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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교육 (13) 2008/10/27

친구와 대화하다 떠오른 일.
고등학교 때 우리 반 아이가 조퇴를 한 적이 있었다.
워낙 조퇴가 많은 반이었지만, 친하지도 않았던 그애가 조퇴하던 날을 왜인지 기억하고 있는데
어디가 아픈지 종일 책상에 엎드려 있던 그애는 그날 조퇴를 했고
그후 며칠 동안 몸이 안 좋다며 엎드려 있거나 잠을 자거나 했다.
난 그때 그애가 감기나 몸살에 걸린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다른 친구가 얘기하길, 그때 그애는 낙태를 하기 위해 조퇴했던 거랬다.
졸업하고 한참 후에야 들은 이야기다.
그제서야 그때 그애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해 봤다.
아직 어린 몸으로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하기까지 얼마나 무섭고 괴로웠을까.
무엇보다 그런 일을 겪고나서도
꼬박꼬박 학교에 나와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천주교 재단인 우리 고등학교에선 낙태에 대한 교육을 몇 번 했었다.
임신 몇 주차였던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태아의 발바닥 크기 그대로라는
손톱보다 작은 발바닥 모형 뱃지를 아이들에게 나눠준 적도 있었고.
말하자면 그렇게 작고 귀여운 발을 가진 아이를 지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심어주겠단 거였는데
그게 다였다. 학교 선생님들은 눈앞의 어린 아이들이 밖에 나가 섹스하는 건 상상도 못했을 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남자를 사귀고 어찌어찌 섹스하게 된 이야기를 소근소근 나누곤 했다.
벌써 십년도 더 된 일이니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아니 뭐 학교에서 애들 성교육- 섹스와 피임에 대한- 까지 해야 하냐고 선생님들은 불평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인 거 같다.


 

2008/10/27 15:32 2008/10/27 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