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
혼자 여관에 갔어
혼자 여관에 가는 것보다 화나는 일은 없지
그냥 자려고 했는데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드는 거야
가구 서랍을 다 뒤졌어
하나 가질래?
녀석이 술집 탁자 위에 칫솔을 늘어놓는다
전리품이라도 되는 듯 호기로운 기색이지만
보는 나는 황학동 시장 한 쪽을 늘 차지하는
별 볼 일 없이 후진 장물을 구경하는 기분이다
열 댓 개의 칫솔을 짐짓 진지한 자세로 살펴보다
제일 반듯한 놈으로 하나 골라 가방에 넣었다
녀석에게 받은 칫솔로 이를 닦으며 거울을 보다
큭
여관에서 칫솔을 훔쳐야 했던 녀석과
여관에서 훔친 칫솔로 이를 닦는 나는 똑같이 절박하다
여관에서 훔친 칫솔의 모는 한 번의 양치질에도 사방으로 벌어진다
혼자서 여관에 갈 수밖에 없던 녀석처럼
거울 앞에 혼자 서서 이를 닦다가
거품이 넘치도록 큭큭거리다
칵
(200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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