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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운 2005/11/28
  2. 아이들 2001/11/19
어제 저녁 광화문역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는데, 내 앞에 선 아저씨의 검은 양복 바짓단에 노란 은행잎 하나가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저러다 빠지겠지, 했는데 아저씨가 개찰구를 지나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 지상으로 나갈 때까지 바짓단에 그대로. 마침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그 아저씨에게 횡단보도를 건너며 '오른쪽 바짓단에 은행잎이 꽂혀 있다'고 말해 주었다.

은행잎을 빼내다 기우뚱 넘어질 뻔한 아저씨에게 '그거 버리지 마세요' 라고 했더니 의아한 표정을 짓길래 '줍지 않고 품으로 들어온 낙엽은 소원을 들어준대요. 갖고 계시면 행운을 가져다 줄 거예요' 라고 말했더니, '아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하며 은행잎을 손에 꼭 쥐었다.

아저씨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상상하며 어쩐지 기분 좋아진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좋은 기분. 어젯밤엔 원고도 비교적 순조롭게 준비되어, 한 동안 빠져있던 슬럼프에서 벗어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잠도 푹- 잘 잤다. 덕분에 지금부터 부랴부랴 일해야 하지만, 그래도 기운이 나는걸. 컨디션도 최고다. pc에선 조금 전부터 pizzicato five의 magic carpet ride가 흘러나온다. 은행잎은 나에게도 행운을 가져다 준 것 같다.




2005/11/28 06:03 2005/11/28 06:03
보름쯤 전인가,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역에서 밖으로 나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바로 내 앞에 가던 초등학교 3-4학년쯤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는
에스컬레이터 손 잡는 부분에 엉덩이를 걸치고 올라가고 있었다.
그곳의 가파른 경사도 위험하거니와
겁도 없이 움직이는 손잡이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거리는 모습이 위태로워
"그러면 안 돼, 내려서서 올라가야지"하고 싶었지만
심약한 나는 차마 말은 못 꺼내고
'떨어지면 받기라도'하는 심정으로
바로 뒤에 바싹 달라붙어 있었다.
위태로운 건 아이가 아니라 내 마음일 뿐이었는데
달라붙어 서있는 이상한 아줌마를 힐끔거리며
지상까지 무사히 올라간 그 아이는
내가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에
자전거를 타고 기다리고 있던 친구에게서 킥보드를 받아들곤
그 위에 올라타더니
자전거 탄 친구와 함께 빛의 속도로 사라져갔다.
누가 저 아이들보다 빠를 것인가, 옆의 차도엔 자동차가 많이도 지나가고 있었지만
내 눈엔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거침없이 어디든 갈 수 있는 용사처럼 보였다.
부럽기도 하고 경이로운 감정마저 느껴지고
감탄을 하며 집까지 걸어가던 난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박자에 맞춰 걸어서야 겨우 겨우 무사 귀가.




2001/11/19 12:43 2001/11/19 1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