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자꾸 따라와요
이상국
어린 자식 앞세우고
아버지 제사 보러 가는 길
―아버지 달이 자꾸 따라와요
―내버려둬라 달이 심심한 모양이다
우리 부자가 천방둑 은사시나무 이파리들이 지나가는 바람에 솨르르솨르르 몸 씻어내는 소리 밟으며 쇠똥냄새 구수한 판길이 아저씨네 마당을 지나 옛 이발소집 담을 돌아가는데
아버짓적 그 달이 아직 따라오고 있었다
*
쉴 틈 없이 단숨에 읽히는 셋째 연을 보며 가슴에 바람이 살랑, 이는 듯 했다. 솨르르솨르르 몸 씻어내는 소리를 내는 은사시나무 이파리들이 보인다.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기도 하고 잎새 하나 하나가 수묵화의 한 쪽처럼 농담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잎새 사이로 아버지와 아들이 내려다보인다. 잎새 떠는 소리가 시원하다. 소리 사이로 부자의 대화가 간간이 들려온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내가 달이 되어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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