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섹스 토이'라 부르는 성인용품들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의 충격은 제법 컸습니다. 남성의 자위도구로 만들어진 인형들은 여체를 본뜬 모습이었으나, 머리 따윈 필요 없다는 듯 목부터 허벅지까지만 존재하거나, 엉덩이만 있거나, 어쩌다 머리가 있어도 오랄섹스를 할 수 있도록 입을 쩍 벌린 식이었습니다.
<인형> 시리즈는 그 기억과 닿아 있습니다.
작년 어느 날 심한 무기력에 빠져 있던 저는, 무심결에 여자들의 하반신을 인형처럼 그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제가 그동안 여성으로 살아오며 느껴온 무력감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저 섹스 토이들을 떠올렸습니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하반신이 인형처럼 무력화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삽입이 가능하도록 입을 벌리고 있지요. 마치 섹스 토이들처럼.
현실 속의 모습도 어쩌면 다를 바 없을 수 있었습니다.
머리를 흩날리며 피아노 가방을 들고 학원에 가던 아이도
놀이터 한 쪽에 쪼그려 앉아 모래 장난을 하는 꼬마도
무릎 꿇고 벌을 서면서도 당돌한 표정으로 "벌 세워도 소용 없어요" 라 말하는 여학생도
켕기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불안해?" 라며 놀리는 임산부도
누군가에겐 당장 범할 수 있는 무기력한 대상일 뿐일 수도 있는 거죠.
보다못한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귀띔해주기도 했어요.
그러면 그녀들은 금세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아니에요. 날 사랑한다고 했어요" 라 하소연하고
동그란 눈을 치켜뜨며 "내 남편은 그럴 리가 없어요" 하고 강하게 거부합니다.
다 알고 있지만 상관없다는 듯 "그나저나 사모님은 안녕하세요?" 란 인사를 무심히 건네기도 하네요.
그녀들은 당신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당신은 그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사연을 짐작할 수도 있고,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할 수도 있고, 바깥으로 드러난 거친 재봉선을 안쓰러워할 수도 있을 거예요. 물론 그 와중에, 혹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인형이나 유희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Tag //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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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연작들도 좋지만 '인형'은 단연 최고.
고맙습니다!
그날 이런저런 얘기 못 나누어서 많이 서운했어요.
인형에 대해선 이런저런 할 말이 많았는데 말이죠^^
여행 다녀와서 꼭 한 번 뵈어요~
헉 결국 서운하셨던 거군요 털썩;
여행 잘 다녀오시고 그래요 언제 다시 뵈어요 ^^
가끔씩 도대체 님의 글들을 보면서 킥킥 거리며 웃거나, 울컥하거나, 작품들을 보며 멍해지거나 한 사람입니다. 오늘도 page 222 에서 시작해서 95까지 왔어요. 예전에도 인형 시리즈나 다른 작품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전시를 보러 갔으면 꼭 전했을 말을 블로그에라도 전하고 싶어서요. 거창한 말 보다는, 이렇게 마음이 울리는 작품 만들고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늦게라도, 이렇게 전달하는 게 맞는 건진 모르겠지만! 도대체 작가님 언젠가 또 전시하시면 꼭 보러 갈게요.
고맙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들어도 되는 걸까 부끄럽기도 하구요.
꾸준히 작업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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