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해당되는 글 2건

  1. 모르겠다 (6) 2008/11/25
  2. 2006/02/27

1.
잘 모르겠다. 요즘은 사는 게
뭔지. 안 적이 없으니 요즘은 모르겠다고 하는 것보단
요즘은 궁금하다, 고 해야겠다.
일을 계속 하고 있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개를 기르고 산책도 하고 세탁소랑 예식장도 간다.
커피도 마시고 편의점표 야식도 질리지 않게 사 먹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갤러리도 가고
하고 싶은 일이 제법 쉬지 않고 생기고
할 수 없는 일도 그에 질세라 늘고 있다.
통장 잔고가 내 마음대로 줄었다가, 남 마음대로 늘었다가, 하고
감정이 내 마음대로 출렁였다가, 남 마음대로 철렁댔다가, 한다.
그런 가운데 저 모든 게 마치-
가로축에 돈, 세로축에 시간이 그려진 좌표에 어찌어찌 그리게 되는 생활 같기도 하고.
돈이 가로축에 있는 건 A4용지의 가로 길이가 훨씬 짧기 때문.


2.
"흘러가는대로 두어라" 는 말은
어떤 이에겐 위로가 전혀 되지 않을 것이다.
누가 지금 한창 막 떠내려 가고 있단 말이지.
그대로 조금만 가면
코앞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게 분명한 상황이야.
그래서 울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일단 흘러가는대로 둬 봐봐, 라고 말하는 거지.
.........그게 뭐야.
모르겠다. 위로는 어려워.


3.
피겨 선수 미쉘 콴을 그렸다. 물론 일 때문이지.
근데 나훈아처럼 돼 버렸다.
아 놔 내가 그려놓고 왤케 웃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꾸 보면서 웃게 되네.
나 일 때문에 그린 거잖아. 웃으면 안 되는 거잖아. 웃기만 하면 어쩌자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다시 그려 말어;  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다시 그려야지 이 사람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2008/11/25 01:27 2008/11/25 01:27
전화통화를 하던 서지는 '하고싶은 일을 해야 하는 건지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건 우리가 친구로 지내온 기간-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내내 고민한 주제였다.

하고싶은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믿음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생활이 곤란하다는 현실 앞에서 체념하기도 했고
믿음을 갖고 살아가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고
자극을 받아 접어두었던 꿈을 꺼내 펼쳐보며 용기를 얻기도 했고
하지만 역시나 돈이 없으면 안 된다며
언젠가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 먼저 돈을 벌어두는 거라 자위하기도 했다.

세상은 온통 뒤집혀야 한다고 몇 번이고 강조하며 두 눈을 반짝이던 화가는
지금 아르마니 수트를 입고 패션지 화보에서 환하게 웃고,
음악만으로도 살 수 있다고 다짐하던 밴드 멤버는
음악하는 데 필요한 돈도 없다며 장사에 뛰어들었다.
나는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씁쓸함이
나를 변명하는 데 필요한 안도감이 되지는 않았으면, 하고 불안해했다.

우리가 단지 돈을 벌려고 태어난 건 아니지 않냐고
생존 자체가 목적인 삶을 살진 말자고 술잔을 기울이다 돌아서서
백화점에 걸린 코트 한 벌에 꿈과 바꾼 돈을 쉽게 지불하고
다시 그 돈을 벌기 위해 살아온 나의 이십대.
그리고 돈, 돈, 돈이 웬수라고 말하는 것으로
게으름과 꿈을 바꾸었다는 사실만큼은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스물 아홉 살.




2006/02/27 16:48 2006/02/27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