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가 있는 동생이 부탁한 책을 사러 교보문고에 갔다. 일전에 어디선가 본 '어느 주한미군이 본 한국' 이던가 하는 유머가 생각났다. '사람들이 갖고있는 책의 1/2은 교보문고에서 산 거라 신기했다' 는 얘기였는데, 그 글을 보고 맞어, 맞어 하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여하간 오늘 나는 학교로 오는 길목에 있는 교보문고에 갔다.
부탁한 책을 컴퓨터로 검색한 점원은 이내 "없는데요" 란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책 이름 옆에 '연락 두절' 이라 나와있다. 출판사와 연락이 두절되어 책이 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돌아섰다. '연락 두절' 이라니. 절판도 아니고 출판사가 망한 것도 아니고 연락이 두절됐다니. 출판사는 왜 교보문고와 연락을 두절했을까.
시시콜콜한 상상을 하며 서점을 그냥 나서려다가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어 넘겨보다 내 것만 두 권을 사서 나왔다. 만원짜리 한 권(노무현과 안티조선: 김동민), 만 이천원짜리 한 권(폭력과 상스러움: 진중권) 값을 지불하며 이번 달엔 책값이 술값을 넘겼는지 계산해보았다. 아쉽게도 이번 달에도 책값을 술값보다 적게 썼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무슨 매일 술만 마시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8월 한 달 그다지 술을 마셔댄 것도 아니다. 기껏 몇 번의 술자리가 있었을 뿐인데 그 몇 번의 대가 치곤 너무 많은 돈이 빠져 나갔다. 술값이 좀 비싸야지...
작년 이맘 때, 딴지일보에 근무하면서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술을 마셔댄 것 같다. 워낙 야근이 잦아 밤샘을 많이 했는데 그 와중에 술도 우라지게 마셨다. 편집국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는 술이 세어 그 술들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게다. 저녁 식사를 하며 반주를 하고, 야근하다 나가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점심 식사 중에도 반주를 했으니 그런 날은 종일 술에 빠진 셈이다. 글이 안 써져 열받아 한 잔, 글이 잘 써져 기분 좋아 한 잔, 글을 다 써서 기념으로 한 잔, 다 쓴 글이 짤려서 한 잔, 올라간 글이 욕을 먹어 한 잔, 심심해서 한 잔, 동료가 우울해서 한 잔, 동료가 기분 좋아 한 잔, 동료가 다 쓴 글이 짤려서 한 잔, 실연해서 한 잔, 동료가 실연해서 한 잔, 동료와 싸워서 한 잔, 동료가 다른 동료와 싸워서 한 잔..... 정말 지겹게도 술을 마셨다.
그 와중에 돌아온 건 순식간에 불어난 살(지금 내 몸무게의 1/10은 그 때 찐 살이다 -_-)과, 함께 술을 마시던 사람들의 술버릇을 파악하게 된 것 뿐이다. 잘라 말해 내게 득이 되어 돌아온 건 아무 것도 없다.
학교로 돌아와 한 동안 술을 마시지 않아서 그런지 단순히 나이-_- 탓인지, 지금 나의 음주량은 매우 줄어들었다. 한 때는 어지간한 남자들보다 술이 세다고 소문이 났었는데, 파격적으로 줄어든 요즘은 조금만 마셔도 속이 울렁거린다. 얼마 전 후배의 생일 자리에 나간 나는 맥주 두 병째를 간신히 넘겨야 했다. 밤새 술을 마시고도 다음 날 아침엔 벌떡 일어나 일을 하던 나는, 이제 조금만 과음을 하면 다음 날 아무 것도 못 먹고 빌빌거리며 후유증이 일 주일은 가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런 현상이 오히려 고맙다. 몸이 알아서 술을 거부해주니 다행이란 생각이다.
내가 뭐 하루 아침에 금욕주의자로 변신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술을 적당히 멀리 하게 되었고, 마시는 술을 돈으로 환산하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물론 나는 술을 마시며 사람들과 회포를 풀거나, 마음 속에 담아뒀던 이야길 꺼내면서 가까워지는 점 같은 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시간은 꼭 얼마짜리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을테니까. 그러나 그것도 정도껏 아니겠는가. 게다가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꼭 술을 마셔야만 가까워질 수 있는 사이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여하간 술을 마실 땐 기분이 좋아 낄낄거리고 호기롭게 계산까지 하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곤 날아간 돈이 아까워 눈물을 삼킨 적이 심심찮은 나는 이제 새로운 -_- 삶을 살려고 한다. 십만원 어치 술을 마시는 대신 책을 사면 열 권은 두고두고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이 대목을 쓰며 나는 잠시 주춤거렸다. 그러고보니 요즘 책값도 만만찮게 비싸구나. '9권'으로 정정한다. 뎅장, 만만한 게 없다니까!)
다음 달엔 꼭 책값이 술값을 이기는 생활을 해야겠다. 내가 무슨 갑부도 아니고..... -_-;;
[사족 1]
미국에 있다가 얼마 전 잠시 귀국한 내 친구 S군은, 홍대 앞의 비틀거리는 인파(!)를 보며 "금주령을 내려야지, 이 나라는 술 때문에 망할 거야" 랬다. S는 미국에 있을 때 나이트에서 술을 마시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 충격요법(명칭을 모르겠다. 거 왜, 영화에서 보면 가슴에 두 개의 무엇인가를 대고 '뻥!' 하고 튀겨내는...-_-;;)을 받고 간신히 살아난 후로 음주량을 줄였다 한다. 적당히 마십시다들... ^^;
[사족 2]
언젠가 지인들과 각자의 연애담을 얘기하던 중 흥미로운 얘길 들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 님이 몇 번인가 만나는 여자 앞에 현금으로 백만원을 내밀며 "오늘 하루 네가 쓰고싶은 대로 써라" 고 제의했는데, 기분 나빠하며 거절한 여자도 있고 알았다고 한 여자도 있었지만 승낙한 여자는 모두 백만원을 다 쓰지 못했다고 한다. 레스토랑에 가서 비싼 식사를 하고, 옷을 사 입고 나면 더 이상 진도를 나가기 힘들더란 얘기였다.
그 얘길 듣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제의를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김칫국 상상을 해보았다. 우선은 선물도 아니고 그렇게 현금을 내미는 남자의 객기에 언짢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언짢아진 이상 내민 돈을 한 나절에 모두 써버리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나라면 그를 끌고 교보문고(...이든지 영풍문고이든지 간에)에 들어가 사고싶던 책과 CD를 반반씩 나눠 구입하고 (대략 50개쯤 되겠네) 집으로 배달을 시킨 다음 손을 탁탁 털며 돌아서겠다...
그런 일이 생길리도 없고, 길에서 돈이나 주으면 좋겠다. -_-;;
부탁한 책을 컴퓨터로 검색한 점원은 이내 "없는데요" 란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책 이름 옆에 '연락 두절' 이라 나와있다. 출판사와 연락이 두절되어 책이 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돌아섰다. '연락 두절' 이라니. 절판도 아니고 출판사가 망한 것도 아니고 연락이 두절됐다니. 출판사는 왜 교보문고와 연락을 두절했을까.
시시콜콜한 상상을 하며 서점을 그냥 나서려다가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어 넘겨보다 내 것만 두 권을 사서 나왔다. 만원짜리 한 권(노무현과 안티조선: 김동민), 만 이천원짜리 한 권(폭력과 상스러움: 진중권) 값을 지불하며 이번 달엔 책값이 술값을 넘겼는지 계산해보았다. 아쉽게도 이번 달에도 책값을 술값보다 적게 썼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무슨 매일 술만 마시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8월 한 달 그다지 술을 마셔댄 것도 아니다. 기껏 몇 번의 술자리가 있었을 뿐인데 그 몇 번의 대가 치곤 너무 많은 돈이 빠져 나갔다. 술값이 좀 비싸야지...
작년 이맘 때, 딴지일보에 근무하면서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술을 마셔댄 것 같다. 워낙 야근이 잦아 밤샘을 많이 했는데 그 와중에 술도 우라지게 마셨다. 편집국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는 술이 세어 그 술들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게다. 저녁 식사를 하며 반주를 하고, 야근하다 나가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점심 식사 중에도 반주를 했으니 그런 날은 종일 술에 빠진 셈이다. 글이 안 써져 열받아 한 잔, 글이 잘 써져 기분 좋아 한 잔, 글을 다 써서 기념으로 한 잔, 다 쓴 글이 짤려서 한 잔, 올라간 글이 욕을 먹어 한 잔, 심심해서 한 잔, 동료가 우울해서 한 잔, 동료가 기분 좋아 한 잔, 동료가 다 쓴 글이 짤려서 한 잔, 실연해서 한 잔, 동료가 실연해서 한 잔, 동료와 싸워서 한 잔, 동료가 다른 동료와 싸워서 한 잔..... 정말 지겹게도 술을 마셨다.
그 와중에 돌아온 건 순식간에 불어난 살(지금 내 몸무게의 1/10은 그 때 찐 살이다 -_-)과, 함께 술을 마시던 사람들의 술버릇을 파악하게 된 것 뿐이다. 잘라 말해 내게 득이 되어 돌아온 건 아무 것도 없다.
학교로 돌아와 한 동안 술을 마시지 않아서 그런지 단순히 나이-_- 탓인지, 지금 나의 음주량은 매우 줄어들었다. 한 때는 어지간한 남자들보다 술이 세다고 소문이 났었는데, 파격적으로 줄어든 요즘은 조금만 마셔도 속이 울렁거린다. 얼마 전 후배의 생일 자리에 나간 나는 맥주 두 병째를 간신히 넘겨야 했다. 밤새 술을 마시고도 다음 날 아침엔 벌떡 일어나 일을 하던 나는, 이제 조금만 과음을 하면 다음 날 아무 것도 못 먹고 빌빌거리며 후유증이 일 주일은 가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런 현상이 오히려 고맙다. 몸이 알아서 술을 거부해주니 다행이란 생각이다.
내가 뭐 하루 아침에 금욕주의자로 변신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술을 적당히 멀리 하게 되었고, 마시는 술을 돈으로 환산하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물론 나는 술을 마시며 사람들과 회포를 풀거나, 마음 속에 담아뒀던 이야길 꺼내면서 가까워지는 점 같은 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런 시간은 꼭 얼마짜리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을테니까. 그러나 그것도 정도껏 아니겠는가. 게다가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꼭 술을 마셔야만 가까워질 수 있는 사이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여하간 술을 마실 땐 기분이 좋아 낄낄거리고 호기롭게 계산까지 하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곤 날아간 돈이 아까워 눈물을 삼킨 적이 심심찮은 나는 이제 새로운 -_- 삶을 살려고 한다. 십만원 어치 술을 마시는 대신 책을 사면 열 권은 두고두고 읽을 수 있지 않은가. (이 대목을 쓰며 나는 잠시 주춤거렸다. 그러고보니 요즘 책값도 만만찮게 비싸구나. '9권'으로 정정한다. 뎅장, 만만한 게 없다니까!)
다음 달엔 꼭 책값이 술값을 이기는 생활을 해야겠다. 내가 무슨 갑부도 아니고..... -_-;;
[사족 1]
미국에 있다가 얼마 전 잠시 귀국한 내 친구 S군은, 홍대 앞의 비틀거리는 인파(!)를 보며 "금주령을 내려야지, 이 나라는 술 때문에 망할 거야" 랬다. S는 미국에 있을 때 나이트에서 술을 마시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 충격요법(명칭을 모르겠다. 거 왜, 영화에서 보면 가슴에 두 개의 무엇인가를 대고 '뻥!' 하고 튀겨내는...-_-;;)을 받고 간신히 살아난 후로 음주량을 줄였다 한다. 적당히 마십시다들... ^^;
[사족 2]
언젠가 지인들과 각자의 연애담을 얘기하던 중 흥미로운 얘길 들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 님이 몇 번인가 만나는 여자 앞에 현금으로 백만원을 내밀며 "오늘 하루 네가 쓰고싶은 대로 써라" 고 제의했는데, 기분 나빠하며 거절한 여자도 있고 알았다고 한 여자도 있었지만 승낙한 여자는 모두 백만원을 다 쓰지 못했다고 한다. 레스토랑에 가서 비싼 식사를 하고, 옷을 사 입고 나면 더 이상 진도를 나가기 힘들더란 얘기였다.
그 얘길 듣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제의를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김칫국 상상을 해보았다. 우선은 선물도 아니고 그렇게 현금을 내미는 남자의 객기에 언짢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언짢아진 이상 내민 돈을 한 나절에 모두 써버리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나라면 그를 끌고 교보문고(...이든지 영풍문고이든지 간에)에 들어가 사고싶던 책과 CD를 반반씩 나눠 구입하고 (대략 50개쯤 되겠네) 집으로 배달을 시킨 다음 손을 탁탁 털며 돌아서겠다...
그런 일이 생길리도 없고, 길에서 돈이나 주으면 좋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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