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해당되는 글 2건

  1. 부장 2006/03/30
  2. 잡담 2006/01/19

화창한 봄 날씨를 내다보며 따분해하고 있는 오후에 회사로 전화가 걸려왔다.

 "장미영 부장님이시죠?"

모르는 목소리다. 그런데 부장님 운운하며 농담을 건네는 걸 보니
안면이 아예 없는 사람은 아닌 듯 싶다.
그러나 친하지 않은 사람의 느닷없는 농담에 관대하지 않은 지라
냉담한 어조로 응했다.

 "누구시죠?"

 "ㅇㅇ은행입니다."

아 재미까지 없어. 더 냉담하게 대꾸했다.

 "그런데요?"

 "다름이 아니라 내일 오전에 저희가 장미영 부장님 회사로 찾아가서
 직원들에게 몇 가지 상품을 소개하려 합니다.
선물도 드리구요.
 괜찮을까요?"

캑. 누군가의 장난이 아니라 진짜 은행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상품 소개란 말보다 '선물' 이란 말에 혹한 나는 덜컥 '괜찮습니다' 라고 해버렸다.
그러나 이어지는 상대방의 말.

 "직원이 몇 명 정도 되나요? 저희 직원이 가서 모두에게 설명을..."

순간 전직원을 앞에 놓고 상품 소개를 하는 은행직원과-
그 옆에서 내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저기 제가 일개 직원 주제에 부장 행세를 해서 설명회를 열어도 좋다고 승낙했는데
 다들 바쁘신 것은 알지만 잠시만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선물도 준다잖아요'

라고 변명하는 광경이 그려졌다. ......두려웠다. 그래서 말했다.

 "다 함께 설명을 듣는 건 불가능하겠는데요.
 부서가 네 다섯 명씩 나뉘어져 있습니다."

 "아 그런가요? 그렇다면 내일 말고, 다음 달에 아주 싹싹한 여직원을 보내서
 (그룹 별) 설명을 하라 해야겠군요."

다행이다. 그런데 어디서 내 연락처를 봤기에 '부장'이란 되도않는 정보를 얻은 걸까.

 "그런데 제 연락처는 어떻게 아셨나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제가 정보수집능력이 뛰어납니다.
 너무 깊이 알려 하지 마세요, 다치십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기어이 내가 부장이 아니라는 말은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달에 전화가 다시 오면 목소리를 바꿔
'장미영 부장은 회사 돈을 횡령하고 도망갔다' 고 해야겠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부장으로 둔갑하게 되었나.




2006/03/30 18:07 2006/03/30 18:07
Tag // ,
1.
브랜드들의 대대적인 시즌오프 기간.
많게는 7-80%까지 할인된 가격의 옷들을 보며 즐거운 마음으로 장바구니를 열심히 채우지만, 나중에 총합 가격을 보곤 화들짝 놀라 눈물을 흩뿌리며 하나 하나 덜어낸다. 그러나 이번에 안 사면 다음엔 이 가격에 절대로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옷들은 지출을 감수하고라도 사게 되어서, 결국 옷장은 빵빵해지고 통장은 홀쭉해진다. 가끔 은행에 가면 은행원들이 내 통장잔액을 보고 '뭐 하는 앤데 저 나이에 잔액이 이것뿐이람' 이란 생각을 하진 않을까 지레 뜨끔할 때가 있는데, 오늘도 내 통장에 잠시 넣어둔 엄마의 돈을 출금하는데 은행원 언니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이 돈, 다른 은행에 예금하시려구요?"
"아뇨, 누구 주려구요."
"......그럼 이 돈, 다시 들어오나요?"
"......아뇨."

어쩐지 다시 또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 머쓱하게 웃고 돌아섰다.



2.
내가 돈에 대해 얼마나 희미한 인간인 지 아는 사람들은 비웃겠지만, 사실 사업은 언젠가 꼭 하고싶은 것 중 하나다. 분식집도 하고 싶고 술집 마담도 되어보고 싶고 매니악한 책을 펴내는 출판사도 하고 싶고 옷 장사도 하고 싶다. 아이템이 뭐가 되었든 스스로 무언가 막 일을 벌여 진행하고 싶은 생각이 큰데. 나중에 쫄딱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삼십대엔 꼭 도전해보겠다고 다짐 중이다. 물론 지금 가진 돈으로는 시작도 하기 힘들겠지만.

아무튼 무슨 장사를 하던 간에- 노나 리브스 음악 같은 아이템을 다루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다짐 치고는 대책없이 막연한 소리지만. 듣는 순간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노나 리브스 같은 무엇.을 하고 싶다. 내 영어 이름은 Nona Jang인데- 이것도 노나 리브스처럼 즐겁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은 이름.



3.
지금까지 인생의 대부분을 살았던 용산구, 짧기만 한 송파구 생활을 거쳐 다음 주부터는 중구민으로 살아간다. 일요일에 이사할 예정. 근처의 중학교를 다닌 까닭에 많이 낯설진 않을 거라 짐작했는데, 졸업하고 십 년도 지나 다시 가본 동네는 온통 뒤바뀌어 있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사할 집은 어쩐지 마음에 든다. 엄마는 처음 집을 보러 갔을 때 집 자체에 반했다기 보다 거실에 놓여 있는 유아용 미끄럼틀에 반한 모양이고, 나는 그 집 어린 여자아이가 안방 침대에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모습에 반했으니- 그 집을 선택한 이유도 내가 노나 리브스 같은 사업을 하겠다는 다짐처럼 얼토당토않긴 마찬가지네.

어쨌든 이사를 계기로 우리 가족에게 뭔가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하고 막연히 바라고 있다.



4.
최작가, 카툰 그릴 시간에 이런 잡담이나 쓰고 있어서 미안해욜 ;ㅅ; 아휴 이걸 어째;;




2006/01/19 21:07 2006/01/19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