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0/11/24
  2. 어둠. 끝. (9) 2009/06/03
  3. 결국 (8) 2009/04/06
  4. 꿀꿀 (7) 2009/03/14
  5. (14) 2008/10/21
  6. 2006/05/25
  7. 반짝이는 것 2005/07/29
  8. 너와 나의 이십대 2004/10/25
  9. 술 때문에 생긴 일 200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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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4 22:46 2010/11/2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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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있던 날. 앨리스와 시청 앞에 있었다.
광장 한쪽에 앉아 있는데 눈물만 자꾸 났다.
애도와 상실감. 그리고 무엇보다
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광장에 나와 있는 것뿐이란 사실때문에. 분하고, 속상했다.
탄핵 때에도, 작년 촛불정국 때에도, 지금도
분노를 참지 못해 거리로 나갔지만 그뿐이었다.
무력함. 막막함. 너무 높은 벽.
무기력은 점점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다.

2.
밖을 바라봐도 깜깜하고
나를 바라봐도 깜깜하다.
눈 둘 곳이 없어.
하소연할 곳도 없다.

3.
지인들과 술에 대한 이야길 하다가.
요즘 술을 일부러 되도록 멀리한댔더니, 누군가 나에게
맨정신으로만 살기 힘든 세상에 어떻게 술을 멀리할 수 있냐며
나더러 독하다고. 자기는 그럴 수 없다고.
나도 한때 그랬다. 맨정신이 싫으니 술을 마시자, 라며 술을 마시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술을 마시면 더 또렷한 맨정신이 되던 걸.
덮어뒀던 기억, 애써 외면하던 현실, 깜깜한 앞날 같은 것들이
술을 마시면 자물쇠를 열고 몽땅 튀어나오던 걸. 그러면 얄짤 없이 한동안 깊은 우울.
요즘의 나에겐 술이 독인 셈이야. 어두운 것들을 이성으로 꾹꾹 누르고 살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




2009/06/03 21:30 2009/06/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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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똑같아 
다 쓴 수첩을 뒤지다 발견한, 언젠가 쓴 (무려)시조.
  관심 있는 저 남자는 아웃 오브 안중이고
  보기 싫은 이 남자는 아까부터 껄떡대네
  이러다 마흔 되어도 같은 탄식 하려니.


꽥!


2. 돈
그리고 이건 며칠 전 밤, 잠들기 전 누운 채로 떠올린 짧은 시(???).
  돈아, 너는 왜 나한테 안 오니. 나한테 오면 금방 써 버릴 걸 알고 안 오니.
  돈아, 아아 돈아, 너 정말 얄밉다. 너 때문에 나는 요즘
  다이소에 갈 때나 기운 난단다.



3. 로또
그래서 나의 애절한 마음을 돈님이 드디어 헤아렸는지, 어제 로또에 당첨되긴 했는데
다음 번엔 오천원보다 더 넉넉한 풍채로 와 주십시오.


4. 웃음
며칠 전이었다. 영화를 보고 상영관을 나서면서 핸드폰을 켜니 연락 바란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일했던 모처였다. 전화를 거니 고료를 입금했다는 거다. 예상보다 빠른 입금이었다...! 기분이 좋아서 껄껄 웃기 시작했는데, 너무 크게 웃은 바람에 그쪽 사무실 안에 웃음소리가 다 들렸단다. 그래서 거기 직원들이 다 함께 웃고 있다는 얘길 듣고, 그게 웃기기도 하지만 민망하기도 해서 계속 껄껄껄 웃다가 페이드아웃처럼 웃음소릴 줄이며 전화를 끊었다. 이것 참.


5. 결국
이십대에 나를 괴롭히곤 했던 술, 남자, 돈.
요즘 술은 멀리하고 있다만은
남자와 돈은 여전하구만.
'이러다 마흔 되어도 같은 탄식 하려니.'



2009/04/06 00:57 2009/04/06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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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꿈
꿈 안 꾸는 법 없나.
며칠쯤 참담한 악몽을 꾸더니
요 며칠은 이제 내가 얼마나 찌질한 인간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꿈을 연이어 꾸고 있다.
내 무의식이 그렇다니 더 싫어. 아니 뭐 그래. 이 캐찌질.

2. 술
술만 마시면 봉인돼 있던 우울한 감정이 뛰쳐나온다는 걸 눈치채고, 술을 멀리한지 꽤 됐는데
이달엔 두 번 과음을 했다. 그중 두 번째가 그저께 술자리였는데
기분이 좋아서 자꾸 마셨다지만 역시 폭탄주는 무리였다. 다음날인 어제 종일 몸도 기분도 저 바닥으로 가라앉아 애먹었다. 지금까지도 회복이 안 되고 있고. 아아 술아, 이제 한동안 다시 또 안녕하자.

3. 감기
콧물이 계속 나오고 지끈거리는 걸 보니 감기로구나.
이게 다 술기운에, 우산이 있는데도 굳이 비 맞으며 돌아다녔기 때문. 아아 술, 그놈의 술.

4. 치통
치과 가기 전엔 아프지 않던 어금니가
치과 치료 받고 금니로 변신한 이후부터 오히려 종종 아프다.
신경치료로 신경도 없어진 이가 어떻게 왜 아프지?

5. 날씨
날씨마저 꿀꿀하구나. 하늘도 술 마셨냐.

6. 실종
목요일에 문성근, 추자현 주연 영화 <실종> 시사회에 다녀왔다.
<추격자>를 보지 않아 비교하진 못하겠지만, 영화가 주는 충격이 비슷하려나.
영화 보다가 기분이 더럽고 무서워서 울었다.
와 이걸 또 어떻게 만화로 그리냐능. 영화 바꾸겠다고 할까. ㄷㄷ;

7. 나이
애진작에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이젠 처음 만나는 누구도 내가 이십대일 거라 착각해 주지 않더라.
그래도 아직은 정장 차림의 100% 회사원 포스 총각이
내 나이도 묻지 않고 당연하단 듯 '누님'이라 부르기 시작하면 난 좀 어색해......



2009/03/14 01:56 2009/03/14 01:56


주량이 센 편이었던 나.
재작년까지 제법 술을 자주 마시다가
작년부턴 일부러 술을 줄였다. 술자리에 가도 물만 마시다 오는 식.
작년 올해 술 마신 횟수를 합쳐도 양손에 꼽을 정도였고
몇 달 전부터는 아예 금주하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술을 피한 건, 술이 잘 받지 않게 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술이 우울한 감정을 일으킨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
술자리가 즐겁든 아니었든 상관 없이 그랬다.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길엔 너무나 우울해져서 그 기분 그대로 우울한 밤을 보내곤 했다.

그러던 중 올 시월엔 어찌어찌 금주의 봉인이 풀려서
많이는 아니어도 맥주 한 잔 걸치는 날이 꽤 있었는데.
어제, 친구 송별회를 한다고
하우스 맥주 무제한 제공, 뭐 이런 맥주집에 가서
일인당 요금보단 많이 마셔야 한다는 의무감 비슷한 심정으로
맥주를 막 들이키게 됐던 것이다.
밀맥주와 흑맥주를 세 잔 반쯤 마셨다.
정직한 오백 씨씨 잔이었으니 대략 천오백 씨씨 넘게 마셨다.

그리고 일행과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길을 잃었다! 엉뚱한 방향으로 자꾸 걷고 있었다.
그 상황이 기막히고 어딘지 모를 패배감, 당혹감, 허탈함, 억울함이 밀려와서
난 그만 길 위에서 울고 말았다.
어찌어찌 정신 차려 집으로 향하는 길을 찾아 걸었지만 너무 힘겨웠고
새벽엔 달갑지 않은 갈증과 위통으로 잠을 설쳤다.

그리고 오늘, 느즈막히 일어나 다짐했다.
이제 술은 안 되겠다. 다시 금주다.
취해서 길을 잃었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어젯밤 겪은 감정의 파도 말이야.
그건 너무 익숙해서 더 괴로운 것이었다.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




2008/10/21 17:54 2008/10/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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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겠다고 종일 삶은달걀 오이 토마토 버섯만 먹어놓고
밤, 결국 냉장 떡볶이를 안주 삼아
얼음 가득 담은 잔에 하이네켄 한 캔을 부어 마셨다.
우울이나 허전함을 술로 달래는 게 싫은데도
막상 이런 상황이 되면 알콜을 찾게 된다.
아까 편의점에서 냉장고 앞에 서서
맥주를 살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던 내가 웃기다.


스물 세 살이었나 그런가
늘 술에 취해 대책없이 사는 스물 여덟 살 여자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저게 뭐야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고 쯧쯧 혀를 차고 있었는데
지금 내 나이는 그 때 그이보다도 한 살 많은 스물 아홉...
언니 미안해. 세상은 마음대로 살아지는 곳이 아니란 걸
이렇게 실감하게 될 줄 몰랐어.
맨 정신으로 바라보기 싫은 것들이 이렇게나 많은 지도.




2006/05/25 00:16 2006/05/25 00:16
그저께 모처럼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까 예전에- 내가 스무 살 스물 한 살이던 땐 비를 맞는 걸 그다지 꺼리지 않았어.
오히려 비가 오면 눈 오는 날 강아지처럼 거리를 뛰어다닌 적도 여러 번이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비가 오면 달려나가 춤을 춘 적도 있었지...
비가 와도 깔깔 비를 맞아도 깔깔.
전생에 목석으로 살았다가... 이 생에선 오로지 사랑하려고 환생한 사람처럼
쉽게 마음 주고 쉽게 상처 받고 늘 열병을 앓으며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사람 사는 모양을 이십 대 전반과 후반으로 정확히 나눌 수는 없겠지만
나는 이제 그 때의 나와 다르지 않지만 달라.
다음 날 지장이 있을까봐 평일엔 술을 마시지 않고
찝찝한 게 싫어 오는 비를 일부러 맞는 일은 하지 않는데다가
지갑엔 가까운 편의점에 달려가 우산 살 정도의 돈은 언제든 있어.
언젠가 나는 내가, 상처를 치유하며 한 단계씩 성숙하지 못하고... 그냥 다 끌어안고 어느 틈에 자라버렸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다 자랐다고 숨돌리고 있는 동안에도 나는 계속 달라지고 있더군.

안 지 얼마 안 됐어.
누군가 그 동안 내게 어떤 짓을 했던 건지 사실을 알게 되고는
당장 달려가겠다고 난리법석을 떨다가 주저앉아 펑펑 울고 말았어.
내 이십 대를 온통 휩쓸고 지나간 그는 결국 단지 바람둥이일 뿐이었거든.
참 간단하게도.
그러고 보면 간단해서 더 힘들었던 일이 많았던 것 같아.
대학 불합격은 전화 ARS의 차가운 목소리로 간단하게 확인했고
이력서를 넣은 회사에선 간단하게 연락을 주지 않았고
전날 밤까지 노래를 흥얼거리며 멀쩡하던 아버지는
다음 날 아침 갑자기 쓰러져 간단하게 돌아가셨지...

그래서, 그가 미운 것은 둘째 치고
그 때문에 우울했던 내 이십 대가 무척 초라하게 느껴져서 견딜 수가 없었어.
그의 간단한 사랑 때문에 쓴 글과 그린 그림과 흘린 눈물과 가슴 치며 보낸 시간이 모조리... 너무나 초라해보였거든.
하지만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
그 자식이 아니더라도 내겐 빛나는 것들이 많았으니까, 이젠 괜찮아.
그리고 앞으론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할 거니까,
인생 길게 보면 그 자식의 비중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될 테지.
그저, 그래 넌 평생 그렇게 엿이나 전자렌지에 돌려 먹어라, 하고 욕이나 해주고 싶어.

저기, 반짝이던 예전 그 때처럼은
그 때처럼은 꼭 같이 살 수 없다는 걸 알아.
하지만 앞으로도 빛나는 무언가가
하나쯤은 주머니에 들어있지 않을까.
두고두고 들여다 보며 흐뭇해하고
가끔은 눈물 날 만큼 찡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나는 제발
그럴 거라고 믿고 싶어.




2005/07/29 22:48 2005/07/2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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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5 20:55 2004/10/2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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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때, 우리 학교 ㅇㅇ과 C모군의 별명은 '볼케이노'였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진 몰라도 사람들이 하도 '볼케이노가 오늘...' '볼케이노 걔가...' 라고들 해서 나는 얼굴도 잘 모르는 그의 별명만큼은 익숙해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C군, 과 MT에서 과음을 한 뒤 잠을 자다가 똑바로 누운채로 오바이트를 했고, 그 분출 장면이 마치 화산과 같았다 하여-_- 그런 별명이 붙은 거란다. 그 얘길 듣고 한참을 웃었더랬다.

그리고 다음 해 우리 동아리에 또다른 C군이 들어왔다. 얼마 후 그의 별명은 '레인보우'가 되었다. 이것도 술을 마시다 생긴 별명인데, C군 역시 오바이트를 하고 말았는데 그 때 자기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것이 문제였다. 차라리 그냥 했으면 좋았을 것을... 입을 가린 손가락 사이사이마다 액체가 흘러나왔고, 갈래갈래 나오는 그 모습이 무지개 같았기에 '레인보우'가 된 거란다. - -;

술을 마시고 생기는 일은 참 다양하기도 하거니와 특이한 경우도 어찌나 많은지... 동아리 후배 L양은 어느 날 학교에서 술을 마시다 화장실로 달려 가더란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온 L을 본 아이들은 무척 놀랐는데,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돌려 뽑아 가지고 나온 것이다. 그리곤 그 수도꼭지로 아이들을 때리기 시작했다나... 아마도 수도꼭지를 흉기로 쓴 최초의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역시 동아리 K선배, 이 분은 몇 해 전 여름 함께 간 동아리 여행에서 비가 오자 술을 마시다 말고 밖으로 뛰쳐나가 뛰어다니며 비를 맞았다. 신이 난 나도 덩달아 나가서 함께 소리를 질러대며 비를 맞은 것까진 좋았는데...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뜬 선배는 자기 몸을 더듬다가 소리를 빽 질렀다.

  "씨바, 옷이 왜 다 젖어있는 거야!!"

선배는 한밤의 '질주'를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2002/08/25 15:19 2002/08/25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