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가 시작된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나고 있다. 한 달을 꽉 채우려면 아직 며칠 남았지만, 생각과 시간이 함께 난 김에 9월 한 달 학교 생활을 정리해볼까 한다.
1.
우리 과 물품인 재봉틀 중 두 대가 사라졌댄다. 누가 훔쳐간 모양인데, 물품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은 과사무실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가져간 놈들도 못됐다. 방학 전에 사라진 재봉틀 문제로 지금 학년 간의 의심과 갈굼이 오가는 게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어제도 다 모여서 회의를 한 모양인데 난 오늘인 줄 알고 안 갔다. 안 온 사람 중에 가져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그들에게 재봉틀값을 물겠다는 둥, 뭐 그런 얘기까지 나왔다고 해서 기막혀 하고 있는데 다음 주에도 회의를 또 한댄다. 가져간 녀석도 맘이 편치 않을테고, 조교는 조교대로 교수님들에게 미안해할테고, 애들은 서로 비난을 하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재봉틀이 뭐길래.....
2.
민망하지만 솔직히 말해, 난 휴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공 필수와 선택의 구분이 없는 건 줄 알았다. 그러니까 전공 선택 과목이란 것도 '선택' 이란 이름에 상관 없이 무조건 들어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 바람에 그다지 맞지 않는 전공 과목까지 모두 듣고 있었다. 물론 빠뜨리는 수업 없이 다 들어서 손해볼 건 없겠지만 그래도 여간해선 안 맞는 수업도 있는 법인데....
어찌됐든 이번 학기에 나는 전공 과목 중 배우고 싶은 것들을 골라 신청을 했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매우 별개이지만 그래도 작업하면서 끔찍했던 과목을 듣지 않으니 마음은 편하다.
3.
사실 전공보다 교양 강의가 더 좋은 나, 이번 학기에 신청한 강의들은 어째 모두 마음에 든다. 그 동안은 그래도 졸립거나 괴롭거나 당최 뭔 말인지 모르겠거나 그런 수업들이 학기마다 빠지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에 듣는 교양들은 최고다. 교수님들도 좋고 내용도 재밌다. 그 중엔 다른 학과 전공 과목도 있는데 그것도 마음에 들고.....
4.
다른 학과 전공 과목이란 건 사학과의 '한국 현대사' 를 말하는 것인데,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오포(午砲)' 란 것에 대해 말씀하셨다. 예전에 남산 아래서 대포를 쏘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정오' 가 되었음을 알려주었다는데, 설명을 듣고있다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정오마다 대포를 펑펑 쏜단 말인가. 그럼 과연 어디에 쏜단 말이냐. 옆에 앉은 후배에게 "그럼 대포를 어디에 쏘는 거지?" 라고 물어봤더니 허공에다 쏘지 않았을까 한다. 그래도 결국 어딘가에 떨어지지 않을까, 그럼 그 주위에 남아나는 것이 있을까...
웃음도 나고 궁금해서 교수님께 여쭤보고 싶었지만 사학과 학생들이 우스워할까봐 걱정도 되고, 수업 시간도 다 되어 결국 질문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게 지난 주였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문득 문득 오포를 떠올리며 궁금해했다. 급기야 매일 대포를 맞아 화염에 휩싸이고 풍비박산이 된 남산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 지경이 되었는데, 엊저녁 동아리 동기가 명쾌한 답을 내려주었다.
"공포탄을 쐈겠지?"
역시 군대 다녀온 녀석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 시절에도 공포탄이란 것이 있었을까 다시 궁금해졌지만.
5.
어쨌든 오늘은 그 수업이 돌아온 날이다. 수업 시간이 되어 강의실에 들어서는데 학생들이 아직 오지 않은 거다. 전공자들보다 먼저 도착하는 성실한 학생이 되었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해하고 있는데 칠판에 커다랗게 "휴강" 이라 쓰여있었다. 나도 황당했지만, 오늘 다른 수업을 안 듣고 그 수업만 들으러 부랴부랴 달려온 후배 Y양이 안쓰러울 뿐이었다. 우리는 복도에 서서 잠시 흐느끼다 나왔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아무튼 어찌됐든 휴강은 즐거운 일이긴 하다. 우후후...
6.
이번 학기에 '성문화의 이해' 라는 강의도 신청했다. 이 강의는 같은 이름으로 여러 반이 개설되어 있지만 매학기마다 일찌감치 마감되어 버리는 인기 만점의 강의인데, 이번에 운좋게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성문화의 이해라니, 강의명이 주는 임팩트가 강렬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 동안 침팬지와 오랑우탄, 사마귀와 하루살이와 좀벌레와 빈대, 그리고 상어와 채찍꼬리 도마뱀..... 의 성문화(?)에 대해 배웠다... (난생 처음 들어본 채찍꼬리 도마뱀은 그렇다 치고, 벼룩도 아닌 '빈대' 라니......... 우울하잖앗!!)
1.
우리 과 물품인 재봉틀 중 두 대가 사라졌댄다. 누가 훔쳐간 모양인데, 물품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은 과사무실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가져간 놈들도 못됐다. 방학 전에 사라진 재봉틀 문제로 지금 학년 간의 의심과 갈굼이 오가는 게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어제도 다 모여서 회의를 한 모양인데 난 오늘인 줄 알고 안 갔다. 안 온 사람 중에 가져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그들에게 재봉틀값을 물겠다는 둥, 뭐 그런 얘기까지 나왔다고 해서 기막혀 하고 있는데 다음 주에도 회의를 또 한댄다. 가져간 녀석도 맘이 편치 않을테고, 조교는 조교대로 교수님들에게 미안해할테고, 애들은 서로 비난을 하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재봉틀이 뭐길래.....
2.
민망하지만 솔직히 말해, 난 휴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공 필수와 선택의 구분이 없는 건 줄 알았다. 그러니까 전공 선택 과목이란 것도 '선택' 이란 이름에 상관 없이 무조건 들어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 바람에 그다지 맞지 않는 전공 과목까지 모두 듣고 있었다. 물론 빠뜨리는 수업 없이 다 들어서 손해볼 건 없겠지만 그래도 여간해선 안 맞는 수업도 있는 법인데....
어찌됐든 이번 학기에 나는 전공 과목 중 배우고 싶은 것들을 골라 신청을 했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매우 별개이지만 그래도 작업하면서 끔찍했던 과목을 듣지 않으니 마음은 편하다.
3.
사실 전공보다 교양 강의가 더 좋은 나, 이번 학기에 신청한 강의들은 어째 모두 마음에 든다. 그 동안은 그래도 졸립거나 괴롭거나 당최 뭔 말인지 모르겠거나 그런 수업들이 학기마다 빠지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에 듣는 교양들은 최고다. 교수님들도 좋고 내용도 재밌다. 그 중엔 다른 학과 전공 과목도 있는데 그것도 마음에 들고.....
4.
다른 학과 전공 과목이란 건 사학과의 '한국 현대사' 를 말하는 것인데,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오포(午砲)' 란 것에 대해 말씀하셨다. 예전에 남산 아래서 대포를 쏘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정오' 가 되었음을 알려주었다는데, 설명을 듣고있다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정오마다 대포를 펑펑 쏜단 말인가. 그럼 과연 어디에 쏜단 말이냐. 옆에 앉은 후배에게 "그럼 대포를 어디에 쏘는 거지?" 라고 물어봤더니 허공에다 쏘지 않았을까 한다. 그래도 결국 어딘가에 떨어지지 않을까, 그럼 그 주위에 남아나는 것이 있을까...
웃음도 나고 궁금해서 교수님께 여쭤보고 싶었지만 사학과 학생들이 우스워할까봐 걱정도 되고, 수업 시간도 다 되어 결국 질문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게 지난 주였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문득 문득 오포를 떠올리며 궁금해했다. 급기야 매일 대포를 맞아 화염에 휩싸이고 풍비박산이 된 남산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 지경이 되었는데, 엊저녁 동아리 동기가 명쾌한 답을 내려주었다.
"공포탄을 쐈겠지?"
역시 군대 다녀온 녀석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 시절에도 공포탄이란 것이 있었을까 다시 궁금해졌지만.
5.
어쨌든 오늘은 그 수업이 돌아온 날이다. 수업 시간이 되어 강의실에 들어서는데 학생들이 아직 오지 않은 거다. 전공자들보다 먼저 도착하는 성실한 학생이 되었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해하고 있는데 칠판에 커다랗게 "휴강" 이라 쓰여있었다. 나도 황당했지만, 오늘 다른 수업을 안 듣고 그 수업만 들으러 부랴부랴 달려온 후배 Y양이 안쓰러울 뿐이었다. 우리는 복도에 서서 잠시 흐느끼다 나왔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아무튼 어찌됐든 휴강은 즐거운 일이긴 하다. 우후후...
6.
이번 학기에 '성문화의 이해' 라는 강의도 신청했다. 이 강의는 같은 이름으로 여러 반이 개설되어 있지만 매학기마다 일찌감치 마감되어 버리는 인기 만점의 강의인데, 이번에 운좋게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성문화의 이해라니, 강의명이 주는 임팩트가 강렬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 동안 침팬지와 오랑우탄, 사마귀와 하루살이와 좀벌레와 빈대, 그리고 상어와 채찍꼬리 도마뱀..... 의 성문화(?)에 대해 배웠다... (난생 처음 들어본 채찍꼬리 도마뱀은 그렇다 치고, 벼룩도 아닌 '빈대' 라니......... 우울하잖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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