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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웨딩 촬영 2005/04/07
회사 기획자 한 분이 다음 달에 결혼을 한다. 오늘 저녁 식사를 하며 그녀의 웨딩 촬영 모습이 담긴 사진을 구경했는데, 워낙 참하고 다소곳한 전형적인 한국 여인상인 까닭에 드레스 입은 모습도, 한복 입은 모습도 아름다웠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 내가 결혼이란 걸 하게 될 지 당췌 모를 일이지만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나도 웨딩 촬영을 하게 될 텐데, 아무리 떠올려봐도 '그림' 이 나오지 않아 갑자기 심란해졌다. 까맣고 덩치 큰 나는 드레스는 둘째치고, 한복은 더더욱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아한 자태는커녕 귀여운 모습도 포기. 그래서 '나는 섹시함으로 승부하겠다' 며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입술을 내밀고 "우~" 하는 포즈를 취했는데, 코미디로 보였는지 모두 웃었다. -_-그마저 성공할 가망성은 낮아 보이나 적어도 '단아함'이나 '우아함'을 지향하다가 실패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건데.








먼 훗날, 나는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 알 수 없는 어느 해질 무렵. 내 아이와 남편이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공원의 산책로를 다정하게 거닐고 있다. 남편은 우리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아이에게 들려주고 있는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어느덧 아이의 어깨에 인자하게 손을 얹겠지. 그리고 지난 날을 회상하니 목이 메이는 듯,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할 거다.

"......그 때 네 어머닌 참 섹시했단다."




2005/04/07 23:15 2005/04/07 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