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만난 분이 모기를 잡으려 박수치는 걸 보고
예전에 봤던 아프리카 모기약 CF가 떠올라서 찾아봤다.
"귀찮게 하겠구나." (파리다!)
"그냥 냅두죠 뭐..." (가만히 있을걸...)
"안 돼, 얼마나 귀찮게 하겠니." (잡아라)
"난 괜찮아요." (귀찮기야 하겠지만 저걸 잡느라 깨지는 제 평화가 싫어요)
"종이 뭉치로 탁 쳐서 잡아라." (잡아라)
"어우, 싫어요." (저 큰 파리를 쳐서 잡으라구요? 파리가 터지는 건 정말 끔찍해요)
"그냥 탁 치면 돼." (잡아라)
"으으, 못 해요." (터진 파리 흔적을 닦아내는 일도 끔찍해요)
"이 방 문 열 때 저 넘이 나가서 다른 델 돌아다니면 어쩌려구!" (잡아라)
"으으으..." (알았어요...ㅠ.ㅠ)
결국 나는 종이 뭉치로 내리쳐서 파리를 잡는 방법 대신 파리가 앉아있을 때 휴지로 집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리쳐서 내장이 터지는 꼴을 보는 것 보단 그 편이 나을 거란 판단에서다.
파리를 집어도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휴지를 둘둘 말아 움켜쥐었다. 어무닌 옆에 서서 지켜 보신다. 드디어 파리가 벽에 앉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냉큼 녀석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녀석은 더 빠르게 날아갔다.
"으아아악---------"
소리를 질러대는 나를 보던 어무니, 조용히 방을 나가시더니 이윽고 살충제를 들고 오셨다.
"엄마, 안 돼요!" (살충제다!)
"이거 뿌리면 바로 죽잖아. 그냥 이걸로 잡자." (잡아라)
"저 그 냄새 무지 싫어한단 말예요." (그걸 뿌리느니 좀 귀찮고 말래요)
"요즘 껀 냄새가 괜찮아." (잡아라)
"난 그 냄새도 싫던데." (안 뿌릴래요)
"냄새 좀 나면 어때. 잠깐이면 되는데." (잡아라)
"어우 안 되는데..." (제발 그것만은...)
"그냥 내가 뿌릴게" (잡겠다)
"으.. 잠깐만요..." (오마이갓...)
어쩔 수 없다. 어무닌 이미 마음을 굳히셨다. 살충제를 뿌리기 전에 자리끼로 떠 놓은 물컵의 입구라도 막아놓으려고 A4 용지를 집어 들었다. 반으로 접어 컵 위에 올려놓으려는 순간 물에 반쯤 잠겨있는 기다란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가뜩이나 살충제를 뿌린다는 공포감에 빠져있던 나는 축축한 머리카락을 보고 더욱 흥분해버렸다.
"아, 머리카락이야!"
컵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방을 뛰쳐나왔다. 부엌에 가서 물을 버리고 컵을 씻고 새 물을 담으면서도 나는 비명을 질러댔다. 왜 파리가 들어와서 지랄이야, 난 왜 가만 있질 못 하고 '파리다' 라고 외친 걸까, 이 머리카락은 또 뭐야, 씨바씨바씨바, 모든 게 엉망이야!
완전한 패닉 상태였다. 컵을 들고 방으로 달려들어가니 상황은 이미 종결된 후였다. 방 안은 살충제로 자욱했고 어무닌 한 손에 스프레이통을 든 채로 멍하니 서 계셨다. 새로 가져온 컵에 아까 덮으려던 종이를 집어들어 얹어놓았다.
그런데 상황이 좀 수상쩍었다. 파리가 죽었다면 어무니가 집어드셨을텐데 그저 가만히 서 계신다. 고개를 돌리신 어무닌 아무 말씀 없이 나를 바라보셨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엄마, 파리 어디 있어요?" (설마 가구 뒤나 그런 데로 떨어진 건 아니겠죠?)
"으응... 책상 뒤에 떨어졌네..." (니 예감이 맞다)
"으아아아..." (죽은 파리와 한 방에서 숨쉬어야 하다니! 차라리 살아있는 파리가 낫지!)
"괜찮아, 책상 들어내고 치우면 돼." (들어내는 게 보통 일은 아니겠다만)
"으흑흑흑..." (어느 세월에...)
어무닌 멋쩍은 표정으로 서둘러 방을 나가셨다. 더 이상 아무 말씀 안 하시고 들어가서 주무셨고, 나는 밀려오는 살충제 냄새를 맡으며 도대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었단 말이냐 생각하며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 때였다. 마치 공포 영화 결말의 공식화된 반전처럼, 미처 발견되지 않았던 아까의 녀석보다 훨씬 작은 파리가 내 이마를 툭 치고 지나간 것은. 나는 형광등 아래로 날아오르는 녀석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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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재미있어요!!!! 크하하하
그죠? 저도 무지 웃었어요. ㅋㅋ
ㅋㅋㅋ 모기잡기를 저렇게 귀엽게 표현하다니....저도 함 시도해봐야겠습니다.
우왓~ 연습하시면 보여주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