 있고 하니까 그냥 써 줄 수 있지?' 하시는 거다, 흥!!)
《기생충학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인지, 모임에 가면 기생충에 관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질문들이면 좋으련만, 유감스럽게도 별로 그렇지 못한, 터무니없는 질문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보자.
언젠가 천안에 있는 고교 동문들의 모임이 있었다. 처음 나온 분들도 있어서 내 소개를 했더니만 한 명이 대뜸 이런다.
"항문에서 냄새가 나는데 그건 왜 그런 거지?"
이런 질문에 내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나는 상식선에서 대답했다.
"원래 항문 근처에서는 냄새가 납니다"
사람들이 웃자 그 사람은 인상을 찡그리며 다시 묻는다.
"아냐, 난 좀 유난히 냄새가 많이 나서 그래."
"역시 상식적인 답변을 했다. "잘 씻으셔야죠."
(중략)
이번에는 다른 분이 묻는다. "저기... 방귀를 뀌면 항문 주위가 가려운데..."
'항문 주위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요충이 있기에 이 질문은 그래도 기생충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방귀와 요충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람?
"방귀를 하루에 몇 번이나 뀌세요?"
"서너 번 정도?"
역시 상식 차원에서 대답했다. "가족들이 쾌적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방귀 뀌는 걸 자제하는 게 좋겠습니다."
언젠가 천안에 있는 고교 동문들의 모임이 있었다. 처음 나온 분들도 있어서 내 소개를 했더니만 한 명이 대뜸 이런다.
"항문에서 냄새가 나는데 그건 왜 그런 거지?"
이런 질문에 내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나는 상식선에서 대답했다.
"원래 항문 근처에서는 냄새가 납니다"
사람들이 웃자 그 사람은 인상을 찡그리며 다시 묻는다.
"아냐, 난 좀 유난히 냄새가 많이 나서 그래."
"역시 상식적인 답변을 했다. "잘 씻으셔야죠."
(중략)
이번에는 다른 분이 묻는다. "저기... 방귀를 뀌면 항문 주위가 가려운데..."
'항문 주위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요충이 있기에 이 질문은 그래도 기생충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방귀와 요충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람?
"방귀를 하루에 몇 번이나 뀌세요?"
"서너 번 정도?"
역시 상식 차원에서 대답했다. "가족들이 쾌적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방귀 뀌는 걸 자제하는 게 좋겠습니다."
(서민, [기생충의 변명] p70~71)》
이 대목을 읽으며 한참을 킬킬거리다, 나 역시 직업 때문에 들어온 얘기들을 떠올려보았다. 서민 님처럼 짧으면서 임팩트 있는 글을 쓸 능력이 안 되어 주구장창 길어지기만 했지만......
1. 시집을 냈을 때
시집을 낸 적이 있다고 하면 상대방은 놀라는 기색을 보인다. 시중에 그런 류의 책은 쌔고 쌨지만, 그래도 책을 낸 사람이 내지 않은 사람보다 적으니까.
여하간 그 때부터 많이 들은 말이 "내 얘길 책으로 내면 좋을텐데" 이다. 잘 모르는 사람도 내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면 자세를 바꾸어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기 시작한다.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내 책의 정체-유치하기 짝이 없는-를 아는 사람은 결코 그럴 수 없을테니까)
물론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인생사를 들어보는 건 내게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당사자에겐 특별하고 굴곡 깊은 사연이라도 막상 제3자가 듣기엔 평범한 경험일 수 있는 게 아닌가. 술이라도 한 잔 걸친 '어르신'(젊은 사람보다는 나이 드신 분이 많이 그러신다)이 한 시간에 가깝게 자신이 살아온 길을 얘기하는 앞에 앉아있는 건 솔직히 좀 불편하다.
그 분들은 내게 하소연하듯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다 "어때, 책으로 내도 되겠지?" 라고 확인을 하시고, 그럼 나는 "그러네요" 라며 확인을 시켜드린다. 그러면 그 분은 매우 흡족한 표정이 되신다.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평범하지만은 않았으며 그런 역경을 이겨내고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은 대견한 일이라는 걸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한 번은 일흔 가까이 되는 '어르신'이 술잔을 앞에 두고 두 시간이 가깝게 살아온 인생을 얘기하시는 통에 말을 자를 수도 없어 화장실도 못 가고 "예, 예" 적당히 추임새를 추어가며 듣고 있었는데, 평소 근엄하고 품위있는 자태의 그 분이 너무나 솔직하게도 젊은 날 도박에 빠졌던 얘기와 수많은 여성들과 바람을 피웠던 얘기까지 꺼내시는 바람에 무척 난감했었다.
'아니, 왜 갑자기 나에게 고해성사를 하시는 거지?'
아니나다를까 길고 긴 이야기 끝에 그 분은 그러셨다. "어때? 책으로 낼 만 하지?"이 밖에도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망하게 된 사연을 제공해줄테니 책으로 내서 수익금을 5:5로 나누자고 제안한 분이 있고, 자서전을 대필해달라고 요구한 분이 계시다. (참고로 나는 남의 이름으로 내는 대필은 돈을 줘도 안 한다! 그런데 그 분은 '우리 사이도 있고 하니까 그냥 써 줄 수 있지?' 하시는 거다, 흥!!)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