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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27
전화통화를 하던 서지는 '하고싶은 일을 해야 하는 건지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건 우리가 친구로 지내온 기간-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내내 고민한 주제였다.

하고싶은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믿음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생활이 곤란하다는 현실 앞에서 체념하기도 했고
믿음을 갖고 살아가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고
자극을 받아 접어두었던 꿈을 꺼내 펼쳐보며 용기를 얻기도 했고
하지만 역시나 돈이 없으면 안 된다며
언젠가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 먼저 돈을 벌어두는 거라 자위하기도 했다.

세상은 온통 뒤집혀야 한다고 몇 번이고 강조하며 두 눈을 반짝이던 화가는
지금 아르마니 수트를 입고 패션지 화보에서 환하게 웃고,
음악만으로도 살 수 있다고 다짐하던 밴드 멤버는
음악하는 데 필요한 돈도 없다며 장사에 뛰어들었다.
나는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씁쓸함이
나를 변명하는 데 필요한 안도감이 되지는 않았으면, 하고 불안해했다.

우리가 단지 돈을 벌려고 태어난 건 아니지 않냐고
생존 자체가 목적인 삶을 살진 말자고 술잔을 기울이다 돌아서서
백화점에 걸린 코트 한 벌에 꿈과 바꾼 돈을 쉽게 지불하고
다시 그 돈을 벌기 위해 살아온 나의 이십대.
그리고 돈, 돈, 돈이 웬수라고 말하는 것으로
게으름과 꿈을 바꾸었다는 사실만큼은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스물 아홉 살.




2006/02/27 16:48 2006/02/27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