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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센터 (16) 2009/03/11

유화와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1. 유화
대학 전공이 섬유공예라서 회화 작업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학교에서 주로 배운 건 각종 염색 기법과 타피스트리(직조) 등등.
미대 입시할 때도 석고 뎃생과 포스터칼라 물감 구성이 전부였는데 그나마 난 실기에 통 소질이 없어서; 농담으로 '수능 성적으로 대학 갔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그럼 또 내 그림 실력 보곤 다들 수긍한다. 캑.) 내 회화 실력은 미대 출신인 걸 감안하면 정말 젬병에 속한다. 그래도 어찌어찌 그림 그려서 먹고 살곤 있지만은.
여하간 예전부터 꼭 그리고 싶은 몇 장면이 머릿속에 있는데 그것들이 다 유화로 그려야 구현이 가능한 것들이라
언젠가 유화를 배워서 꼭 그려내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 어디서 어찌 배우나 고민만 하며 정작 시작하진 않던 차에
백화점 문화센터라는 게 떠올랐던 것이다.
백화점이라면 할인 매대, 혹은 지하에 있는 상설 할인 매장 같은 곳만 친분-_-이 있었는데
문화센터 전단지를 펴들고 그 많은 강좌 목록을 살피다 보니 우왕~ 문화센터 짱. 종목도 많고 가격도 착하고. 그만 반해 버렸다.

하여간 그래서 유화반을 신청해서 지난 주부터 출석하기 시작했다.
이번 주부턴 드디어 유화 도구를 손에 잡는다. 그럴 생각에 몹시 두근두근하다.
첫날, 정말 오랜만에 이젤 앞에 앉아 연필을 쥐었을 때도 그렇게 두근거렸다. 첫시간엔 직육면체, 삼각뿔 같은 석고상을 앞에 놓고 연필 뎃생을 해보랬는데
빈 종이에 삭삭삭삭, 석고를 그리고 있자니 입시할 때 생각도 나고.
지난 달 월간지 마감 때였다. 서지랑 통화를 하면서 "마감은 코앞인데 그려야 할 분량이 산더미"라고 한숨을 쉬자 서지가 그랬다.
"할 수 있어. 야, 우리 입시할 땐 세 시간 네 시간만에 2절지 한 장을 다 채웠는데. 그것도 했는데 지금 그 일을 다 못하겠냐."
순간 아 맞다 그랬지, 하며 허허 웃었다. 덕분에 마음도 조금 편안해졌고. (아, 쓰다보니 서지가 참 좋은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들 열심히 쏙쏙 받아들여서, 이제 유화를 한 번 그려보자.
그리고 언젠가는, 내내 머릿속에만 떠올려온 장면들을 고스란히 캔버스에 옮겨야지.


2. 기타
몇 년 전 기타를 배우려고 기타 학원에 등록했었다.
그땐 일렉기타가 멋져 보였을 때라 일렉기타 수강 신청을 했는데, 신청하자마자 곧 회사를 관두고 어쩌고 하는 통에 제대로 다니질 못했다. 학원 기타로 기타줄 치는 연습만 하다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 문화센터 강좌목록을 훑다보니 어쿠스틱 기타 강좌가 눈에 들어온 거다.
결국 기타반까지 등록했다. 그리고 중고 까페를 샅샅이 훑으며 마음에 드는 기타를 발견, 싸게 샀다.
직거래로 기타를 구입하기 전날 밤,
드디어 '내' 기타를 처음으로 갖게 된다- 는 생각에 들떠서 잠을 다 못잤다. 당일 아침에도 일찍부터 눈이 번쩍. 기타, 오오 기타, 내 기타.
기타를 손에 넣고, 집에 돌아와 애지중지 만져보고, 오늘 처음으로 배우러 다녀오는 길에도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이렇게 유화와 기타로 내내 설레고 있다가 문득 생각했다.
올해 내가 우리 나이로 서른 둘인데 너무 여고생처럼 들떠있나 싶어 잠깐 쑥스럽다가도
아니야, 용케 참 잘 설레고 들뜨고 신나는 거다, 했다.
어머니 아버지뻘 되는 문화센터의 다른 수강생들도 모두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걸음했겠지.
설레는 이들 가득한 문화센터에 축복 있으라.




2009/03/11 19:30 2009/03/11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