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주부들'에 해당되는 글 1건

  1. 마주치다 (10) 2008/09/13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에피소드.
이혼한 전남편의 "다시 시작하자"란 고백을 들은 수잔은 무척 환한 표정으로
"이럴 수가. 오 맙소사, 정말 기쁘다." 하고 반응한다.
난 그 다음 순간 수잔이 ".............내가 이렇게 말할 줄 알았냐? 이 바보 멍청이야!"
라고 퍼붓지 않을까 상상했는데, 그건 너무 구식 유머였나. ㅎㅎ 수잔은 그 대신 이렇게 말한다.
"행여나 당신이 그런 말을 꺼내면 어쩌나 두려웠는데,
막상 이렇게 들었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잖아! (그래서 기뻐)"
그리고 수잔은 전남편에 대한 감정이 조금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기쁜 마음으로
한걸음에 마이크에게 달려가 키스한다는 내용.
볼 때는 아 그렇구나, 저런 기분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정도였는데

어제 그애와 마주쳤다.
의외의 장소, 의외의 시각이었고
주위가 너무 어두워서 긴가민가 했지만 맞는 거 같았다.
그애가 날 보았는진 모르겠지만 난 그애를 보았는데
그동안 행여 언제라도 마주치면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상상하던 것과 다르게
의외로 나는 괜찮았다. 정말이야.
물론 놀라긴 했지만 어느 정도였냐 하면
길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한 순간 느끼는 "휴우... 넘어질 뻔 했네." 하는 기분.
딱 그런 정도의 기분이었어.
그리고 잠시 후에 어쩌다 길이 또 겹쳐서 다시 맞닥뜨렸는데
그렇게 지나친 후에도
그냥 그랬던 거다.
난 정말 괜찮았다.
어제 그애가 진짜 그애였든 내가 잘못 본 거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그게 미움이든 뭐든 마음 한쪽에 삐죽삐죽 나와있던 실밥이
어느새 정리된 거란 생각이 들어서, 무척 홀가분했어.
별 거 아닌 일로 유난 떤다고 해도 좋아.
난 이런 일로 굳이 기뻐하고 싶다.




2008/09/13 16:57 2008/09/13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