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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요일 (6) 2009/05/13


1. 태수는 이틀을 꼬박 굶으며 토하기만 하더니, 3일째 되는 날(어제) 물도 마시고 밥도 처묵처묵 먹기 시작했다. 아픈 동안 근심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병원엔 가지 않았다. 일단 어린 강아지가 아니고, 예방접종과 구충을 잘 했고, 그래서 전염병이나 기생충일 가능성이 거의 없었고, 구토 외엔 발열이나 설사가 없었고, 심한 탈수 증세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지로 밥 먹이지 않고 지켜 보았다. 작년 이맘때 태수가 구토를 꽥꽥 했을 땐 너무 놀라 울면서 병원부터 달려갔었는데. 이번에도 구토가 진정되는가 싶더니 한밤에 연이어 구토를 하길래 걱정되어 24시간 동물병원에 전화를 한 번 하긴 했다만은, 거기선 되도록 병원에 데려와 전염병 검사와 내시경 검사를 해보자고 하더라고. 하지만 태수는 다음 날 무사 회복. 개생키 장하다. 며칠 더 지켜봐야겠지만 잘 넘어갈 것 같다.

...말은 이렇게 의연한 척 하고 있지만 사실 태수를 예의 주시하느라 잠을 잘 못자고 있었다. 나는 당황하면 쉽게 얼이 빠지는 편이기 때문에, 행여 태수 증세가 갑자기 악화되어 병원에 달려갈 때를 대비해 구토 시각, 응아 시각, 변 상태 등을 꼼꼼하게 적어놓고 있었다. 버벅거리느라 태수 상태를 잘 설명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땐 메모를 내밀어야 할테니... 하지만 그럴 일 없게 해 준 개생키 장하다. ㅎㅎ

2. 다음주 초까지 크고 작은 마감이 4개가 걸려 있는데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바쁘게 사는데, 내 노동력이 창출하는 재화는 다 누가 가져가는 걸까.

3. 드디어 나도 인생을 좀 길게 보고 살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계획을 세웠다. 거창한 목표는 아니지만 여하간 이루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 기간이 여러모로 고달플 것 같다만은. 하지만 날로 얻어지는 건 없고, 입력이 있어야 출력이 있는 게 진리.

......물론 나는 계획의 황제다! 그동안 세운 계획만 늘어놔도 만리장성이다. 그것들을 다 지키지 못해서 그렇지. 이것저것 조금씩 시작하다가 접은 게 이만큼이다. 하지만 왜 그러고 사냐고 핀잔을 줘도 개의치 않을래. 잘할 수 있는 것,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중인 걸.

4. 미술을 전공한 서지는 만약 자기 아이가 미술을 하겠다고 하면 환영할 거랬다. 뿐만 아니라 되도록 미술을 하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도 내 아이가 그런다면 나쁘지 않게 여길 것 같다고 끄덕였지만 집에 와서 생각할수록 과연 그럴까 싶다. 미술이든 뭐든, 모든 창작엔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따르던가. 묵묵히 자기 갈 길만 가면 되는 게 아니라 행여 누가 먼저 같은 생각을 한 건 아닌지, 이미 이런 작업을 한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 계속 신경써야 하고. 작업한 걸 자기만 보고 듣고 즐거워할 게 아니라면 사람들의 평도 신경써야 하고. 머릿속에 있는 게 제대로 구현되지 않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또 얼마나 크냐...... 라고 생각하다 보니깐, 일단 뭐 아이나 생기고 나서 이런 고민을. 그보다 결혼은 할 거냐. -_-;;




2009/05/13 02:53 2009/05/13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