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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디안 인형처럼 - 나미 2003/12/12
어젯밤엔 악몽을 꾸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이 우글거렸는데, 그들은 쉴 새 없이 계속 다른 모습으로 복제되며 사람들을 쫓아와 죽이려 했다. 처음 보는 누군가들과 함께 있던 나는 그들과 함께 이상한 생물을 피해 도망다니느라 진땀을 흘렸다.

꿈이란 걸 워낙 자주 꾸니 그 중에서 악몽의 비율도 만만찮은데, 생각해보면 악몽의 상당수는 끊임없이 복제되는 무엇에 관한 것이다. 처음 그런 꿈을 꾼 건 국민학생 때였는데, 낮에 나미의 '인디안 인형처럼' 을 들은 나는 어쩐지 노래가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그 날 밤 나는 인디언 공동묘지로 변한 우리 동네에 인디언 귀신들이 나타나, 지인들은 물론 나의 모습으로 끊임없이 복제되며 달려드는 꿈을 꾸어야 했다. 누가 가족이고 누가 귀신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나도 못 알아 볼 것이 두려워 한 쪽 손에 사인펜으로 점을 찍었는데, 그러고나서 내 앞의 또다른 나를 바라보니 그의 손에도 똑같은 점이 찍혀 있었다. 아무리 점을 점점 크게 그려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의 손엔 자꾸만 나와 같은 점이 생겨나고 있었다. 나는 미친 듯이 점을 그리다 잠에서 깼다.

그 후로 나는 꿈에서 귀신이든 알 수 없는 생물이든 지인들과 사물과 나를 복제하며 달려드는 광경을 많이 보았다. 그 때마다 나는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어젯밤에 꾼 꿈에선 그런데 처음으로 그 무엇들이 죽었다. 죽은 그것들을 앞에 놓고도 다시 살아날까봐 무서워하다 잠에서 깼지만, 그들은 죽었다. 죽게 된 이유란 이렇게 글로 쓰면 무섭긴커녕 상당히 어이없고 코믹해질 것 같은데, 꿈이란 게 원래 그런 거라 자위하며 옮겨 놓는다. 수십 마리의 그들이 서로가 서로를 복제하며 무리를 지어 달려들다가 어느 순간 붕어로 변해 냄비에서 팔딱이며 기어 나오려 했는데, 가스렌지의 불을 켜서 그들을 익혀버린 것이었다.

복제되는 무엇들에 대한 꿈을 꿔 온지 오랜 시간이 지나서 드디어 그들은 죽었다. 꿈 속의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란 보장은 없지만 부디 정말 죽은 것이길 바란다. 그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지는 언젠가 또 다시 꿈을 꾸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아무튼 복제되는 것들을 이렇게까지 두려워하는 이유는 뭘까. 한 동안 이것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내가 궁금하다.

무려 1989년에 나온 나미의 '인디안 인형처럼'은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다. 이 곡을 핑클이 다시 불렀다고 해서 찾아 들어봤는데, 듣는 내내 한숨만 나왔다. 베이시스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를 고호경이 다시 불렀을 때의 한숨과 비슷하다. (핑클 멤버들과 고호경은 좋아합니당.)




2003/12/12 21:28 2003/12/12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