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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술집에서 2001/10/04


선술집에서

애인과 헤어졌다고 말하는 탁자 저 편의 남자는 이제부터 나를 사랑하겠단다. 애인과 헤어진 이유를 묻는 내게 그는 얘기한다,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아프지 않은 것을 보니 사랑하지 않은 것 같다고. 코웃음을 치며 사랑이란 그런 거라고 그가 있을 때만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두 사람이 만나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없으면 못 살고 죽겠는 것은 집착일 뿐이라고 대답하고 나니 내가 지금 그를 받아들이기 싫어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여 얼굴이 근질거린다. 우리가 백날 뒹굴어봐야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라서 더 애틋하고 완전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너의 말을 듣고 네가 그런 생각을 하기에 아파하지 않는 건지 아프지 않으니 그런 이유를 생각해낸 건지 헷갈려하던 내 모습이 둥실 떠올라 그의 얼굴에 겹쳐지기에 나는 당황해서 손을 내밀고 앞에 놓인 오이만 하나 집어 우적우적 씹는다.

(2001.10.4)




2001/10/04 11:36 2001/10/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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