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온종일 심심해하다가 방청소를 했다. 제법 많은 물건을 버렸는데, 그 동안 갖가지 이유를 붙여놓고 간직해온 것들을 오늘은 눈 딱 감고 참 많이도 정리했다. 예를 들면 내 돈을 주고 처음 산 곱창끈 같은 것 말이다. 그건 중1 때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삼각지에서 샀던 건데, 버릴까 말까 갈등이 있었지만 그냥 버렸다.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운동회에서 부채춤 출 때 썼던 부채도 정리했다. 웬만하면 갖고있고 싶었지만 너무 낡은 나머지 조금만 움직여도 거기에 달린 깃털이 부서져서 사방에 나풀거려 할 수 없었다. 그 밖에 지난 몇 년 동안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머리끈과 핀, 모자, 말라붙은 싸인펜, 도무지 언제 쓰게 될 지 모를 로션 샘플, 도무지 언제 뭘 산 건지 모를 영수증 따위를 모으니 커다란 비닐봉지로 세 개 나왔다.
2. 오늘 버린 물건 중엔 내가 받았던 선물도 있었다. 그래도 선물받은 건 다 갖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런 것들도 정리해버렸다. 기준은 선물을 주었던 사람과의 사이가 지금 어떤가란 것이었는데, 물건을 보는 순간 그 사람 생각에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선물(이쯤되면 선물이라 말하기도 곤란하다)은 얄짤없이 내다 버렸다.
3. 좀전에 아는 오빠와 얘기하던 중 오늘 한 청소가 화제로 올랐는데, 그 분도 오늘 책상 정리를 하시다가 예전에 받은 선물을 버리셨단다.
"3년 전에 받은 사탕은 이제 버려도 될 것 같아서요."
"하하, 난 2년 전에 받은 로션을 조금 발라보고 버렸는데."
정말 크게 웃었다.
4. 오늘은 소품을 중심으로 정리를 했고, 이제 책장과 옷장도 한바탕 뒤집으려 한다. 책장에 책만 있었으면 굳이 정리를 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런저런 서류나 메모 같은 게 섞여있기 때문이다. 분명 버려도 될 것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물론 책 중에서도 99년 대학입시 자료집 같은 건 이제 갖고있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마침 눈에 보이길래 예로 든 건데, 98학번인 내가 99년 자료집을 왜 소장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옷장도... 머리핀과 마찬가지로 지난 몇 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없어도 되는 옷이 아닐까. 고3 때의 나에게 잘 어울렸던 펄럭이는 나시는.... 지금은 맞지도 않는데다 뜯어진 곳도 있어 걸치지도 못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 말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굉장한 배바지도 아울러.....
5. 뭐 계획은 대충 이렇다. 내일은 여기저기 돌아다녀볼까 생각하는 터이고 모레는 약속이 있어서 당장은 추가 정리를 할 수 없겠지만, 조만간 날을 잡아 정리를 해야겠다. 이해하는 사람도 있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정리, 나에겐 꽤 큰 결심이다.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들을 손에서 놓는 일 말이다.
6. 나는 오늘 정리를 하면서 평소보다 덜 세부적인 기준을 둔 셈이다. 구멍이 큰 체로 걸러냈다고 해야 할까. 물건을 앞에 두고 내게 묻는다.
"앞으로 이것을 평생 볼 수 없대도 상관없느냐?"
그럼 그걸 살아가면서 한 번은 보아야 할 이유가 생기기 마련인데, 오늘은 나 자신에게 대충 대충 물었다. 그리고 오래 생각하지 않고 서둘러 비닐봉지에 넣어 버렸다.
7. 이렇게 하면 좀 간단히 살 수 있을까? 너무 많은 것을 이것저것 끌어안고 사는 게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것도 간단히, 서랍에 넣어둔 것도 간단히, 간단히 놓아두고 살면, 조금 덜 복잡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오래 전의 기억을 자꾸 불러일으키는 것들은 눈앞에 없을테니까.
8. ......라고 말은 하지만, 무엇보다 방안의 먼지를 줄이고 싶기도 했음 -_-;; 요즘 무슨 스트레스를 그리 받는다고... 알러지로 몸이 말이 아님. 이렇게 심한 건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다. 특히 얼굴과 손은 대박. 아아 산에서 살고싶다 ㅠㅠ
도대체
2004/01/24 05:44
2004/01/24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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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거야~ 대체님도 새해 복 많이 만드세요!
나뭉님도 건강하시고~
올해는 원하는 것 모두 얻으시길 바랍니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