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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야기) 그 여자 (6) 2010/09/28
  2. (이야기) 보름달 소원 (4) 2010/09/23
  3. 이야기 (21) 2009/01/17
  4. 대화 (10) 2008/05/23
  5. 이야기 2005/04/25


그 여자





내 꿈속엔 사람이 살아요.
내 꿈 안에서 누가 살고 있다니까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몰라요. 대체 언제부터 내 꿈에서 살기 시작한 건진 모르겠어요.

어느 날, 꿈을 꿀 때마다 그 여자를 보게 된다는 걸 알았어요.
꿈을 꿀 때마다 그 여자가 나를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어요.

그 여자는 당연하다는 듯 내 꿈에 존재해요.

내가 꿈에서 거리를 걸으면, 그 여자는 길 모퉁이에 서서 나를 보고 있어요.
내가 꿈에서 장을 보면, 그 여자는 저만치서 다른 걸 사는 척하며 나를 흘끔거려요.
내가 꿈에서 바다로 가면, 그 여자는 해변 한쪽에서 조개껍질을 줍다가 나랑 눈이 마주쳐요.
내가 꿈에서 집에 틀어박혀 종일 빈둥거리면, 그 여자는 방 한쪽에 우두커니 앉아 나를 바라봐요.

비현실적인 꿈을 꿀 때도 마찬가지예요.

꿈에서 괴물이 나타나 미친듯이 도망칠 때도
꿈에서 화산이 폭발해 도시가 용암에 잠길 때도
꿈에서 아무 장비 없이 온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때도
꿈에서 주위 사람들이 모두 죽고 나 혼자 남은 순간조차도
그 여자는 꿈 한쪽에서 나를 보고 있어요.
말 없이 서늘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어요.

참 지랄맞게도, 나는 꿈을 자주 꾸는 사람이에요. 매일 밤 꼬박꼬박 꿈꾸는 것으로 부족해서
하룻밤에 두 세 번씩 꿈꿀 때도 있는 사람이에요.
대체 누구인지, 왜 내 꿈에서 살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꿈에서의 나는 어쩐지 그 여자에게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게 돼요.

아, 씨……. 무서워요.

내 얼굴, 볼품 없이 퀭하죠? 밤마다 아주 미칠 것 같아요.
그 여자, 그 표정, 그 눈빛은
내가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게 분명해요.
매일 밤 확인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내 꿈속에서 사는 주제에, 내 존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라구요.
내 꿈에서 나를 쫓아내고, 자기가 주인이 되고 싶어하는 거라구요.

잠을 자지 않으려고 노력해 보기도 하고, 깊이 잠들면 꿈꾸지 않는다기에 수면제를 먹어보기도 했지만
모두 효과 없었어요. 나는 결국 잠이 들고, 잠만 들면 꿈을 꾸어요.

그래서 나는 지금, 악몽을 꾸게 한다는 노인을 찾아가고 있는 거예요.
들어 본 적 있어요? 그 노인 옆에서 자면 누구든 악몽을 꾸게 된대요.
옆에서 자는 것만으로 평생 상상해본 적도 없는 끔찍한 꿈을 꾸게 된다는 거예요.
그런 노인을 제발로 찾아가다니 미쳤다구요? 모르는 말씀이에요.
그 여자가 못 견디고 제 발로 내 꿈을 떠날 때까지, 무시무시한 악몽을 꿀 거예요.

나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요.







2010/09/28 06:50 2010/09/2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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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름달 소원





 내일은 추석입니다. 우리집은 큰집이라 삼촌네 식구들과 막내 고모가 우리집에 왔어요.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얼마나 왔는지 몰라요.

 "자동차가 아니라 배를 타고 온 기분이야."

 삼촌이 오자마자 꺼낸 말입니다.

 "내 평생 이렇게 비 많이 오는 명절은 또 처음이네."

 삼촌의 말에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내 평생에도 처음이로구나."

 사촌언니들은 차를 타고 오면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 어땠는지 크게 떠들었어요.

 "장난이 아니었어! 길이 아니라 바다야!"

 "차들이 떠다녔어요! 지나갈 때마다 물이 파바박!"

 나는 종일 집안에 있었지만, 텔레비전 뉴스로 언니들이 말한 광경을 보아서 알고 있었지요. 사람들의 무릎까지, 허벅지까지 물에 잠긴 곳도 있던데요. 언니들은 잔뜩 들떠서 계속 떠들었지만 할머니는 삼촌을 혼내셨어요. 이렇게 궂은 날 무리해서 왔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잠시 꾸중하시고는 이내 식혜를 내어 오셨어요.

 "친구 자취방에 물이 들어왔다네."

 대학생인 고모는 친구와 한참 통화하더니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했어요.

 "다른 애들이 도와주러 가긴 했다는데, 물을 퍼내도 계속 들어오나봐. 고향에 가는 것도 취소했대. 추석 전날에 이게 무슨 일인지……."

 어른들은 뉴스를 보며 피해 입은 사람들을 걱정했습니다.

 "저 사람들은 명절도 제대로 못 쉬겠구나. 얼마나 속상할 거냐."

 "아이고, 저 물건들 다 물에 잠긴 것 좀 봐. 저걸 어째."

 사실 나는 그때 언니들과 함께, 고모가 데려온 강아지 멍구와 노느라 바빴어요. 고모는 학교 앞에서 혼자 살다가 얼마 전부터 강아지를 길러요. 그런데 빈 집에 며칠씩 강아지를 혼자 둘 수 없다고 데려온 거예요.

 "고모! 멍구 과자 줘도 돼?"

 "안돼!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아무 거나 주면 안 돼."

 "그럼 사료 어딨어? 우리가 사료 줄게, 고모."

 "사료는 정해진 시간에 줘야 돼. 시간 되면 알려 줄게."

 아직 어리다는 멍구는 천둥 소리가 무서운지 우르릉, 꽝! 천둥이 칠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 고모를 찾아다녔어요. 모두들 그런 멍구를 보며 깔깔 웃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나도 천둥 소리가 무서웠어요. 몇 시에 칠 건지 미리 알려주고 치면 덜 무서울 텐데, 방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꽝! 울리니까 화들짝 놀라게 되는 거예요. 이 얘기를 했더니 고모가 나를 창문 앞으로 데려갔어요.

 "고모는 천둥이 언제 칠지 미리 알 수 있지롱."

 "정말?"

 "조금만 기다려 봐."

 나는 고모 옆에서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어요. 잠시 후에 고모가 말했습니다.

 "이제 천둥이 칠 거야!"

 우르릉, 꽈광!

 와, 나는 너무 놀랐습니다. 고모는 어떻게 천둥이 칠 것을 미리 알았을까요? 우와, 우와- 감탄하자 고모가 비밀을 알려주었습니다.

 "번개가 먼저 치고, 그 다음에 천둥이 오는 거야. 밖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번쩍! 번개가 치면, 곧이어 금방 천둥이 따라오는 거지."

 "왜?"

 "걔들은 한 세트거든."

 왜 한 세트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고모 말이 맞았습니다. 나는 창문 옆에 붙어 서서 번쩍! 번개가 칠 때마다 재빨리 언니들에게

 "천둥 친다!"

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때마다 언니들은 멍구를 끌어안았습니다. 엄마와 숙모는 강아지는 그만 만지고 손을 씻어야 송편 만드는 데 끼워 주겠다고 외치셨어요.
 

 *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았습니다. 어제 그렇게 내리던 비는 밤사이 뚝 그쳐 있었어요. 우리는 차례를 지냈습니다. 차례상에 돌아가며 절을 하고 음식을 나눠 먹었어요. 삼촌네 식구들은 숙모의 엄마 아빠를 보러 간다고 떠났습니다. 다행히 고모는 하루 더 자고 간댔어요. 내가 좋아서 배시시 웃으니까 고모가 말했습니다.

 "너, 고모가 아니라 멍구가 하루 더 있어서 좋아하는 거지?"

 고모는 쪽집게예요. 나는 혓바닥을 낼름 내밀며 웃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우리 가족은 밖으로 나왔어요. 물론 멍구도 같이 나왔습니다. 어제 그렇게 겁쟁이처럼 웅크리던 멍구는 오늘 밖에 나오니까 아주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었어요. 바람이 조금 찼지만, 날씨는 좋았습니다.

 "올해 추석엔 달을 못 볼 줄 알았더니, 환하게 떴네."

 엄마의 말에 하늘을 보니, 우와! 정말 커다란 달이 떠 있습니다. 환하고 둥근 보름달이에요.

 "자아, 소원을 빌자. 추석날엔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 거야."

 할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식구들은 다들 마음속으로 소원을 비는지 조용해졌어요. 아아, 그런데 나는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금방 끝내셨어요.

 "나는 다 빌었다."

 "벌써요?"

 "평생 소원을 하도 많이 빌다 보니까, 평소에 요약이 잘 돼 있어서 금방 나온다."

 할머니 말씀에 모두 깔깔 웃었어요. 하지만 나는 여전히 소원이 잘 떠오르지 않아요.

 '저희 가족 건강하게 해 주시구요, 멍구 같은 강아지 기르게 해 주시구요…….'

하니까 콕 막힙니다. 달님이 소원을 들어준다는데, 더 많은 소원을 빌어야 하지 않겠어요? 내가 소원을 다 빌기도 전에 식구들이 이만 들어가자고 할까봐 마음이 좀 조급해졌어요. 할머니는 소원을 다 빌었다면서도 계속 달님을 쳐다보다가 말씀하셨어요.

 "아무래도 오늘 보름달을 보라고, 하늘님이 어제 서둘러서 구름을 비웠나 보다."

 고모는 오오오- 하면서 할머니를 보며 웃었어요. 나는 드디어 소원 하나를 더 빌었습니다.

 '내년부터는 미리 미리 조금씩 나눠서 구름을 비워 주세요.'









2010/09/23 02:39 2010/09/23 02:39

간밤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대책없이 울던 나를 그냥 쓰다듬어 주어서 고마워.

내가 그랬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아직도 이 생에서의 내 포지션이 무언지 찾지 못했다고.
그걸 영영 깨닫지 못한 채 '어어어어…' 엉뚱한 짓만 하다가 죽는 건 아닐까
조급하고 불안했어.

오늘 문득 생각했어.
오래 전부터 내가 하고 싶던 것은 결국 '이야기'더라.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거리로 나가 말로 떠들든
방식이 무엇이든 간에 나는 결국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나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어.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밤의 눈물 만큼이나 많더라.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겠어.




2009/01/17 19:49 2009/01/1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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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3 02:48 2008/05/23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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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야길 해야 한다.

예전엔 많은 이야길 하고싶다고,

그런데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슴에 꼭꼭 담아둔 말들

언제 꺼낼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언젠가 내가 겪은 이야기

들려주고 싶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처럼

당신도 살아 있으란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2005/04/25 06:39 2005/04/25 0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