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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일요일 (2) 2008/08/17
  3. 다시, 일요일 2005/11/13
  4. 일요일 2005/08/28

결혼식 다니면서 주말이 다 갔다.

토요일에 인규씨가 결혼할 땐 보고 있자니 아효 참 어쩐지 마음이 저기한 게 (응?)
양가 부모님이 한 말씀씩 하시는데 내가 찡해서 왈칵 눈물이 났다.
미정씨 내외랑 아가도 드디어 보고
앙샘 가족도 만났다! 대체 몇 년 만이야. 근데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
예식이 끝나곤 80년대식 유머의 큰별, 성보씨랑 커피 마시며 노닥거리다 헤어졌네.

일요일은 쪼길 길상씨 결혼.
하객 중에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내 왁자지껄한 틈에 끼어 있었다.
밥 먹으면서. 우리 테이블에선 결혼 적령기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있었다.
나이가 드니까 남아있는 또래 남자가 없더라. 아주 연상이나 연하에서 찾아야 하더라.
서른 둘 넘어가면 결혼은 일단 저 뒤로 미뤄진다고 생각해야 할 거다. 이런 얘기들 말여.
듣고 있다가, 모두 미혼자였던 그 테이블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도
연애관 한 마디쯤 피력해야할 거 같아서 입을 열었다.

"나는요, 남자친구 생기면 상장 줄 거예요."
"하하하하."
"진짜예요. 상금도 준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상금까진 뭐하고. 돈이 오가면 모양새가 좀 그럴테니까.
상장과 상패를 줘야지.



2008/09/08 01:43 2008/09/08 01:43

프리인 내게 일요일은 별 상관 없을 것 같은데 실은 그렇지 않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내 클라이언트들은 일요일에 쉬고, 나는 그들의 일정에 맞춰 일하기 때문이다.
또 프리라서 출퇴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실은 그렇지 않다.
요즘은 한달에 절반 혹은 그 이상을 이곳-홍대 앞- 사무실에 직접 나와서 일한다. 들어오는 일을 바로바로 처리하기 위해서. 그리고 의사소통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와중에 오늘 일요일은 집에서 일하려 했는데
일거리 하나를 사무실에 두고 온 바람에 그거 가지러 잠깐 들렀다.
큰 파일 몇 개가 웹하드에 올라가는 동안 커피 마시며 앉아 있다.

지하철엔 휴일답게, 살랑이는 치마를 입은 아가씨와 그녀의 애인들이 많이 타고 내리더라.
그들 눈엔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였을까?
오늘 내 차림새론 아무리 좋게 봐줘도 휴일 오후 데이트하러 가는 아가씨론 안 보일 거고.
어디 지하철이 닿는 시장에 다녀오는 아줌마로 보이려나. 이런 생각을 하며
"나도 젊은이라규!"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_-

이래저래 연애, 패션, 꾸밈 이런 것들과 점점 멀어져 간다.
그렇다고 여유, 프로페셔널, 돈과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여.
나는 대체 뭐가 되어가고 있는 거?




2008/08/17 16:43 2008/08/17 16:43
그렇다. 일요일이란 모름지기 이런 풍경이어야 한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학생이든 백수이든 간에, 일요일엔 어쩐지 한없이 게을러진 자신의 모습에 덤덤히 놀라며 계속 보지도 않을 티비를 하염없이 틀어놓아야 한다. 간간이 들려오는 CM송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 흥얼거리며, 평소에 신경쓰지 못했던 귓구멍과 콧구멍, 심지어 양말을 신으면 남에게 보이지도 않을 발가락 사이의 틈새까지 손가락으로 비벼 청소를 하다가 그 손을 씻지도 않고 벌떡 일어나 짜파게티를 끓여먹고는 이도 닦지 않고 이불 속으로 뛰어들어 방귀를 뀌며 잠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요일에 인터뷰 두 탕 뛰고 회사로 돌아와 야근 중인 나는, 제품의 정가를 꼬박꼬박 받기로 유명한 편의점에서도 유난히 고가의 제품이라고 소문난 럭셔리 고기순대를 구입해 먹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구겨진 인상을 펼 수 없는 것이다...... -_- 아악!!!




2005/11/13 23:41 2005/11/13 23:41
일요일. 회사로 오면서 저녁 대신 먹으려고 편의점 포장 오뎅을 사 왔는데, 뜯어보니 코딱지만해서 각자 '한 개'라고 말할 수도 없는 오뎅이 딸랑 5개 들어있어서 상처 받았다. 게다가 맛도 없었다......

회사에 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내일까지 나오지 않는다면 화장실 반경 10m 내에 대형 참사가 일어날텐데. 그건 재앙이다. 부디 오늘밤 다시 급수가 재개되길 바라고 있다.

어제 오늘 지하철에서, 저녁만찬에 초대받은 공작부인 같은 복장을 한 여인들을 많이 보았다. 요즘 그런 옷이 유행인가? 지하철에서 공작부인을 만난 것이 황송해서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자꾸 눈이 그쪽으로 막 돌아갔다;;

어릴 적에 쓴 일기장은 많은데 간수를 잘 하지 못해 집안 여기저기 처박혀 있다. 그저께 밤에 무슨 노트를 찾다가 중3 때 일기장을 발견했는데 다시 보면서 많이 웃었다. 그 인생 다 살아본 듯한 말투와 시니컬한 태도라니.

요즘 벌여놓은 일이 많은데 어제 그제 막 의욕이 넘쳐흘러, 여세를 몰아 오늘까지 으라차차 해내려고 회사에 온 건데, 막상 앉으니 넘쳐흐르던 의욕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누워서 자고 싶기만 하다. 낮엔 서양에게 전화가 와서 '일이 많아 어쩌냐' 고 염려하길래 '하고싶은 일인데 뭘' 이라 대답했는데.

내가 온갖 일을 끌어안고 사는 걸 보는 친구들은 가끔씩 그렇게 일해서 뭐할 거냐고 물어본다. 인생 뭐 있냐고도 하고, 너무 빡빡하게 살지 말라고도 하고, 쉬면서 하라고도 하고. 그럴 때면 그냥 농담으로 '돈이라도 벌어놔야 시집가지' 라고 말하곤 하는데, 사실 난 노는 걸 누구보다 좋아하는 뺀질이라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며칠을 누워있을 수도 있다. 그럴 때 내가 얻는 건 편안함과 심신의 안정. 그런데 무언가 일이라 불려지는 것들을 해서 결과물을 얻었을 땐,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쾌감이 밀려드는데 그게 굉장히 달콤하단 말이지. 나는 노는 게 일하는 거다, 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일하는 것도 즐거울 때가 있다, 라고 말할 수는 있다.

물론 때때로 생계에 신경쓰지 않고 자기 작업에만 몰두하는 전업작가들을 보면서 나도 돈에 매이지 않고 살 수 있었다면 그림이든 글쓰기든 뭔가 창조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었을테고, 그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ㅡ란 공상에 빠지곤 하는데. 그건 천재가 아닌 나의 아쉬운 소리일 뿐이겠지. 어쨌든 추석이 되기 전에 고장난 믹서기도 사야 하고, 차례상에 올릴 것들을 사야 하고, 월요일엔 세금도 내야 하고, 당장 오늘밤엔 동생이 먹고싶다는 양념통닭도 사야 한다. 결혼을 하면 이런 압박이 더 심해지겠지? 나로 하여금 금전의 압박과 친인척 관계, 출산과 육아, 때때로 뽕 맞은 사람처럼 밤새 노는 자유의 상실...... 이런 각종 두려움을 끌어안고라도 함께 살고싶은 사람이 지구상 어딘가엔 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아직까지 일부러 찾고싶은 생각은 없지만.




2005/08/28 17:46 2005/08/28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