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플의 [대:가]가 아니라 [대:까]임을 먼저 밝힘.
어느 겨울.
약속과 약속 사이의 남는 시간을 시내 모 PC방에서 보내던 나는, 서핑 중 어떤 이의 글에 악플을 달았다.
글에 언급된 알파의 못된 개인사를 알고 있었기에 참지 못하고 그이에 대한 이야기를 썼던 것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그렇게 익명으로 악플을 단 건 그게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나는 계속 그 생각만 해야 했다.
그런 글을 남겨서 내가 얻을 게 무엇이냐-는 생각부터
혹시 언급된 알파가 그 글을 본다면, 정체 모를 누군가가 자신의 개인사를 알고 있다는 것 때문에 얼마나 두려울 것이냐-란 생각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고
그런 한편 '흥, 못된 짓을 했다면 알려지는 것도 두려워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그 글을 지울 것이냐 내버려둘 것이냐 하는 문제로 갈팡질팡했던 것이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범죄자가 범죄현장에 다시 찾아가 보듯, 나는 수시로 그 게시판을 들락거리며 고민하고 있었다.
이틀쯤 지나니까 이번엔 '혹시 알파가 이 글을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들기 시작했다.
허위 내용을 쓴 글은 아니었지만, 당사자가 공개를 원치 않는 사생활을 쓴 것이었고
알파가 그 글을 보고 대뜸 화가 나서 신고라도 한다면?
처벌의 유무를 떠나 내 정체가 밝혀졌을 때 얼마나 부끄러울 것이냐.
심란하면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나는
그날은 새벽 4시에 동네 놀이터를 거닐다가- 결국 그 글을 지우기로 결정했다.
어느새 나는 알파에 대한 미안함보다,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두려워지기 시작하니, 이틀 전 출입했던 PC방 입구에 큼직한 글씨로 붙어 있던
'CCTV 작동중' 이란 안내문마저 섬광처럼 번뜩이며 스쳐갔다.
경찰서로 호출되어 취조 받고 있는 내 모습이 상상됐고
운 없게도 기사꺼리를 찾던 일간지 기자의 눈에 띄어 기사화되는 사태로까지 생각이 발전했다.
[D인터넷 신문 기자 경력이 있는 장모씨는 '알파를 괘씸하게 여기던 중 관련 글을 발견하고
순간적인 충동을 참지 못했다'며 선처를 호소…….]
그러나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나는, 이내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집에서 지우면 접속 기록이 남을 수도 있으니
나중에 오리발이라도 내밀 수 있도록 PC방에서 지우기로 했던 것이다.
참으로 소심하고도 용의주도한 행보였다.
산책하러 나온 길이었기에 따로 들고 나온 건 아무 것도 없었고
점퍼 주머니엔 며칠 전 넣어둔 천원 짜리 몇 개가 있을 뿐이었지만
PC방 요금은 잘해야 일,이천원. 그것으로 충분했기에, 나는 동네 골목길을 내려와 횡단보도를 건너 PC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PC방을 100여 미터 남겨둔 지점에서
불 켜진 설렁탕집 간판을 보자마자 걸음이 느려졌다.
평소 설렁탕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데다가, 그때 몹시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PC방에 갔다가 설렁탕을 먹을까?
설렁탕을 먹고 PC방에 갈까?
잠시 망설이던 나는
'그래, 일단 허기진 배부터 든든하게 채우고 그 글을 지우러 가자!'고 결심하고 식당문을 열었다.
겨울 새벽. 식당 안엔 설렁탕과 수육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면서
불콰한 얼굴로 얘기꽃을 피우는 남자들이 몇 팀 있었다.
나는 구석 자리로 가서 짐짓 태연한 척 설렁탕을 주문한 다음
식당에 비치된 신문을 넘겨보며 혼자 열심히 설렁탕을 먹었다.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설렁탕을 다 먹고나서야 깨달았다.
점퍼 주머니에 있는 돈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른다는 사실 말이다.
온통 악플 생각 때문에 경황이 없기도 했고
평소 현금이 없으면 카드라도 들어있는 지갑을 갖고 다녔다는 이유도 한몫 했지 싶다.
돈을 꺼내 세어보니 오천원.
'아아 다행이다 설렁탕값은 되겠어' 하며 메뉴판을 보니 육천원…….
머릿속에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일단 오천원만 내고 천원은 내일 준다고 할까? 그 정도는 봐주겠지?
근데 그러면 PC방은 못 가잖아. 이 추위에 여기까지 왔는데 악플도 못 지우고 돌아가야 하잖아.
내가 왜 이 시각에 여기까지 왔는데. 그 놈의 글을 지우려고 온 건데!
고민하던 나는 꼼수를 쓰기로 했다.
가기로 한 PC방 요금이 얼마인지 모르니, 수중의 오천원 중에서 넉넉히 이천원을 챙겨두고
식당엔 삼천원으로 잘 얘기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 후에 PC방에 가서 악플을 지우고, 집으로 돌아가서 한 잠 자고 일어나
오전이든 오후이든 지금보다 덜 추울 때- 남은 삼천원을 갖다주면 될 것이다.
주섬주섬 일어나 식당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아주머니, 죄송해요. 제가 주머니에 돈이 넉넉한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부족하네요."
"네?"
아주머니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이 동네 주민인데, 일단 이 돈만 드리고 낮에 나머지를 드리면 안 될까요?"
"……얼마나 있는데요?"
"삼천원이요."
"(놀란 듯이)삼천원이요? 그럼 곤란한데……."
아주머니의 말투는 오천원이었다면 봐줄 수도 있을 것 같은 말투였지만
이미 늦었다. 그제서야 '저, 사실은 오천원 있어요'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여기 사장이 아니라서… 나도 종업원이라 내 맘대로 할 수가 없어요."
아주머니도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식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대화를 멈추고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다른 방도가 없었다. 뭔가 맡기고 돈을 가지러 집에 다녀오는 수밖에.
하지만 산책한다고 지갑도 휴대폰도 챙기지 않은 주제에, 맡길 게 뭐가 있었겠는가.
……결국 나는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맡겨놓고 식당을 나섰다.
그리고 참담한 심정으로
아직 어두운 겨울 새벽 거리를 티셔츠 바람으로 뛰고 또 뛰었다.
그리고 집에서 지갑을 챙겨 나와, 다시 식당으로 달리고 달려서
나머지 삼천원을 지불하고 점퍼를 받은 후에
PC방으로 들어가서 악플을 지우자마자- 3분도 안 걸렸다- 요금 천원을 지불하고 나왔다.
모든 게 악플 때문이었다.
악플의 대가는 너무 추웠다.
어느 겨울.
약속과 약속 사이의 남는 시간을 시내 모 PC방에서 보내던 나는, 서핑 중 어떤 이의 글에 악플을 달았다.
글에 언급된 알파의 못된 개인사를 알고 있었기에 참지 못하고 그이에 대한 이야기를 썼던 것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그렇게 익명으로 악플을 단 건 그게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나는 계속 그 생각만 해야 했다.
그런 글을 남겨서 내가 얻을 게 무엇이냐-는 생각부터
혹시 언급된 알파가 그 글을 본다면, 정체 모를 누군가가 자신의 개인사를 알고 있다는 것 때문에 얼마나 두려울 것이냐-란 생각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고
그런 한편 '흥, 못된 짓을 했다면 알려지는 것도 두려워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그 글을 지울 것이냐 내버려둘 것이냐 하는 문제로 갈팡질팡했던 것이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범죄자가 범죄현장에 다시 찾아가 보듯, 나는 수시로 그 게시판을 들락거리며 고민하고 있었다.
이틀쯤 지나니까 이번엔 '혹시 알파가 이 글을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들기 시작했다.
허위 내용을 쓴 글은 아니었지만, 당사자가 공개를 원치 않는 사생활을 쓴 것이었고
알파가 그 글을 보고 대뜸 화가 나서 신고라도 한다면?
처벌의 유무를 떠나 내 정체가 밝혀졌을 때 얼마나 부끄러울 것이냐.
심란하면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나는
그날은 새벽 4시에 동네 놀이터를 거닐다가- 결국 그 글을 지우기로 결정했다.
어느새 나는 알파에 대한 미안함보다,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두려워지기 시작하니, 이틀 전 출입했던 PC방 입구에 큼직한 글씨로 붙어 있던
'CCTV 작동중' 이란 안내문마저 섬광처럼 번뜩이며 스쳐갔다.
경찰서로 호출되어 취조 받고 있는 내 모습이 상상됐고
운 없게도 기사꺼리를 찾던 일간지 기자의 눈에 띄어 기사화되는 사태로까지 생각이 발전했다.
[D인터넷 신문 기자 경력이 있는 장모씨는 '알파를 괘씸하게 여기던 중 관련 글을 발견하고
순간적인 충동을 참지 못했다'며 선처를 호소…….]
그러나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나는, 이내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집에서 지우면 접속 기록이 남을 수도 있으니
나중에 오리발이라도 내밀 수 있도록 PC방에서 지우기로 했던 것이다.
참으로 소심하고도 용의주도한 행보였다.
산책하러 나온 길이었기에 따로 들고 나온 건 아무 것도 없었고
점퍼 주머니엔 며칠 전 넣어둔 천원 짜리 몇 개가 있을 뿐이었지만
PC방 요금은 잘해야 일,이천원. 그것으로 충분했기에, 나는 동네 골목길을 내려와 횡단보도를 건너 PC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PC방을 100여 미터 남겨둔 지점에서
불 켜진 설렁탕집 간판을 보자마자 걸음이 느려졌다.
평소 설렁탕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데다가, 그때 몹시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PC방에 갔다가 설렁탕을 먹을까?
설렁탕을 먹고 PC방에 갈까?
잠시 망설이던 나는
'그래, 일단 허기진 배부터 든든하게 채우고 그 글을 지우러 가자!'고 결심하고 식당문을 열었다.
겨울 새벽. 식당 안엔 설렁탕과 수육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면서
불콰한 얼굴로 얘기꽃을 피우는 남자들이 몇 팀 있었다.
나는 구석 자리로 가서 짐짓 태연한 척 설렁탕을 주문한 다음
식당에 비치된 신문을 넘겨보며 혼자 열심히 설렁탕을 먹었다.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설렁탕을 다 먹고나서야 깨달았다.
점퍼 주머니에 있는 돈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른다는 사실 말이다.
온통 악플 생각 때문에 경황이 없기도 했고
평소 현금이 없으면 카드라도 들어있는 지갑을 갖고 다녔다는 이유도 한몫 했지 싶다.
돈을 꺼내 세어보니 오천원.
'아아 다행이다 설렁탕값은 되겠어' 하며 메뉴판을 보니 육천원…….
머릿속에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일단 오천원만 내고 천원은 내일 준다고 할까? 그 정도는 봐주겠지?
근데 그러면 PC방은 못 가잖아. 이 추위에 여기까지 왔는데 악플도 못 지우고 돌아가야 하잖아.
내가 왜 이 시각에 여기까지 왔는데. 그 놈의 글을 지우려고 온 건데!
고민하던 나는 꼼수를 쓰기로 했다.
가기로 한 PC방 요금이 얼마인지 모르니, 수중의 오천원 중에서 넉넉히 이천원을 챙겨두고
식당엔 삼천원으로 잘 얘기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 후에 PC방에 가서 악플을 지우고, 집으로 돌아가서 한 잠 자고 일어나
오전이든 오후이든 지금보다 덜 추울 때- 남은 삼천원을 갖다주면 될 것이다.
주섬주섬 일어나 식당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아주머니, 죄송해요. 제가 주머니에 돈이 넉넉한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부족하네요."
"네?"
아주머니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이 동네 주민인데, 일단 이 돈만 드리고 낮에 나머지를 드리면 안 될까요?"
"……얼마나 있는데요?"
"삼천원이요."
"(놀란 듯이)삼천원이요? 그럼 곤란한데……."
아주머니의 말투는 오천원이었다면 봐줄 수도 있을 것 같은 말투였지만
이미 늦었다. 그제서야 '저, 사실은 오천원 있어요'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여기 사장이 아니라서… 나도 종업원이라 내 맘대로 할 수가 없어요."
아주머니도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식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대화를 멈추고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다른 방도가 없었다. 뭔가 맡기고 돈을 가지러 집에 다녀오는 수밖에.
하지만 산책한다고 지갑도 휴대폰도 챙기지 않은 주제에, 맡길 게 뭐가 있었겠는가.
……결국 나는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맡겨놓고 식당을 나섰다.
그리고 참담한 심정으로
아직 어두운 겨울 새벽 거리를 티셔츠 바람으로 뛰고 또 뛰었다.
그리고 집에서 지갑을 챙겨 나와, 다시 식당으로 달리고 달려서
나머지 삼천원을 지불하고 점퍼를 받은 후에
PC방으로 들어가서 악플을 지우자마자- 3분도 안 걸렸다- 요금 천원을 지불하고 나왔다.
모든 게 악플 때문이었다.
악플의 대가는 너무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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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아니 왜 비밀댓글이 될까요.
안누른것 같은데, 게다가 비밀번호도 미묘하게 다르게 입력한것 같고요.
으음..;;;
저 위트있는 댓글이 비밀로! ^^
푸힛, 정말 여기에 댓글 다는 곳이 있었군요?^^;;
건 그렇고,
제대로 악플과의 인연을 맺으셨네요. ㅎㅎㅎ
다시는 악플 안 써요 ㅎㅎㅎㅎ
언니같은 사람만 있다면 경찰서부지에 설렁탕집을 더 세울 수 있을텐데- -
분명 악한 마음도 있을텐데 왜 내 눈에는 하나도 안보이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