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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벤더 2004/04/23
회사에 라벤더 화분을 사다 놨다. 물을 자주 주지 말라고 해서 시키는대로 했을 뿐인데, 지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출근하니 놀랄 정도로 축 늘어져 있었다. 당황한 나머지 흠뻑 물도 주고 햇볕 드는 바깥에 내어 놓기도 했지만 너무 늦었다. 라벤더는 다시 일어서지 않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야 향기를 맡을 수 있던 라벤더는, 안쓰럽게도 시들면서부터 강렬히 향기를 뿜어 나를 어쩔 줄 모르게 했다. 한 주가 다시 또 지나가고 있는 지금은 더 이상 향기를 뿜는 것도 멈춘 듯 잔향만 남아있다. 뿌리쪽을 만져보면 이미 말라 죽은 것 같지만, 아직 파란 잎이 남아있어 차마 버릴 수가 없다. 괜히 사왔다는 생각을 한다. 트럭에 실려있던 많은 화분 중에서 마음에 드는 놈으로 골라 산 것인데, 다른 사람이 사는 게 나았다. 내가 사 와서 죽어버렸다. 난 손이 안 가는 선인장이나 길러야 한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라벤더 옆의 선인장이 그다지 싱싱해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날 비웃는 것 같다. 어찌됐든 엉뚱한 데 팔려와서 일찍 죽어버린 라벤더가 안 되어서 정확한 본명을 말해주자면, 화분에 붙어있던 이름표에 따르면, "프린지드 라벤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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