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에 해당되는 글 5건

  1. 결국 (8) 2009/04/06
  2. 웃음 2005/12/19
  3. 쉽게 쉽지 않게 2005/07/05
  4. [Hello Dodaeche] 11 : 웃음 2005/05/01
  5. 감정 표현 2004/04/16

1. 똑같아 
다 쓴 수첩을 뒤지다 발견한, 언젠가 쓴 (무려)시조.
  관심 있는 저 남자는 아웃 오브 안중이고
  보기 싫은 이 남자는 아까부터 껄떡대네
  이러다 마흔 되어도 같은 탄식 하려니.


꽥!


2. 돈
그리고 이건 며칠 전 밤, 잠들기 전 누운 채로 떠올린 짧은 시(???).
  돈아, 너는 왜 나한테 안 오니. 나한테 오면 금방 써 버릴 걸 알고 안 오니.
  돈아, 아아 돈아, 너 정말 얄밉다. 너 때문에 나는 요즘
  다이소에 갈 때나 기운 난단다.



3. 로또
그래서 나의 애절한 마음을 돈님이 드디어 헤아렸는지, 어제 로또에 당첨되긴 했는데
다음 번엔 오천원보다 더 넉넉한 풍채로 와 주십시오.


4. 웃음
며칠 전이었다. 영화를 보고 상영관을 나서면서 핸드폰을 켜니 연락 바란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일했던 모처였다. 전화를 거니 고료를 입금했다는 거다. 예상보다 빠른 입금이었다...! 기분이 좋아서 껄껄 웃기 시작했는데, 너무 크게 웃은 바람에 그쪽 사무실 안에 웃음소리가 다 들렸단다. 그래서 거기 직원들이 다 함께 웃고 있다는 얘길 듣고, 그게 웃기기도 하지만 민망하기도 해서 계속 껄껄껄 웃다가 페이드아웃처럼 웃음소릴 줄이며 전화를 끊었다. 이것 참.


5. 결국
이십대에 나를 괴롭히곤 했던 술, 남자, 돈.
요즘 술은 멀리하고 있다만은
남자와 돈은 여전하구만.
'이러다 마흔 되어도 같은 탄식 하려니.'



2009/04/06 00:57 2009/04/06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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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방심해도 우울해지기 일쑤고, 그럼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될 때가 있기 때문에 자꾸 즐거운 것을 찾으려 한다. 다행히 나는 별 거 아닌 일에서도 웃긴 면을 곧잘 발견하고, 그래서 남들이 별 감흥 없을 때도 혼자서 신나게 웃을 수 있다. 웃을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웃는다. 최선을 다해 웃는다.




2005/12/19 18:42 2005/12/1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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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다 쉽게 피곤해하고, 전보다 쉽게 지친다.
귀가해서도 서너 시까지 자지 않던 습관은
자정만 되어도 잠자리를 더듬는 습관으로 변했다.

전보다 쉽게 단정짓고
전보다 쉽게 혐오하고
전보다 쉽게 싫증내고

전보다 쉽게 포기하고(싶어지고)
전보다 쉽게 생각하고(싶어하고)
전보다 쉽게 웃어주고(후회한다)

그리고
전보다 쉽게 바라지 못하고
전보다 쉽게 원하지 못하고
전보다 쉽게 꿈꾸지 못하고...




2005/07/05 19:54 2005/07/0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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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Dodaeche, 2001.10.1~2002.3.9 ⓒ도대체

2005/05/01 05:14 2005/05/01 05:14
어렸을 적 나는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였다. 기분 좋은 일이 생겨도 기쁜 티를 내지 않았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슬픈 티를 내지 않았다. 게다가 누군가 내 감정을 눈치챈 것 같으면 그게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나는 늘 의연하게(그걸 의연한 거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이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 찍은 사진에 나온 내 표정은 그래서 모두 똑같다. 나는 카메라를 향해 웃을 줄도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을 보고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내게 "사진 찍을 땐 좀 웃어라"란 말씀을 자주 하셨다. 졸업사진이 나온 날 아이들이 사진을 보겠다고 우우 하고 달려들자 담임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들 잘 나왔으니까 걱정 마. 미영이만 빼고."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그런 면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감정 표현을 잘 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웃길 수도 있었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 앞에만 가면 표정이 뻣뻣하게 굳었던 거다. 오죽하면 스무살 때 사귄 남자친구는 내게 "네가 남자냐"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이래도 음, 저래도 음. 나중에 그 친구는 노골적으로 까페 옆자리에 앉은 다른 여자를 가리키며 "저 여자 정말 애교 많다" 라는 말을 하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가 헤어졌던 것엔 그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그 친구의 생일을 함께 보내고 집에 돌아가던 길, 나는 그 친구의 등을 부여잡고 흐느끼기 시작했는데, 남자친구의 생일에 특별히 해 준 것도 없고 애교도 떨지 못하고 활짝 웃어주지도 못하는 내가 너무나 싫었다. 그런 종류의 자격지심에 시달리던 나는 어느 날 일방적으로 잠시 떨어져 있자고 이야기하고는 돌아서서 가 버렸다. 뒤늦게서야 다시 만나줄 것을 요구했지만 그 친구는 냉정하게 돌아섰고, 뒤늦게서야 울며 불며 내 감정을 이야기했지만 너무 늦은 일이었다.


내가 어느 누구의 앞에서도 잘 웃게 된 것은, 우습게도 학교 앞 커피숍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였다. 막 실연을 한 직후여서 무슨 일이라도 정신없이 해야 살 수 있을 것 같아 일하기 시작한 그 커피숍에서, 나는 나를 모르는 손님들이 뚱한 내 표정을 보고 기분 나빠하지 않기를 바래 억지로 웃으며 주문을 받았다. 웃으며 서빙을 하고, 웃으며 계산을 했다. 고작 한 달 반을 일했을 뿐인데 그곳을 나온 뒤에도 나는 웃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사람이란 게 워낙 단순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다 큰 상태였기 때문에 학습 속도가 빨랐던 것인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그 때부터 놀랄만큼 잘 웃을 수 있게 되어 버렸다. 여기서도 하하, 저기서도 헤헤. 사람들은 나를 유쾌한 사람으로 생각했고, 곧잘 웃기기도 잘 한다고 이야기했다. 워낙 웃어대니 자기를 좋아해서 늘 웃는 것이라 생각해 용감하게 대시한 남자들도 생겼다. 본의 아니게 착각을 하게 만든 것이 무척 미안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때 내가 워낙 잘 웃었기 때문에, 그들과 대화할 때면 언제나 잘 웃어주었기 때문에 오해를 할 수 있었겠다 싶었던 거지 그 당시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웃는 것 말고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서툴렀는데, 그 다음에 만난 사람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날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났던 그 사람은 그 여자에게 "미영이가 표현에 서툴러" 라고 말했고, 그 얘기를 내 남자를 뺏은 그 여자에게 직접 들었을 때의 기분이란, 그 여자가 술에 취해 "아무래도 임신한 것 같아" 라며 내게 안겨 울었을 때의 기분만큼이나 더러운 것이었다.


............라는 식의 길고 긴 글을 쓰려 했는데 더 이상 쓰기 싫어졌다. 귀찮기도 하고 다른 할 일이 생기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어릴 때와 달리 점점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해졌는데, 지금의 나는 오히려 감정을 숨기지 못해 걱정이다. 얼마 전 지금 다니는 회사의 한 분에게, 예전에 다닌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이야기를 듣던 분이 깔깔 웃으며 말씀하셨다. "미영씨 표정이 장난이 아냐! 감정을 그렇게 못 숨겨서 어떡해?" 난 그냥 얘기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을 하면서 얼굴을 무척 찌푸렸던 모양이다. 전 동료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드러내고 다녀야 좋을 것이 없는데 말이다.

요즘은 그렇다. 나는 웃는 것 뿐만 아니라 눈물도 잘 감추지 못한다. 가까운 친구라면 낫지만,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될 상황에서, 그러니까 어려운 상대 앞에서 글썽이는 것은, 어느 땐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야 마는 것은 정말이지 곤란하다. 그러는 순간 나는 상대방과 수평적인 관계가 아닌, 투정을 부리는 혹은 나약한 아랫사람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서운하다거나 슬프다거나 속상하다거나 하는 감정은 숨기는 게 너무 어렵다. 아니 어려워졌다. 나는 내 눈물을 통제할 수 없다.

어린 아이가 감정을 숨길 때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고, 아이다운 것은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하는 것이다. 반대로 어른이 감정을 있는대로 드러내면 사람들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어른은 어른스러워야 하고, 어른스러운 것은 감정을 적절히 숨길 줄 아는 것이다. 쓰다 말다 멋대로 끝을 맺는 이 글의 결론은 이렇다. 나는 아이였을 때와 어른인 지금의 감정 표현이 뒤바뀌어 버렸다는 것.




2004/04/16 17:58 2004/04/16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