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교보문고에 간 것으로 알고있다. 왜 갔는가?
- 내 책이 나온 것을 보고싶었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받은 열 권은 이번 추석에 친척에게 돌리기도 모자랐다. 간 김에 몇 권 사오고도 싶었다.
◎ 저자가 직접 사재기를 하겠다는 것인가?
- 몇 십 권도 아니고 몇 권 사겠다는데 너무 그러지 말라. 평소에 나와 친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 중에 아직도 책을 받지 못 해 분노한 분들이 있어서 그런다. 그 분들께도 드려야 할 게 아닌가. 이왕이면 그 분들이 사 보시면 좋겠지만 세상이 그렇지가 않다. 휴.....
◎ 네임펜도 하나 챙겨 갔다던데....
- 그렇다. 싸인용이었다.
◎ 싸인회도 아니면서 웬 싸인용 펜인가
- 책 주위에서 서성이다가 내 책을 사는 사람에게 달려가 "제가 목격한 첫 구입자" 라고 싸인해주고 싶었다
◎ 그래서 성공하였나
- 하루종일 기다려도 아무도 안 사가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무나 붙잡고 "이 책 사시면 안 돼요?" 하고 졸라댈 생각이었다 -_- 그러나 결국 싸인은 못 했다.
◎ 유감이다, 결국 아무도 그 책을 사지 않은 것인가
- 아니다! 교보문고에 가서 아무리 뒤져봐도 내 책이 없길래,잘 보이지 않는 곳에 진열을 했구나 하며 실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 그럼 뭐란 말인가?
- 도대체 책을 어디에 둔 건지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구석탱이에 꽂혀있으면 내가 눈에 띄는 곳에 갖다 놓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_-; 그런데 '도대체의 다락방'이 어딨냐고 물어보니 글쎄 다 팔렸다는 거다! 어찌나 기뻤던지 눈물까지 날 뻔 했다.
◎ 그럴리가 없는데..... 어쨌든 축하한다
- 고맙다. 하루 사이에 다 나가서 찾을 수 없는 책이 되었다니, 몹시 기뻤다.
◎ 그 정도 기세라면 앞으로 승승장구하겠다
- 아니다. 나도 서점을 나서며 들뜬 마음에 팔짝팔짝 뛰었으나, 밤에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확인한 후 오늘 사태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 무슨 얘긴가?
- 서민 님이라고.... 내 책의 추천사를 써 주신 분이 계시다. 그 분이 오늘 아침 교보문고에 가서 남아있던 재고를 모두 사 오셨단다.
◎ 그게 사실인가
- 사실이다. 다음이 서민 님의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문건이다:
《난 이틀 전에 14권의 책을 주문했었다. 두권은 문제가 없지만 나머지 12권이 바로 '도대체의 다락방' 이었는데, 교보에는 그 책의 재고가 5권밖에 없었다. 7권은 나중에 택배로 받기로 하고 별 생각없이 그 다섯권을 몽땅 들고 왔는데, 그러니까 오늘 교보에 그책을 사러 온 사람들은 허탕을 쳐야 한다. 책은 사람들 눈에 띄어야 팔리기 쉬운 법, 내가 교보 책을 싹쓸이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것 같다. 아무리 "교보에 간김에..." 라고 해도.》
◎ 이건 특종이다! 저자와 추천사를 쓴 이가 함께 사재기를 감행하다니.... 출판계의 윤리와 직결된 문제이다!
- 흥분하지 말라. 내가 내 책을 사고싶듯 그 분도 자신이 추천한 책을 사고싶을 권리가 있다. 더욱이 그 분과 사재기를 연관시키지 말라. 추천사를 쓴 책이 잘 팔리면 좋은 일이지만 안 팔려도 상관없는 것 아닌가. 그 분은 단지 나를 생각하시는 마음에 그 많은 돈을 들여 구입을 하신 거다.
◎ 흠... 어쨌든 처음에 누군가 사재기한 줄 모르고.... 아, 아니 누군가 한꺼번에 사 간 줄 몰랐을 때 기뻐했던 마음이 많이 사라졌겠다
- 사실 조금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괜찮다. 우선 교보문고에서는 '이 책이 뭔데 이렇게 사 가지?' 란 생각을 할 법 하며,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다음에 주문할 땐 좀더 넉넉히 주문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문을 모르는 출판사에서는 '반응이 참 좋군!' 하며 기뻐할 것이다. 교보문고에서 추가 주문이 금세 들어왔다는 소식이 퍼지면 아무래도 옆 부서 직원들 보기에도 면목이 서실 것이다. 여러 모로 좋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다시 한 번 서민 님께 감사드린다.
◎ 영문을 모르고 기뻐하시긴 개뿔..... 출판사 분들이 이 글을 보지 않을 거라 믿고있나?
- ........미안하다. 아이큐가 나방에 근접하다보니 생각이 짧다.
◎ 여하간 앞으로도 싸인을 하러 다닐 것인가?
- 그렇다. 기필코 "제가 목격한 첫 구입자" 라는 싸인은 하고 말테다. 오늘 손님글방을 보니 홍마담 님이 CGV에 가셨다가 영화는 안 보고 내 책을 구입하셨다 한다. 언젠가 그 분을 만나면 "제가 발견한 첫 구입자" 라 싸인해드릴 것이다. 그러나 '발견'과 '목격'은 엄연히 다르다. 반드시 내 책을 사는 사람을 목격하고 말테다.
◎ 여성일 경우에 모른 척 하다가, 꽃미남이 책을 살 때 달려들 거라는 지적이 있다
- 남이 결혼하는 게 그렇게 배가 아픈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믿어달라.
◎ 믿지는 못 하겠지만, 어쨌든 책이 나온 걸 다시 한 번 축하한다
- 고맙다. 그럼 난 이만 학교에 갈 준비를 해야겠다.
◎ 밤을 새우고 학교에 가다니, 괜찮겠는가
- 동아리방에 훌륭한 소파가 있다. 누워서 자기 딱 좋다. 말이 나온 김에 광고를 좀 하자. 상명대 새내기분이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제발 해토문학회에 가입해달라. 우리는 이상한 조직이 아니다. 왜 가입하지 아니하는다? -_-;; 소파도 있고 아이스박스도 있다. 얼마 전엔 책상도 빨갛게 칠했고 식당과 화장실이 매우 가까운 지리적 잇점이 있다. 학생회관 4층으로 오라.
도대체
2002/09/23 06:51
2002/09/2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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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아빠 된 거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