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화분에 얼굴을 묻고
이상희
세상을 빠져나가려는 중이야
쉬잇 내 말을 들어봐
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다, 시, 는, 돌, 아, 오, 지, 않, 는, 다
다신 돌아와도 찾을 수 없도록
도와줘 데이지, 내 얼굴을 먹어줘
내 의자와 찻잔을, 이름과
구두를 삼키고 동그란 꽃봉오리를
단단히 오므려버려 숱한 풀꽃더미
사이로 숨어버려 새 주소에도
검은 새떼가 그림자를 떨어뜨렸어
포크레인이 앞산을 퍼먹으며
뿌리 없는 나를 향해 다가오고 창문을
열면, 녹슨 모래언덕이 무너질 듯
데이지, 그런데 난 돌아오고
싶을 거야 야수와 포옹할 미녀를 기다리며
끝없이 기나긴 불안의 끄나풀이 되고 말거야
도와줘 데이지, 돌아올 수 없도록
내 생의 사진들을 먹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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