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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집 앞 (16) 2007/05/06

작년 여름이었나 가을이었나. 언젠가부터 동네엔 집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너른 정원 딸린 단독주택이라니 아이고 부러웠다. 동네에 그런 집이 이미 몇 채 있는데, 그 집들에 누구누가 살고 있는지 앞집 아줌마가 얘기해주셨을 때 나는 '오오 역시 그런 이들이 살고 있었군!' 하며 감탄한 바 있다. 감탄한 건 확실한데 지금은 누구누구였는지 싹 잊었지만. 어쨌든 새 집에 이사올 사람도 부자일 것은 틀림없었다.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법조인, 의료인, 투기인 뭐 대충 그런 직업 중 하나 아니겠나 상상했다.

어느덧 그 집이 완공되었다. 집 짓는 과정을 지켜볼 땐 어떤 구조이려나 벽돌은 왜 저런 색을 고른 걸까 같은 시시콜콜한 호기심으로 꽤 흥미진진했는데, 막상 다 지어지자 관심도 시들해졌다. 사실 좀더 지켜보려 해도 그러기엔 담벼락이 너무 높게 둘렸다. 넘겨볼 수도 투시할 수도 없으니 자연스럽게 흥미가 사라졌달까.

그런데 지난 주에 그 집 앞을 지나치다가 무심코 대문 옆 문패를 보곤 깜짝 놀랐다. 그곳에 이사온 사람은 내가 막연히 상상하던 부류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마어마한 부자였던 것이다. 얼마나 어마어마했는지 나는 이런 사람과 한 동네에 살게 될 거라곤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

문패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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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론 이건희나 빌 게이츠보다 알라딘이 훨씬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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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름은 ALADDIN이지만 인부가 D 하나를 실수로 빠뜨린 것 같다. 하지만 고치지 않고 놔두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알라딘씨는 마음도 너그러운 모양이다. 하기사 철자가 좀 틀렸다 해서 그 유명한 알라딘씨에게 갈 우편물이 잘못 배달될 리도 없을 테니까. 너그러운 알라딘씨가 추궁 전화 따위를 했을 리도 없으니 인부는 아마 자기가 저런 실수를 한 줄도 모르고 있을 거다. 까맣게 모른 채로 여생을 평화롭게 보내다가,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실수를 깨닫곤 그제서야 알라딘씨가 얼마나 너그러운 사람인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려나.

그날 밤 귀갓길에 다시 그 집 앞을 지나치는데, 담 너머로 보이는 이층 창문으로 불빛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어쩐지 반가운 마음에 "오~ 알라딘!" 하며 아는 체를 했다. 안 들렸겠지만.







2007/05/06 00:49 2007/05/06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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