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해당되는 글 3건

  1. 마감 (18) 2008/12/18
  2. 2003년 2003/12/31
  3. 2001년 말, 내 모습 2001/12/19


출판물 마감은 웹에 비해 압박이 심하다. 당장 원고를 줘야 인쇄소에 넘길 수 있으니깐, 웹 매체처럼 은근슬쩍 숨죽이며(...) 하루 이틀 어길 수 없는 거다. 그게 주간지나 월간지처럼 제 날짜 맞춰서 딱딱 깔려야 하는 경우라면 말할 것도...

이달 월간지 마감을 마쳤다. 이번엔 전보다 원고량이 많이 줄었는데(그렇다, 불경기다!) 어째 밤새고 허덕거리는 건 똑같나 몰라. 이놈의 몰아서 일하는 고질병. 이달엔 일이 손에 너무너무너무 안 잡히기도 했지만. 여튼 마감 때마다 마지막 날은 이십사 시간 넘게 깨어 있는 게 월별 행사가 된 거 같다. 담달부턴 정말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그러고 있다.

잠을 안 자니 사람이 멍해져서, 종이에 손그림 그리면서 포토샵 툴을 찾기도 하고, 반대로 포토샵 작업하면서 발견한 얼룩을 입김으로 날리려고 모니터에 바람을 불기도 한다. 내가 워낙 이런 걸 잘 헷갈리긴 허다. 종이 신문 보다가 기사 아래에 무슨 댓글이 달렸나 찾은 적도 있고, 사이트에 뜬 팝업창들을 손으로 떼어내려고 팔 쭉 뻗은 적도 있다능.

여하간 이제 며칠은 푹 쉴 거다. 지금은 사무실. 사실 아깐 너무 힘들어서 귀가하자마자 자야겠단 생각뿐이었는데, 너무 푹 잠들어서 백분토론 못 보고 계속 잘까봐 고민이네. 오늘 백분토론은 400회 특집 쇼! 패널이 홍준표, 나경원, 전원책, 유시민, 진중권, 신해철, 김제동이랴. 봐 줘야 한다. 그리고 내일부턴 밀린 방 청소도 하고 밀린 볼일도 보러 돌아다니고 밀린 책도 읽어야지... 왜 이렇게 미뤄두고 지냈을까. 아, 그리고 무엇보다 공상, 공상을 하고 싶다. 근래 마음이 좀 뻑뻑했다. 당분간 헐렁한 날들을 보낼 거야. 연말이잖아.




* 대인배 수련은 이 테트리스 게임으로 하고.
http://www.ngworks.net/game/tetoris.html
......소인배는 절대 할 수 없는 거다.



2008/12/18 16:24 2008/12/18 16:24
한 해가 이렇게 또 지나간다.

월드컵이 바로 올 여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대통령 선거도 한 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그게 다 작년 일이란다. 이제 몇 시간만 지나면 재작년 일이 되어 버린다.

올 한 해는 내게 있어 여러 모로 아쉬운 해였다... 꼭 해야 하는 일을 못 했고 다가온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 했다. 난 내가 살아온 날들 중에서 99년이 가장 함부로 보낸 해였다고 얘기하곤 하는데, 훗날 2003년도 그렇게 얘기하게 되는 건 아닐까란 두려움이 든다.

올해 만난 사람, 사람들만큼은 너무나 소중하지만 말이다.

참 다행인 일이다.




2003/12/31 21:54 2003/12/3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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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잠만 자고 싶을 때가 있다. 졸리기 때문에 자고 싶은 게 아니라 생각 없이 있고 싶어 자고 싶은 그런 때. 적어도 자는 동안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으니까.

어젯밤 회사 숙소에서 자고 일어나 업데 마무리 작업을 하고... 오후 다섯시쯤 작업이 끝나곤 숙소로 기어들어갔다. 아무 것도 생각하기 싫고 그냥 잠을 자버려야겠다는 마음으로.

회사 보일러가 고장나 오늘 새벽은 무척 추웠다. 몇 번씩 덜덜 떨다 깨고 다시 누웠다 추위를 못 참곤 남는 이불이 없나 두리번거리다 구석에 박혀있는 침대 시트를 하나 주워 이불 위에 덮고 잤기에,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있는 이불 다 덮어야지... 란 생각에 솜이불 네 개를 겹쳐 침대 위에 펼쳐놓고 그 속으로 들어갔다.

깨어나니 일곱 시 반. 두 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 처음에 따뜻하던 이불 속은 이제 무거운 이불의 무게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온몸이 짓눌린 느낌인데 한 동안 같은 자세로 누워있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2층에서 분주히 걸어다니는 소리, 누군가가 틀어놓은 음악 같은 것들이 섞여서 들려온다.

여기를 나가면 다시 어떤 생각이든 밀려오겠지.. 하는 맘에 주저하고 있다가

겨우 일어나 2층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자는 동안 업데를 끝낸 직원들이 퇴근했고, 업데이트 된 기사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으며, 내 메일 계정으로 광고 멜이 몇 통 와 있다.

집에 가야 하는데 가야 하는데.. 미적거리다 생각해보니, 오늘 종일 먹은 거라곤 커피와 귤이 전부다.

어젯밤 친구와의 통화에서 나는 그런 말을 했지. '난 정말 즉흥적으로 사는 것 같아'

'나중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나름대로의 신념을 갖고 그렇게 살아왔고, 그래서 경험했던 것도 많더랬지...

아마 앞으로도 나는 그렇게 살겠지만. 그게 내 천성이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도 어느 새 나는 그렇게 살고 있을테니까.

그런데 나, 많이 지쳤다.

며칠 전엔 회사를 나서다 주저앉았다. 울음이 터지는데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쪼그리고 앉은 채로 유리문 밖을 바라보며 눈물을 닦다가 집에 가야지, 하는 생각에 얼른 추스리고 일어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많이 추운 날이어서 찬 바람이 머리에 가득 찼고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커다랗게 울리는 노래를 들으며 날이 추운 게 다행이지 싶었다. 추우니까, 단지 춥다는 생각만 드니까, 적어도 집에 가는 중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 해가 이렇게 가고있고, 열흘만 지나면 새해가 되고.

열흘 동안 지친 맘을 달래고 새로운 기분으로 새해를 맞을 수 있을까.

한 해가 이제 막 지나가려 하고

나는 지쳐있고

올 한 해, 마치 꿈을 꾼 느낌이다.




2001/12/19 21:05 2001/12/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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