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대화하다 떠오른 일.
고등학교 때 우리 반 아이가 조퇴를 한 적이 있었다.
워낙 조퇴가 많은 반이었지만, 친하지도 않았던 그애가 조퇴하던 날을 왜인지 기억하고 있는데
어디가 아픈지 종일 책상에 엎드려 있던 그애는 그날 조퇴를 했고
그후 며칠 동안 몸이 안 좋다며 엎드려 있거나 잠을 자거나 했다.
난 그때 그애가 감기나 몸살에 걸린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다른 친구가 얘기하길, 그때 그애는 낙태를 하기 위해 조퇴했던 거랬다.
졸업하고 한참 후에야 들은 이야기다.
그제서야 그때 그애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해 봤다.
아직 어린 몸으로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하기까지 얼마나 무섭고 괴로웠을까.
무엇보다 그런 일을 겪고나서도
꼬박꼬박 학교에 나와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천주교 재단인 우리 고등학교에선 낙태에 대한 교육을 몇 번 했었다.
임신 몇 주차였던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태아의 발바닥 크기 그대로라는
손톱보다 작은 발바닥 모형 뱃지를 아이들에게 나눠준 적도 있었고.
말하자면 그렇게 작고 귀여운 발을 가진 아이를 지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심어주겠단 거였는데
그게 다였다. 학교 선생님들은 눈앞의 어린 아이들이 밖에 나가 섹스하는 건 상상도 못했을 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남자를 사귀고 어찌어찌 섹스하게 된 이야기를 소근소근 나누곤 했다.
벌써 십년도 더 된 일이니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아니 뭐 학교에서 애들 성교육- 섹스와 피임에 대한- 까지 해야 하냐고 선생님들은 불평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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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지만 요새도 제대로 하는 학교는 얼마 없는듯.
그나마 나 다니던 학교에서는 엄청 옛날에 찍은듯한 미국 성교육 영상을 보여줬는데 (다큐멘터리 형식이었음) 연애-결혼-임신-출산-육아 의 과정을 어떤 실제 커플이 나와서 보여주는거였거든? 대단하지 않아?
심지어 출산 장면에서 애가 쏟아지는 것(물론 애 말고 피가 더 많이 쏟아졌다)을 본 뒤로 -애들은 막 어메이징 하다고 감동먹던데 실제로 그런 내용이었고- 난 너무 무서워서 애를 절대 안낳겠다는 트라우마가 생겨버림.
오 꽤 쎈데.
우린 반마다 (아마) 선생님 재량으로 낙태 비디오를 보여줬다능. 난 그마저 안 봤지만. 그거 보고 펑펑 운 친구 얘길 들었다능.
앨리스님 자기가 애를 낳을 때에는 자기 밑은 안 보이기 땜에 상관 없어요.
난 애랑 피랑 막 쏟아진다니까, 그때의 쾌감(!)이 마구 떠오르는데요.
캬흙~ㅋㅋㅋ 라이님은 언제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현명한 답글만 달아주신다능! 예를들어, 진통이 너무 심해서 의사가 질입구를 가위로 찢어줄 때 너무 고마웠다 뭐 이런것도요.
캬흑
에고 안됐네요. 그 이야기들으면서 그 애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항상 낙태문제는 여성'만'의 윤리적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미혼모는 있어도 미혼부는 없는 것처럼.
그러게요. 겁만 주는 교육은 제대로 된 게 아닌데요.
말씀처럼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분위기도 문제구요...
밤에 누워서도 생각한건데 '성교육'이랍시고 낙태비디오 보여준다니 진짜 너무하다는 생각이. 애들한테 폭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 여학생들에게 성교육은 '내 몸을 내가 주장하기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무슨 '타자의 시선을 끌지 말기(조신하게 행동하기)'와 '니 몸은 니 몸이 아니다 니 몸은 아이를 잉태할 몸이다'라니 이런 ㅅㅂ.
정답
성교육을 과연 어떤 관점에서 해야 할까요 .. 전 단순한 성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의 성의식부터 달라져야 할것 같아요.. 성교육 = 낙태교육 이건 아니라고 보고
성의식의 전환부터 조금씩 바꿔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참고로 남학교는 성교육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 ㅡ.ㅡ
아 남학교엔 성교육이 없나요? 헉쓰 -_-;;
작년에 모교를 찾아갔는데 생물 선생님이 '요즘 애들은 성교육 시간에 당당히 피임 알려달라고 하는데, 똑 부러지는 모습이 대견해서 성심성의껏^^ 알려주고 있다'고 하셨어요. 우리나라 성교육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꾸 죄책감만 심어주니.. 쯧.
오오 선생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