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건물 1층, 세 명이 앉을 수 있지만 두 명이 앉아 일하던 골방을 벗어나 3층으로 이사를 했다. 골방에 앉아야 할 이유가 있어서 앉았던 건 아니고 입사할 때 자리가 부족해서 그랬던 건데, 나름대로 폐쇄적인 나는 그 방이 퍽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 1층 사람들은 3층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한 이 방엔 10명이 앉고도 자리가 남아 회의용 탁자를 놓았다. 내 자리는 출입구(문이 없다) 바로 앞이라, 방을 드나드는 사람은 물론이고 방 밖을 오가는 사람들에게도 모니터를 홀라당 공개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일자 책상에서 ㄱ자 책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과, 의자가 좀더 좋은 것이라 허리가 편해졌다는 점은 마음에 든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건 햇빛. 사면 중 한쪽 면이 전면 유리다. 창문도 열 수 있고, 문이 달려있어 열고 나가면 작은 베란다도 있다. 1층에 있을 때 답답하면 현관 앞에 나가 의자에 앉아있을 수 있던 것을 이제 못 하겠구나, 서운했지만, 3층에서 바라보는 성북동도 나름 괜찮구나, 생각했다. 옆집 잔디밭이 내려다 보이는데 잔디밭 구석엔 똥개가 한 마리 묶여있고, 얘야 하고 불러도 고개 한 번 돌리곤 무심해진다. 하긴 어제까지 3층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수 년 동안 그 개를 불러왔을테니 녀석이 새삼스런 반응을 보일 까닭이 없겠지.
그 전면 유리로 햇빛.이 들어온다. 창문 없는 골방에 있을 땐 형광등 불빛으로 불평 없이 지냈는데 이곳에 앉아있자니 낮에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리고 나비. 1층엔 밤마다 나방과 날파리가 날아들어 괴로웠는데 오늘 낮 이곳엔 흰나비 한 마리가 들어와 이 방과 저 방을 덩실덩실 날아다녔다. 물론 아직 밤이 되지 않았으니 이곳도 한 두 시간 뒤엔 나방과 날파리가 불빛을 따라 기어들어올지 모를 일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래도 지금 기분으론 괜찮을 것 같다. 여러가지 일들이 산재해 있지만, 햇빛과 베란다와 나비와 편한 의자와 ㄱ자 책상 같은 것들로 나는 지금 만족스럽다. 저녁으로 시킨 카레라이스 밥이 너무 적었던 것만 빼고. 그나마 많이 담긴 밥을 골라 집었는데, 나보다 적게 먹은 사람들이 배부르다고 하는 바람에 밥이 적단 말을 못했다. 어쨌든 여기는 3층.
도대체
2004/06/18 19:22
2004/06/1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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