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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화전 - 이문재 2001/07/14
  화 전

                        이문재



  나, 잡목 우거진 고랭지
  이 여름, 깊은 가뭄으로 흠뻑 말라 있으니
  와서, 와서들 화전(火田)하여라
  나의 후회들 화력이 좋을 터
  나의 부끄러움들 오래 불에 탈 터
  나의 그 많던 그 희망들 기름진 재가 될 터
  와서, 북 장구 꽹과리 징치며
  불, 불질러, 불지름으로써 파종하여라
  매캐한 공기의 현을 뜯으며 뻐꾸기 울면
  내 잘못들에 뿌리박은 수박 속 붉어지고
  배추 속 하얘지며 부풀어 오르면
  고랭지에 빽빽한 한 여름 땡볕
  맨 아래, 나, 분지처럼 누워 있는 것이니

  한때 나의 모든 사랑, 화전이었으니
  그대 만난 자리, 늘 까맣게 타버렸으니
  서툴고 성급하게 타작해
  뒤돌아보지도 않고 다른 숲을 찾아
  달려, 달려가고 해왔던 것이니
  이 맨 처음의 여름, 이 깊고 높은 고랭지
  내 바짝 마른 몸에 화전하거라
  나 열심(熱心)으로 불에 타, 물, 물을 품으리니

  여름의 열음들을 열리게 하리니
  와서, 활활, 나를 화전하여라







*
여름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여름에 힘이 솟는 건 태양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모든 게 탈수증에 걸려 말라붙고 지치며 늘어지는 듯 했다. 여름은 어린 아이가 시들해진 가로수에 자기가 마시던 코카콜라를 붓게 할 만큼 모든 걸 볼품 없게 만든다고 믿었다.

지금도 여름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그러나 간혹, 마음 한 구석에 화전의 풍경이 떠오른다. 어느 잡지에서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북 장구 꽹과리 소리가 가득 들려오는 듯 했다. 아직 채 타지 않은 숲 사이를 빠르게 뛰어다니며 우는 내 모습이 보였다. 차마 소리내어 지르지 못해 목젖에서 꺽꺽거리는 외침도.... 마치 환각 상태에 빠진 기분이었다.

한참 후에 다시 이 시를 찾았더니 대폭 간결해진 아래 버전이 보였다. 수정하여 재발표한 것 같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처음에 읽은 위엣 버전을 더 좋아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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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14 15:34 2001/07/1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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