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 해당되는 글 5건

  1. 놀람 (17) 2009/11/06
  2. 아이들 (20) 2009/09/11
  3. 아이들 (16) 2009/05/15
  4. [삽화] 월간 <첫> 2008/09/03
  5. 느낀점 2003/04/10


오늘은 도서관 고학년 수업일.
수업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려는데 전화가 왔다. 오학년 여자아이였다.

"선생님, 어디에요? 빨리 오세요."
"지금 가고 있어. 왜애?"
"어떤 오빠들이 와서 무섭게 하고 있어요."
"뭐? 왜?"
"제가 창문 밖에 대고 소리를 질렀더니 찾아왔어요. 빨리 오세요."

계단을 두 개씩 올라가고 있는데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엔 아예 우는 목소리였다.

"선생님, 제발요."
"ㅇㅇ야, 선생님 금방 갈 거야. 그리고 지금 도서관 경비 아저씨한테 가 달라고 전화할게."

전화를 끊고 도서관에 전화, 경비 아저씨에게 교실로 가 주십사 이야기했다. 지하철역에서 도서관은 걸어서 5분 넘게 걸리는 거리라,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타고 갔다.

도서관 앞에 내리니 십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7~8명 쯤? 서 있었다. 그애들을 말하는 건가 흘깃 쳐다보고 2층 교실로 뛰어 올라갔다. 문을 두드리자 아이들이 열어 주었다.

자초지종을 들으니 이랬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와 있던 아이들 중 몇 명이 창문에 달라붙어 소리를 질렀다. 자기 별명을 꽥 지른 애도 있었고, 의미 없는 소리를 지른 애도 있었나 보다. 그런데 한 여자아이가 "ㅇㅇ새끼들아!" 란 욕을 지른 게 화근이었다. 아이 말로는 어떤 대상에게 직접 지른 건 아니라는데, 여하간 그 욕을 길 건너에 지나가던 남자애들이 들은 것이다. 그리고 그애들은 무단횡단까지 하며 도서관으로 쳐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깜짝 놀란 여자애들은 교실 문을 잠그고 버텼다. 화가 난 남자애들은 문을 두드리며 "지금 열면 봐주지만 안 열면 죽여버리겠다"고 윽박지른 것. 그 와중에 여자애들이 나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경비 아저씨께 도움을 청했고, 아저씨가 일단 남자애들을 도서관 밖으로 불러낸 상태였다.

여자애들은 아직도 무서워서 덜덜 떨고 있고, 교실 통유리창으로 내다보니 남자애들은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도서관 남자 직원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자애들은 오늘 무서워서 어떻게 집에 가냐고 걱정하고 말이지. 진정시키면서 다시 내다보니 아직도 모여 서 있는 남자애들... 게다가 그중 한명인 것으로 보이는 아이 하나는 아예 무리에서 나와, 감시하듯 우리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슬쩍 겁이 나고 걱정도 되어 밖으로 나갔다. 남자아이들은 도서관 직원에게 '분명히 자기들한테 욕을 한 거'라고 항의하고 있었다.

"애들이 그냥 밖에 아무데나 대고 욕을 막 한 모양이에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대요. 쟤들 다 초등학생이거든요. 아직 어려서 철이 없어가지고, 애들이 그래놓고 잔뜩 겁이 나서 지금 울고불고 난리예요. 이번 한번만 봐 주세요, 부탁드려요."

고개를 숙이면서 계속 사과했더니 남자애들이 피식 웃으며 알았다고 한다. 도서관 직원이 다시 아이들과 이야기를 시작했고, 나는 고개를 조아리면서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선생님이야." 문을 두드리니 아이들이 잠궜던 문을 열어준다.

그러고도 몇 분이 지나서야 남자애들은 해산(?)했다. 더이상 밖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시키고 수업을 시작해 볼까 하는데 교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아이들이 꺅 소릴 질렀다. 지각한 아이였다;

조용하려던 교실이 그것을 계기로 또 시끄러워져서 다시 안정을 시키고 수업을 진행하려는데... 또 문이 벌컥 열렸다. 아이들이 또 빽 소리쳤다. 역시나 다른 아이였다;

여차저차 다시 진정시키려 했지만 좀처럼 수업이 되질 않았다. 아이들은 저마다 학교 폭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누가 누구에게 맞아서 멍이 들어서 왔다. 누구는 중학생이지만 뒤에 어른 깡패 빽이 있다. 학교 친구가 6학년 언니들에게 찍혀 얼굴에 칼자국이 나서 등교했다.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함부로 나댄다고 언니들이 싫어한다... 같은 이야기들. 그래서 오늘은 원래 수업 주제였던 '욕심'에 대해 글을 쓸 사람은 쓰고, '학교 폭력'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사람은 그것에 대해 써 보라고 했다. 몇 명이 그러겠다고 했다.

어렵게 수업을 시작하고 아이들은 글을 쓰고... 이윽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쉬는 시간은 간식 시간을 겸하기 때문에 평소처럼 다같이 근처 편의점에 가서 먹을 것을 사러 갔고, 내가 계산을 하는 동안 아이들이 먼저 도서관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내가 교실로 돌아왔는데,
한 여자아이가 교실 뒤 벽에 기대어 서 있고, 다른 애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간식을 꺼내거나 그 애를 보며 웃고 있었다.

"선생님, 연이(가명) 좀 봐요. 이상한 장난쳐요."
"응?"

그러고 보니 연이가 선 채로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몰라요. 계속 이러고 있어요."

아이들도 웃고, 나도 별 싱거운 장난을 다 치네... 하면서 그냥 웃었다. 아이들이 이상한 장난 좀 그만 하라고 했지만, 연이는 오늘따라 꿋꿋했다. 뭔가를 보고 있는 건가? 해서 연이 시선을 따라가 봐도 아무 것도 없었다. 신들린 척을 하는 건가? 쟤가 이렇게 엉뚱한 면이 있었나? 연이가 선 채로 조금씩 움직이며 교실 중간께로 왔다. 그때 다른 아이가 웃음을 거두고 말했다.

"선생님, 연이 정말 이상한 건지도 몰라요. 몸이 약해서 전에도 쓰러진 적 있어요."

아... 정말 깜짝 놀랐다. 여전히 천장을 보고 서 있는 연이의 몸을 잡아 보았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짖궂은 장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는데, 아니었다. 연이를 교실 바닥에 천천히 눕히자 그대로 누웠던 거다...

아이 하나에게 도서관 사무실 선생님을 모셔 오라고 하고, 다른 아이에게 연이 어머님께 전화를 드리라고 했다. 어머님이 '전에도 쓰러진 적이 있다. 나도 금방 갈테니, 인근 병원으로 보내달라. 구급차가 오기 전에 연이의 팔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하셨다. 119로 전화를 걸고 팔다리를 주물렀다. 정신이 없었다. 한 아이가 다가와 심폐소생술을 하려 해서 저지했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확신이 서지 않아서 어쩔 줄 몰랐다.

그러고 있는데 어떤 여자분이 달려와서 연이 상태를 살펴 보았다. 주위 책상들을 치우게 하고 내 머플러를 받아 연이 머리 아래에 괸 다음 구급대가 올 때까지 지켜봐 주셨다. 도서관에 공부하러 온 간호사 출신 이용자인데,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혹시나 하고 들여다 보니 쓰러진 아이가 있어서 나서신 거다. 연이의 팔다리를 주무르고 있던 것은 옳은 처치가 아니었단다. 그러면 더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몸을 조이는 단추를 풀어주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 다음 가만히 두는 것이 좋단다. 아... 나도 언젠가 들었던 내용이다. 하지만 전혀 생각나지 않고 머릿속이 까맣기만 했다. ㅜㅜ

금방 119가 왔고, 연이가 실려나갔다. 연이를 살펴준 분에게, 안 계셨으면 어쩔 뻔 했냐고,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며 교실을 나섰다. 정말이지 눈물이 다 났다.

연이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 응급실로 갔다. 다행히 연이는 병원에 도착해선 의자에 앉을 수도 있었다. 의식이 다 돌아오지 않고 말을 잘 알아 듣지도, 하지도 못하는 상태였지만, 적어도 그애가 숨을 쉬고 혼자 의자에 앉을 수 있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었다.

아니 난 무엇보다... 바로 전에 애가 어떤 상태인 줄도 모르고 '장난친다'며 웃고 있기만 했던 것이 떠올라 너무 아찔하고 미안했던 거지. 그나마 더 늦게 알아채지 않은 게 다행이란 생각도 하면서... 연이 어머니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이 부모님과 동생이 달려왔고, 연이는 진료실에 갔다 나올 무렵엔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연이의 증상은 '경기'였다. 이년 전에도 쓰러진 적이 있었고 현재 치료하고 있는 중인데, 아무래도 오늘 수업 전에 있던 일로 많이 놀라 경기를 일으킨 모양이었다. 아까 밖을 향해 욕을 했던 아이는 집에서 펑펑 울고 있다고 했다. 아이고;

병원까지 달려오신 연이 친구 어머니와도 인사하고,
연이네 가족이 차로 지하철역까지 바래다 주셔서, 거기에서 인사하고, 집에 돌아왔다.

두서없고 정신없게 썼는데, 여하간 이게 오늘 저녁에 있던 일들.  
사실 나 아직도 정신없다.

아, 도서관에서 도움 주신 그 분!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언젠가 훗날이라도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제 인사를 한번 더 받아 주셔요. ㅜ_ㅜ





2009/11/06 01:12 2009/11/06 01:12

1.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교탁 앞으로 나가 숙제를 검사 받고 있었다. 그때 난 한창 피아노 치는 재미에 빠져 있던 참이라, 어디든 손 내려놓을 곳이 있으면 건반 두드리는 연습을 했다. 자동이었달까. 그때도 담임 선생님이 내 공책을 들여다보는 동안, 교탁 한쪽에 양손을 올려놓고 노래를 떠올리며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 정신병자니?"

그리곤 왜 그렇게 손가락을 놀렸는지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내 손짓을 흉내내며 다그쳤다.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정신병자 같이!"

으아아. 난 그 일이 두고두고 서운하고 속상했다. 워~ 정말 속상했다. 그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엔 여덟 살짜리 여자애가 되어 속상해했다.

며칠 전 도서관 수업 시간. 애들한테 글을 쓰라 하고 책상 사이를 누비고 있었는데, 3학년 여자아이가 책상에 두 손을 올리고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 요즘 피아노 배우니?"
"네. 어떻게 아셨어요?"
"나도 피아노 배울 땐 그렇게 자꾸 연습하게 되더라고. 피아노 재밌어?"
"네에!"
"좋겠다. 열심히 해 봥."
"네!"

어쩐지 응어리가 풀린 기분도 들고.



2.
어제는 고학년 수업 시간.

"선생님! 배고파요!" 
"우리 사발면 사 먹어요!" (=사 주세요)

"사발면은 안돼. 여긴 도서관이잖아."

"에이......" (금세 풀 죽음)

"사발면 먹고 싶어? 그럼 우리 마지막 시간에 요 앞 공원 가서 사발면 먹을까?"

"네!! 네!!!!!"
"저는 튀김우동이요!" 
"저도 튀김우동이요!"  
"난 새우탕이 좋은데. 선생님! 전 새우탕이요!"  
"저는 #$#$%^요!"  
"저는 %$^$%&^& 사 주세요! 와! 와!!"  (금세 흥분+왁자지껄)

"......얘들아. 근데 좀 그렇겠당."

"왜요?" (눈 똥글)
"왜요?"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우리 종강이 11월말이거든."

"어? 그러네."
"그러냐?"
"그래요?"

"겨울이잖아. 공원에서 사발면 먹기엔 춥지 않을까? 괜찮겠어?"

"에이......"
"추워서 어떻게 먹어......"
"막 노숙자 같겠다......"  (다시 풀 죽음)

"미안. 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웃음)



오늘은 이만큼만.
수업 얘기 또 해야지. 으허허.



2009/09/11 06:36 2009/09/11 06:36

엄마는 여느 많은 엄마들처럼 딸이 학교 선생님을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교대를 가면 얼마나 좋겠냐고도 하셨지만 나는 공부를 못했다. 게다가 스스로 선생님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 적도 없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도무지 적성에 맞지도 않을 것 같았거니와, 그런 모습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던 거다. 내가 대체 누굴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다음 달부터 한동안- 어느 도서관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_+ 책을 읽고 글을 쓰게 하는 수업이다. 실은 그야말로 얼떨결에 하게 된 일인데, 막상 수업 계획안 작성을 놓고 고민하다 보니 의욕도 생기고 이거 되게 두근두근하네. 나 스스로 책 읽고 글 쓰는 습관이 사는 데 큰 도움과 위안이 된 입장이라, 수업을 함께할 아이들이 앞으로 독서와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된다면 바랄 게 없겠다. 그나저나 와,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다니! 좀 들떠 있는 상태.




2009/05/15 06:12 2009/05/15 06:12

어린이 잡지, 월간 <첫> 삽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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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3 16:17 2008/09/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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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10 23:03 2003/04/1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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