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에 해당되는 글 5건

  1. 사과 2005/07/12
  2. 상처를 재는 자 2003/08/10
  3. 물고기도 비를 맞을까 2002/05/10
  4. 이런 아픔 2001/11/06
  5. 푸념 2001/08/29

사과



아픔이 우습게도
라면을 먹는 순간 찾아와
목구멍 가득 올라오는 아픔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어요

오래 전에도 이런 때가 있었죠
나는 우아하게 아픔을 노래할 수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좀 전엔 뿌연 먼지 날리며
당신을 닮은 버스가 지나갔어요


(2005.7.12)




2005/07/12 22:31 2005/07/1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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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처를 지닌 사람일수록 다른 이의 상처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정부분 사실일테지만,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상처가 깊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며 '내가 겪은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걸' 이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고통은 이해할 수 있으나, '내 상처는 이렇게 크지만 당신의 것은...' 이란 생각에 오히려 더 깊은 공감은 할 수 없는 듯.

스무살 무렵, 지인 중 한 분이 큰 아픔을 겪고 있을 때, 딴에는 위로한답시고 편지를 쓴 적이 있다. 내용이란 '내가 이러이러한 적이 있었는데 잘 살아있지 않은가, 님의 고통보다 더 심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ㅡ' 라는 것이었는데, 그 분의 대답은 "마음은 알겠지만, 나의 감기가 남의 암보다 아픈 법이라 너의 사연은 내게 위로가 되지 못 한다" 는 것이었다.

그 때는 어린 마음에 '그렇게 하기 힘든 이야길 꺼내면서 위로했는데 이렇게 무안을 주다니' 란 생각에 기분이 안 좋기도 했지만, 그 때 들은 그 분의 말은 내게 남아 두고 두고 되새기는 얘기가 되었다.

누군가의 아픔의 정도를 가늠하는데, 나의 상처는 참고는 될 지언정 깊이를 재는 자는 될 수 없다. 어디에나 들이대어 수치화시킬 수 있는 자...... 말이다.




2003/08/10 02:49 2003/08/10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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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도 비를 맞을까


너를 죽이고 싶어
아픔을 모르는 네가 미워

되도록 차근차근 고통스럽다
눈물을 흘리며 아파, 라고 하면 좋겠어

내 아래 쓰러져 아파하는 너를 보고싶어

오후 두시 빈 방에 드러누워
두 눈을 말똥거리며 궁리를 하다

너를 죽이는 것보다
자신없는 것이 있어 그만 두었어.

늘 젖어 사는
물고기도 비를 맞을까?


(2002.5.10)




2002/05/10 15:57 2002/05/1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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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아픔이란
남에게 털어놓고 후련해할 수 없어서라기보다
누군가의 위로를 받으며 상처를 달랠 수 없어서라기보다
내가 지금 느끼는 것이
어느 누구에게도 아픔이다라고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때문에 힘이 든다.
누군가 내게 "넌 지금 아프구나" 라는 말을 해준다면
한 마디만 해준다면.


우습게도 라면을 먹다가
인정받지 못 한 아픔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데
메이는 목에 억지로
꾸역꾸역 라면을 밀어넣으며 다시 삼켰다.







2001/11/06 01:13 2001/11/0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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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


아파
네 생각
하지 않는 게 상책이지 싶어
다른 것만 떠올렸지 그런데 아파
네가 다가와 눈물을 몰고
참을 수 없어 소릴 지르지
아파서 별 수 없는걸 네가
거기에 그냥 서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는
네 자리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나는
뒤돌아가고 목놓아 울고 끙끙거리고 숨 몰아 쉬다
진정할 수 있을텐데 널
잊기야 하겠냐만 내가 다시 아파
허둥거릴 때 적어도 너 멀리서 돌아오느라 그 사이
몰고 오는 눈물 정도 말라버릴지도


(2001.8.29)




2001/08/29 11:33 2001/08/2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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