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해당되는 글 6건

  1. 내가, (10) 2008/10/16
  2. 2005/12/29
  3. 엄마 2004/12/02
  4. 영화, 음악, 소설, 뭐 그런 잡담 2004/11/12
  5. 엄마한테 일렀어... 2003/11/19
  6. 엄마 2001/12/05

밤 늦게 귀가했다.
엄마 방으로 기어들어가 옆에 누워 얘기하고 있는데
어느새 태수가 내 옆에 와서 아양을 떨고 있었다.
태수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도 다음 생에선 얘같은 개로 태어날까봐."
"왜?"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 개태수는 걱정이 없잖아."
"팔려가는 개들도 있다."
"좋은 주인을 만나면 되지."
"그걸 어떻게 아니."

엄마는 마치, 내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개로 환생할 수 있기라도 하듯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안되지, 안돼. 개로 태어나면 모든 게 주인에 따라서 좌우되잖아.
내가, 살아가야지."



2008/10/16 01:33 2008/10/16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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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외할머니는 옛날 시골집에 구걸 오는 사람들에게-
다들 피하던 나병환자들에게도
밥상을 차려주셨단다.

엄마는 어제 떡 장수 할머니가
추위에 장갑도 없이 양푼 이고 다니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밥상을 차려주셨단다.

내가 결혼은 할 지 아이는 낳을 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딸을 낳게 된다면
언젠가 나도 그애에게 너희 외할머니는 말야, 하고 얘기하겠지.

나도 외할머니 같은 외할머니
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싶다.




2005/12/29 04:41 2005/12/29 04:41
나에겐 항상 경이로운 울 엄마.
선녀가 아버지에게 시집온 게 아닌가. 란 동화적인 상상을
이 나이에 거리낌 없이 하게 만드는 울 엄마.




2004/12/02 03:31 2004/12/02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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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이타닉.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타이타닉은 어쩐지 보고싶지 않아서, 나머지 두 영화는 볼 마음이 절대 없어서 안 본 영화들. 그런데 남들은 대부분 봐서, 대화하다 "안 봤다"고 하면 왜 안 봤냐고 되묻는 영화들. 하지만 아마 앞으로도 보는 일 없을 것이다. TV에서 공짜로 보여준대도 그다지.


2. Mondo Grosso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참 낭만적이구나 란 생각을 하게 된다. 낭만적인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 한 두 명이냐 하겠지만... Mondo Grosso의 음악은 낭만 그 자체. Towa Tei를 먼저 알고 좋아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Mondo Grosso에 더 빠져들고 있다. 적어도 나란 사람에게 뭉클한 감동을 주는 쪽은 Mondo Grosso.


3. 대학 1학년 때 이치은이란 작가가 쓴 '권태로운 자들, 소파씨의 아파트에 모이다'를 읽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갖고 싶다'는 생각에 구입을 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남에게 세 권인가 선물하고, 내가 갖고 있던 건 분실해서 다시 샀다. 요즘 그 책을 들고 다니며 지하철에서 틈틈이 읽는다. 몇 번이고 읽어도 감탄하는 소설. 나도 이런 소설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


4. 회사 우리 팀에선 매월 말, 그 달에 생일이 있던 사람들에게 케잌으로 축하를 해 주고 팀 사람들이 돈을 모아 선물도 준다. 지난 달 생일이 있던 내가 고른 선물은 '이나중 탁구부'와 '몬스터' 전집. 사람들이 모아 준 돈에 내 돈 400원만 보태면 됐다. 휴가가 겹치고 돌아와서 어영부영하던 통에 아직 주문은 하지 않고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아놓기만 한 상태. 어서 주문해야겠다. 생일 만세!


5. 요즘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대개 아는 사람을 통해 또다른 사람을 만나는 식인데, 저마다 훌륭한 장점을 가진 사람들.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친구들을 비롯해서,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가 아는 가장 훌륭한 사람은 우리 엄마. 엄마에게 감탄하며 살아간다. 말만 이렇게 하고 이 나이에 아직까지 속을 썩히고 있지만... 나는 엄마가 좋다. 천사가 내려와서 엄마가 된 게 아닐까 란 생각도 한다.


6. 내가 내 안의 분노와 슬픔 같은 감정을 밖으로 꺼내는 방식은 글과 그림, 눈물, 되는대로 걷기, 욕설 따위. 그리고 그것을 도와주는 건 고막 가득 울리는 음악, 술, 잠 같은 것. 나의 아버지는 아마도, 표출하지 않고 술에만 몸을 기대어 일찍 돌아가신 거란 추측이다. 그러고 보면 내 나름대로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삶에 미련이 많은 사람이므로. 악감정 따위 둘둘 말아 멀리 던져 버리든, 조금씩 질질 흘려 버리든, 꺼내자. 꺼내며 살자.




2004/11/12 22:31 2004/11/1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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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19 02:36 2003/11/19 02:36
어젯밤 회사에 앉아있는데 핸펀으로 전화가 옴다. 엄마였슴다. 가끔씩 엄마는 전화를 걸어 사소한 부탁을 하심다. 주로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상품의 가격을 알아봐달라거나 주문을 해달라는 내용임다. 어제도 그런 전화인 줄 알고(무슨 일에 몰두를 하고 있었거든요. 방해받고 싶지 않은 작업이었기에) 내심 심드렁하게 받았습니다.

"바쁘니?"
"아뇨, 왜 그러세요?"

허겅... 엄마가 넘 어지러워서 전화를 하셨댑니다. 괜찮으면 지금 집에 와 달라는 말씀을 하시네요. 괜찮고 말고가 어딨슴까.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집으로 달려갔죠.

작년에 자궁 수술을 하신 엄만, 이후로 호르몬 치료를 받다가도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가슴이 울렁거리는 부작용 때문에 약을 복용하셨다 말았다 했지요. 그러시더니 요 몇 주는 계속 귀에서 윙윙거리는 느낌이 든달지, 가슴이 유난히 두근거리며 어지럼증이 심해진달지 하는 증상을 호소하셨답니다. 당연히 병원에 드나드셨는데 병원에선 특별한 이유는 찾지 못 했더랬죠. 그래서 그냥 나이 들어가는 현상이 아닐까란 짐작만 막연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젠 어지럼증이 넘 심해서 쓰러지실 것 같았나 봄다. 오죽하면 제게 전화를 다 하셨슴다. 언능 오라고. 저희 엄만 제가 술마시고 노느라 집에 안 들어가면 무쟈게 싫어하시지만, 일이나 제 개인적인 작업같은 걸 하느라 외박을 한다고 하면 흔쾌히 그러라고 하시거든요. 생각해보면 그 동안 집안에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제가 할 일이 있어 늦게 들어간다고 하면 그러라고 하셨슴다. 제게 '지금 와달라'고 하신 건 그러니까 '급박한 일'인 검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심장이 뛰어대더군요. 얼마나 아프시길래 그런 걸까, 하느님 별 일 아니겠죠? 아빠 가만있지 말고 좀 도와줘요. 습관처럼 책을 펴서 무릎에 올려놓긴 했는데 계속 같은 페이지만 눈에서 헛돕니다.

집에 가는 40분 정도의 시간에 별의 별 생각이 다 떠오릅니다. 엄마가 갑자기 쓰러지시면 어쩌지? 지금은 안 되는데 난 다음주까지 해야 할 급한 일이 있는데, 아냐 지금 그런 거나 걱정하고 있음 무지 못된 년이지 그렇게 되더라도 내 팔자려니 해야지 기회는 담에도 있는데 무슨 소리야, 그게 문제가 아니라 엄마가 만약 돌아가시면 어쩌지? 군대 가 있는 동생은 휴가를 얻어서 나오겠지, 내 주변 사람들은 누구누굴 부르지? 근데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불길하게, 이런 재수없는 생각은 아예 안 하는 게 나아, 아냐 죽음에 대해 생각해놓는 건 불길한 일이 아니랬어, 미리 준비하고 생각해두는 게 나은 거랬어 이런 건 재수없는 생각이 아냐 해놓는 게 좋은 거야, 일단 동생이 와서 같이 장례식을 치른 다음 군으로 돌아가겠지, 근데 그 예민한 애가 복귀해서 제대로 군생활을 할 수 있을까? 여하튼 그럼 난 소녀가장이 되는 건데, 아냐 내 나이는 소녀란 말을 붙이기엔 많은 나이지, 암튼 가장이 되는 거다, 아닌가 호주제로 따지면 내 동생이 호주니까 그럼 걔가 가장인가? 어쨌든 집안 살림을 꾸려야 하는데 지금 엄마 가게는 정리를 해야하는 걸까 계속 놔둬야 하는 걸까, 회사만 다녀서 내가 살림을 할 수 있을까? 아이씨 엄마가 벌써 돌아가시면 안 되는데, 여든까진 사셔야 나 잘 되는 꼴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엉망으로 사는 모습만 보시다가 가면 정말 억울한데, 엄마도 억울하고 나도 억울하고...

그리고 또 많은 생각이 이것저것 빠르게 지나갔슴다. 집으로 달려가니 엄마랑 친한 동네 아주머니가 와 계심다. 엄마의 전화를 받은 아줌마가 약을 사서 달려오셨댑니다. 파랗게 질려 달려갔는데 그래도 다행히 엄마 상태가 아주 심한 편은 아닌 것 같아 안도를 했슴다. 하지만 엄마 얼굴빛이 하얗습니다. 평소 얼굴색에 비해 너무 창백합니다. 또래 아주머니들에 비해 많지 않다고 생각해온 이마와 눈가의 주름살이 어제따라 두드러지게 보임다. 얼굴색 때문인지 제 기분 때문인지 건 모르겠슴다. 머리가 빨리 희어진 엄마는 자주 염색을 하고 계신데, 염색한 지 오래 됐는지 옆쪽에 희게 자란 부분이 눈에 확 띕니다.

"머리가 어지럽더니 정수리에서 갑자기 톡, 하고 뭐가 터지는 느낌이 나더라. 그러더니 너무 어지러운 거야. 쓰러지는 거 아닌가 해서 전화했다. 예진 엄마가 사 온 약 먹고 좀 나아진 것 같아."

옆에 계신 아주머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약값을 드리고 배웅하고 나서 엄마한테 다시 갔슴다. 오늘 낮에 병원에 다시 가시기로 했슴다. 예전에 다니던 병원 말고 다른 곳에 가시라고 얘기했슴다. 지금쯤 병원에 가셨는지도 모르겠슴다. 여하간에 결과가 나올 때까진 불안한 맘이 안 가실 것 같슴다.

요즘들어 엄마는 건강에 관심이 많으셨슴다. 예전엔 볼 수 없던 모습이지요. 신문이나 티비에서 무슨 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기사가 나면 다음 날 바로 사오시곤 함다. 뿐인가요, 랩에서 환경 호르몬이 나온다는 이야길 들으시곤 그 때부턴 무슨 음식이 랩에 싸여있는 모습을 못 보십니다. 그 바람에 며칠 전 일요일엔 제가 짜증을 내기도 했죠. 엄마가 포장된 오뎅(이랑 국)을 사오셨는데 저는 그 때 잠을 자고 있었답니다. 밖에서 '빨리 나와라'고 몇 번이나 다그치시는 목소릴 듣고 잠결에 무슨 일인가 싶어 부랴부랴 달려나가니 잘 뜯어지지 않는 비닐 포장을 다급히 뜯고계신 겁니다. 가게에 나가보셔야 하니깐 시간은 없고, 제가 깰 때까지 놓아두면 환경 호르몬이 많이 나올 것 같고, 급한 맘에 소리를 질러 저를 깨우신 거죠.

잠을 자다 산발한 머리로 어리버리 뛰쳐나간 딸과 가위를 든 채 "환경 호르몬!"을 외치며 비닐 캡 제거에 여념이 없는 엄마... 그 상황이 얼마나 난감하면서도 싫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불쑥 "오래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런 것 가지고 그러냐"면서 짜증을 냈지요. 엄마는 머쓱해서 가위를 놓고 나가셨고 툴툴거리며 비닐캡을 벗기던 저는 참담한 심정이었슴다.

어제 창백해진 엄마를 보며 갑자기 그 날 생각이 나데요. 저는 앞으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요? 머리론 '씨바 인제 그러지 말아야지...'하고 있는데 다시 닥치면 불쑥 짜증을 내게 될지도 모르겠슴다. 아마 그럴 것 같슴다...




2001/12/05 23:08 2001/12/05 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