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해당되는 글 8건

  1. 우울증 (10) 2009/02/16
  2. 산다 (6) 2009/02/15
  3. 슬럼프 2005/11/24
  4. 이름 2005/08/22
  5. 성북동 개들 2004/10/31
  6. 한계 2003/12/03
  7. 우울 2002/09/26
  8. 우울증 2002/03/10


며칠 전 대화.

"난 심하게 우울해본 적이 없어서. 우울증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 건지 몰라.
우울증에 걸리면 어때요?"

"저는 일단 초기에 잠이 늘기 시작했어요.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콱 잠을 자 버리는 거더라구요. 자고, 또 자고, 너무 자서 머리가 아픈데도
눈을 뜨고 현실이 그대로란 걸 확인하곤 다시 잠을 청해 버렸어요."

"엥, 나 같은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수도 없겠네.
난 해야 할일이 많아서 그렇게 잘 시간도 없어. 그랬다간 망하지."

"맞아요, 망해요. 해야 할 일을 모두 피하니까 망하죠. 저도 그때 망했어요.
망한 게 괴로워서 또 자고."




2009/02/16 16:50 2009/02/16 16:50


슬픔과 우울증은 죽지 않기 위해 치르는 홍역. 그러니 슬픔 자체를 슬퍼하지 말고, 우울증 자체를 우울해하지 말고
어떻게든 뚜벅뚜벅 조금씩 살자.




2009/02/15 18:48 2009/02/15 18:48
그러니까 얼마 전부터- 굳이 따져보자면 한 2주쯤 됐나. 그보다 더 됐나.
슬럼프가 찾아왔다. 아, 진짜. 의욕이라곤 눈꼽만큼도 들지 않는 그런 거 말이다.

회사 사이트 업데이트를 매주 꼬박꼬박 해야 하는데 혼자 하고 앉아 있자니 씨발, 하고 욕이 나오기 시작했다. 뭐 쓸까 생각하고 생각나면 글 쓰고 청탁할 사람 찾아 연락하고 청탁한 글 안 들어온다고 열받아 하고 글 들어오면 내가 쓴 거랑 그것들이랑 웹에 올리려고 이미지 만들고 매일 바뀌는 사이트 롤링 페이지 기계처럼 만들어 서버에 올리고 그리고 이런 일들만 있을 리가 없으니 알파에 베타 플러스.

사이트 열고 처음엔 주말에 밤새서 월요일 오전에 짠- 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나름 즐겁기까지 했는데 점점 지치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지난 주말-이번 주초엔 퓨즈가 나가 버렸다. 그래서 새로운 주가 돌아왔지만 업데되지 않은 메뉴가 왕창 생겼고, 이렇게 될 줄 뻔히 알면서 나는 손을 놓고 있었고, 뭔가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으로 월요일을 맞이했다.

일에서 비롯된 우울증은 점점 더 악화되어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이냐- 란 생각까지 하게 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더 우울해졌고, 심지어 어제는 너무 우울해서 -회사엔 몸살이 났다고 했지만 사실은 우울해서였다- 출근도 안 했다. 그렇다고 집에서 허브차를 마신다거나 가벼운 산책을 했다던가 하는 식으로 우울함을 개선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종일 누워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오늘 회사에 출근해서도 그다지 나아질 것이 없었다. 아래는 오늘 주고받은 대화의 일부다.

 실장님 "좋은 노래 있는데 틀어줄까?"
 나 "싫어요."
 안(동료) "우리 사다리 타서 아이스크림 사오기 할래요?"
 나 "싫어요."
 실장님 "저녁으론 뭔가 맛있는 걸 먹자."
 나 "싫어요."
 안(동료) "난 먼저 퇴근하지롱. 이 기자를 만나러 가요."
 나 "이 기자는 또 어떤 여자야?"

아... 글로 써놓고 나니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인간답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 급기야 안(동료)이 "대체 씨는 행복한 거예요. 이런 땡깡 우리가 다 받아주잖아요." 라고까지 했는데,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지만 찔린 걸 들킬까봐 모르는 척 했다.

그나저나 늦은 밤부터 우울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 것만 같다. 의욕이 다시 생기는 것 같다고나 할까. 물론 이 의욕이 내면 깊은 곳에서 순수하게 생성되었다기 보다, 이런 식으로 계속 동태처럼 일하다간 짤리는 순간이 올 수 있겠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어쨌거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시 의욕을 불살라 보자. 싶다.


[덧붙여서]
1. 기념으로 집에 오는 길에 우유랑 오징어숏다리를 사 와서 귤이랑 같이 먹었다. 맛있다.
2. 한창 우울한 심정을 물질로 보상받겠다는 듯 쇼핑몰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놓은 상품들은 어떡하지? 그냥 삭제하면 되겠지만, 다시 보는 순간 정말 사랑에 빠지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아악 누가 나 대신 장바구니 좀 비워주세요 흑흑




2005/11/24 02:21 2005/11/24 02:21
1.
우울증이 다시 또 습격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우울함이 찾아오면 아무나 붙잡고 나 지금 우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누구에게도 연락 같은 거 오지 않고 조용히 혼자 있게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같이 든다.
항아리 안에서 날 꺼내줬으면 하고 소리치고 싶지만
누가 이 안을 먼저 들여다 보고 안부를 물어올까봐 신경 쓰는 그런 마음.



2.
내 우울엔 이름이 없다.
나 혼자 우울이라 부르는 우울.
사춘기엔 사춘기 특유의 반항이라 불려졌듯
앞으로
내가 생리할 땐 생리 기간의 짜증으로 불려지고
내가 노처녀가 되면 노처녀 히스테리로 불려지고
내가 백수가 되면 백수의 자격지심으로 불려지고
내가 예술을 하면 괜히 뭔가 있는 척으로 불려지고
내가 성공하면 있는 년의 배부른 소리로 불려지고
내가 늙으면 노인네의 심통으로
간단히 불려질 우울.




2005/08/22 02:45 2005/08/22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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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집 개 몽실이. 주인 아줌마가 애지중지 어쩔 줄 몰라하며 사랑하는 개. 제법 작지 않은 몸집인데도 아줌마는 몽실이를 안고도 다니고 업고도 다닌다. 낯을 안 가려 누가 다가가도 꼬리를 흔들며 달려드는 등 애교 만점. 얼마 전 새끼를 네 마리나 낳았는데, 한 번만 보자고 몽실이에게 사정해도 절대로 보여주지 않고 컹컹 짖으며 경계한다.

길 건너 이름 모르는 개. 내가 이름 붙인다면 빠삐용 쯤 되려나. 그 집 아줌마가 대문을 잠시라도 열어두면 득달같이 달려 나간다. 탈출했다 붙잡혀서 끌려 들어가는 광경을 본 게 벌써 여러 번. 우리 회사 직원이 잡아서 넣어준 적도 있다. 베란다에 나가 있으면 종종 "들어가!" 라 외치는 아줌마의 애정 섞인 외침이 들려온다. 틈만 나면 기를 쓰고 탈출하려 애쓰는 녀석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제일 불쌍한 옆집 개. 저번에도 이 개에 대해 쓴 적이 있지만, 그 집 사람들은 대체 개를 키우는 건지 마당 한 쪽에 바위를 갖다 놨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화분을 키워도 그것보단 정성을 쏟겠다 싶다. 베란다에 서면 본의 아니게 그 집 마당이 내려다 보이는데, 오고 가는 그 집 사람 누구도 그 개를 쳐다보는 꼴을 못 봤다. 그래도 녀석은 집주인이 차를 끌고 들어올 때면 차고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꼬리를 흔들고 목이 찢어져라 짖어대며 열렬히 환영한다. 주인이 마당에 들어서면 한 번만 봐 달라고 난리를 치지만, 주인은 결코 쳐다보는 법 없이 무심하게 현관에 들어선다.

처음엔 개 자체를 싫어하는데 집이나 지키라고 키우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그 집에 새로운 개가 등장했는데,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는 새끼 강아지를 마당이 아닌 집안에 들여 놓았다. 그리고 가끔씩 그 개와 함께 주인 부부가 마당에 나와 활짝 웃으며 얼르고 달래고 난리도 아니다. 그 때도 원래 있던 개는 아우성을 치지만, 그들은 그 개 쪽으론 얼굴도 돌리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두른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나는 속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잔인한 인간들이라 욕한다. 아무튼 원래부터 짧은 줄에 매여 하루종일 빈 마당만 응시하는 그 개를 보며, 우울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새로운 개가 등장한 후부턴 종종 늑대처럼 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거지같은 옆집 사람들. 나는 그들이 싫다.




2004/10/31 02:17 2004/10/31 02:17
1.
어느 날 외계인이 나에게 "앞으로 다시는 우울증에 걸리는 일이 없도록 손을 써 주겠다" 라 한다면 나는 무척 기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나는 우울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우울해서 무엇이든 한다.


2.
이제 어른들의 화를 누그러뜨리는 것엔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긴 것 같다. 문제는 애초에 화가 나지 않게 하진 못 한다는 거다. 그들은 나같은(설명 생략) 놈팽이를 싫어하고, 그런데다 나이까지 많으면 더욱 한심해한다. 됨됨이는 바뀌기 어렵고, 나는 나이를 계속 먹고 있다.




2003/12/03 04:46 2003/12/03 04:46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
마음이 아파서 잘 수가 없네
내가 왜 아픈지도 모르겠네
나는 종일 우울했고 모든 게 귀찮았고
살려달라고 하소연하고 싶었지
마음이 왜 아프지?
마음아 왜 아프니?

뭐 처음인가, 그러려니 해야지
우울을 맥없이 받아들인다는 게
화가 나긴 하지만
별 수 없지
그냥 처박혀서 숨죽이고 누워 있다가
우울증이 거만하게 트림하며
천천히 돌아가면 기어나와야지

이건 뭐
누구한테 : 내 기분에
누가 : 내가
강간당하는 느낌이라니깐
정말 그렇다니깐
이 우울증을 어쩌면 좋지




2002/09/26 01:51 2002/09/26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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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안녕
너 또 왔구나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좋아

어떤 감정도
온몸으로 느끼진 않지
가슴벅찬 -상투적인 말이지- 지경이 될 때조차도
감정은 가슴에만 머물뿐야
때로는 그 감정, 가슴이 아닌 머리서만 맴돌기도

잊지 않고 네가 나를 찾아올 때면
나는 두 팔을 벌려 너를 안고
머리에 가슴에 두 눈에 입 안에 손가락 사이 솜털 사이 사이에 너를 듬뿍 담아
열어놓은 온몸에 네가 가득 차고
스미고도 흘러내려 너 내가 될 때면

이애,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2002.3.10)




2002/03/10 15:56 2002/03/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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