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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금요일 2005/04/08
오늘 낮, 회사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필자 분의 결혼식이 있었다. 회사 명의로 된 축의금을 받아 들고 혼자 예식장으로 향하는 길. 내 이름을 쓴 봉투도 따로 준비했지만, 이 달 들어 벌써 CD를 아홉 장이나 질렀고 수명이 다 된 모니터도 새로 사야 하며 돈 들어갈 곳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식은 땀이 흘러 슬그머니 봉투를 가방 깊숙히 밀어 넣었다.

금요일 오후 한 시에 열린 식인데도 많은 하객이 왔다. 그러나 처녀의 로망인 '예식장에서 멋진 신랑 친구 발견하기' 는 온데간데 없이 심각한 여초현상과 고령화가 나타난 상태였다. 평일 낮시간이라 직장인들이 많이 오지 못했기 때문인가 보다.

피로연장에서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이들은 신랑 어머니의 친구들과, 신부의 직장 동료들과, 정체를 노출하지 않고 묵묵히 밥만 먹은 모녀와, 나처럼 혼자 온 아가씨였다. 신랑 어머니 친구인 한 아주머니는 꽤 유명한 사람의 어머니였는데, 아들의 기사가 실린 신문이며 잡지 이름을 쭈욱 열거하며 자랑하기 바쁘셨다. 성공은 했지만 너무 짠돌이라 정작 집에 돈은 별로 갖다 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아주머니. 얼마나 적게 드리기에 저런 말씀을 하시나 했는데 백만원, 백삼십만원 그렇단다. 아주머니 친구분은 더 받아서 어디에 쓰겠냐고 핀잔을 줬고, 아주머닌 이것저것 생활비로 쓰고 나면 그 돈 금방이라며 앓는 소릴 하셨지만 목소리엔 뿌듯함이 가득. 아주머니들은 삼십 대 아들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늘어놓았다. 결혼은커녕 만나는 여자도 없어 엄니들을 심란하게 하는 아들들의 나이는 각각 서른 둘, 서른 다섯. 그리고 계속 아주머니들의 얘깃거리가 된 신부의 나이는 서른 둘.

신부의 직장 동료들은 신부를 꼭 빼닮은 2세를 상상하며 즐거워했고, 묵묵히 밥만 먹은 모녀는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듣기만 했다. 혼자 온 아가씨는 신부 아버지의 친구인 자신의 아버지가 보내서 마지못해 나왔다고 했다. 평소에 혼자서는 밥도 안 먹는 성격이라 결혼식에 혼자 와서 식사를 하고 있자니 너무 뻘쭘하다며 호소했지만, 불행하게도 그녀의 뻘쭘함을 해소해 줄 능력이 내겐 없어서 짧은 대화 후 남은 식사를 하고 작별인사나 나누고 일어섰다. 식사로는 양식 코스 요리가 나왔는데 다음 달 우리 직원도 그곳에서 결혼식을 한다. 평소 먹는 양에 비해 음식양이 조금 적었기 때문에, 다음 달엔 꼭 빵을 두 개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식권 검사 같은 건 하지 않는 곳이라 나중에 근처를 지나치다 생각나면 잠시 들러 모르는 이들의 결혼을 축하해주고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까지 하고 나와야겠다는 생각도.

날이 맑았고, 반팔 티를 입고 돌아다녀도 되겠다 싶을만큼 더웠다. 오고 가는 지하철 안에서 읽다 만 소설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며 즐거워 했지만 이내 옆사람에게 머리를 부딪혀가며 꾸벅꾸벅 졸았고, 회사로 돌아오는 지하철 환승역에서 팔순도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파는 눈깔사탕을 두 봉지 샀다. 버스 정류장에선 바나나 파는 아저씨가 돈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중요한 법이니 바나나를 사 먹으라 외쳤고, 회사로 돌아온 나는 발이 답답해 구두와 스타킹을 벗고 정장차림에 조리를 신고 돌아다녔다. 주말에도 할 일이 많다. 내일은 회사에 올 거다.




2005/04/08 20:18 2005/04/08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