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경을 쓴다. 평소엔 쓰지 않아도 지장이 없지만, 장시간 모니터나 문서, 책으로 자잘한 글자를 볼 땐 쓰는 게 시원하다. 초등학교 땐 안경 쓰는 애들이 무척 부러웠다. 빨간색 테 안경을 쓴 아이가 이뻐 보였고, 금속 안경줄을 단 아이는 더 이뻐 보였다. 그리고 드물었던 금테 안경. 요즘에도 금테를 쓰는 사람을 보기 힘든데 그게 어쩐지 한물 간 느낌이라서라면, 그 땐 돈 많은 집 아이어야 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경을 쓰고 싶어도 눈이 좋아서 못 쓰던 나도, 눈이 나빠지면서 원없이 안경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쓰던 건 무테 안경. 다리가 빨간색이었는데, 아마 그걸 사는 덴 어렸을 적 부러웠던 빨간테 생각이 적잖게 영향을 미쳤을 거다. 어느날 아침 무거운 로션병을 떨어뜨린 게 하필 안경 위였던 바람에 알이 깨져 쓰지 못하고 있는데, 테는 말짱하니 언젠가 다시 쓰고 싶어지면 안경집에 들고 가야겠다.
요즘 쓰는 건 보라색 뿔테 안경이다. 안경을 살 때 즈음 서태지가 뿔테 안경을 쓰고 귀국했던 터라 나도 꼭 써보고 싶었는데, 내가 들어간 안경집에 있는 뿔테라곤 탈탈 털어 보라색밖에 없어 이걸 들고 나왔다. 코받침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책을 볼 때 안경이 자꾸 흘러내리긴 하지만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처음엔 다른 안경집에 더 다녀볼걸 괜히 충동구매로 괴상한 보라색 안경을 산 게 아닌가란 후회가 들 때도 있었지만, 보라색 뿔테를 쓴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있자니 어쩐지 특별하단 생각도 들고, 오래 쓰다보니 애착도 더 가는 중이다. 그래서 요즘은 부지런히 잘 쓰고 있다.
가끔 렌즈를 끼는 건 어떠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지만, 솔직히 렌즈를 눈에 넣는 게 무섭기도 하고, 종일 안경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닌데 렌즈를 낄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릴 적 그렇게 써보고 싶던 안경인데 좀더 써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눈이 더 이상은 나빠지지 않으면 좋으련만.
도대체
2004/08/15 02:07
2004/08/15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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