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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프리카 모기약 CF (4) 2008/10/01
  2. 파리 2001/08/11

 

엊그제 만난 분이 모기를 잡으려 박수치는 걸 보고
예전에 봤던 아프리카 모기약 CF가 떠올라서 찾아봤다.
역시 아프리카, 과연 아프리카랄까 그렇다.


2008/10/01 03:18 2008/10/01 03:18
나는 파리도 모기도 싫다. 그러나 싫기는하되 살충제 스프레이는 되도록 뿌리지 않는다. '에프킬라'로 통칭되던 살충제 냄새는 나에게 쥐약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예전보다 냄새가 나아진 편이지만 그것이 '순해졌다' 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은은한 향수 냄새가 몸에서 줄기차게 나는 것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내가 독한 살충제 냄새를 좋아할리가 있나. 아무튼 이렇게 병적으로 살충제 냄새를 싫어하다보니 파리 모기가 눈에 보여도 약을 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그 넘들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생각도 그리 들지 않는다. 좀 귀찮고 살을 뜯길 염려도 있지만 아무리 벌레라도 무언가를 죽일 때의 기분은 정말이지 영 아니다. 그냥 좀 물리고 말지 뭐, 하고 마는 때가 많다.

그러나 울 어무니 생각은 다르다. 어무닌 집 안에 벌레가 있으면 기필코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신다. 만약 잠들기 직전에 방 안의 모기를 발견했다고 치자. 나는 속으로 '으 모기다, 자다가 물릴지도 모르겠다' 고 툴툴거리며 잠이 드는 편이고, 어무닌 벌떡 일어나 당장 불을 켜고 살충제와 종이 뭉치를 동원해 모기가 잡힐 때까지 자리에 눕지 않으신다.

어젯밤 밤인사를 하고 어무니 방에 불을 꺼드린 후에 (어무니가 주무시기 전에 방 불을 꺼드리는 건 우리집에서 어떤 의식처럼 되어 있다. 아무리 어무니가 서 계실 때라도 먼저 불을 끄고 누우시는 적은 없고 먼저 자리에 누우시면 내가 방 불을 끄고 나간다) 내 방에 돌아왔을 때 일이 터졌다.

집안이 전부 어둡고 내 방에만 불이 켜 있자 파리 하나가 방으로 날아들어온 거였다. 그 때 조용히 있었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파리다!" 라고 외쳐부렀다.

주무시려던 어무닌 내 외침을 들으셨고, 즉시 일어나 내 방으로 건너 오셨다. 방 안을 빙빙 날아다니는 파리. 어무니 눈에 띈 것은 녀석의 크나큰 실수였다. 물론 내 고자질(?) 때문이었지만.

"귀찮게 하겠구나." (파리다!)

"그냥 냅두죠 뭐..." (가만히 있을걸...)

"안 돼, 얼마나 귀찮게 하겠니." (잡아라)

"난 괜찮아요." (귀찮기야 하겠지만 저걸 잡느라 깨지는 제 평화가 싫어요)

"종이 뭉치로 탁 쳐서 잡아라." (잡아라)

"어우, 싫어요." (저 큰 파리를 쳐서 잡으라구요? 파리가 터지는 건 정말 끔찍해요)

"그냥 탁 치면 돼." (잡아라)

"으으, 못 해요." (터진 파리 흔적을 닦아내는 일도 끔찍해요)

"이 방 문 열 때 저 넘이 나가서 다른 델 돌아다니면 어쩌려구!" (잡아라)

"으으으..." (알았어요...ㅠ.ㅠ)

결국 나는 종이 뭉치로 내리쳐서 파리를 잡는 방법 대신 파리가 앉아있을 때 휴지로 집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리쳐서 내장이 터지는 꼴을 보는 것 보단 그 편이 나을 거란 판단에서다.

파리를 집어도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휴지를 둘둘 말아 움켜쥐었다. 어무닌 옆에 서서 지켜 보신다. 드디어 파리가 벽에 앉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냉큼 녀석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녀석은 더 빠르게 날아갔다.

"으아아악---------"

소리를 질러대는 나를 보던 어무니, 조용히 방을 나가시더니 이윽고 살충제를 들고 오셨다.

"엄마, 안 돼요!" (살충제다!)

"이거 뿌리면 바로 죽잖아. 그냥 이걸로 잡자." (잡아라)

"저 그 냄새 무지 싫어한단 말예요." (그걸 뿌리느니 좀 귀찮고 말래요)

"요즘 껀 냄새가 괜찮아." (잡아라)

"난 그 냄새도 싫던데." (안 뿌릴래요)

"냄새 좀 나면 어때. 잠깐이면 되는데." (잡아라)

"어우 안 되는데..." (제발 그것만은...)

"그냥 내가 뿌릴게" (잡겠다)

"으.. 잠깐만요..." (오마이갓...)

어쩔 수 없다. 어무닌 이미 마음을 굳히셨다. 살충제를 뿌리기 전에 자리끼로 떠 놓은 물컵의 입구라도 막아놓으려고 A4 용지를 집어 들었다. 반으로 접어 컵 위에 올려놓으려는 순간 물에 반쯤 잠겨있는 기다란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가뜩이나 살충제를 뿌린다는 공포감에 빠져있던 나는 축축한 머리카락을 보고 더욱 흥분해버렸다.

"아, 머리카락이야!"

컵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방을 뛰쳐나왔다. 부엌에 가서 물을 버리고 컵을 씻고 새 물을 담으면서도 나는 비명을 질러댔다. 왜 파리가 들어와서 지랄이야, 난 왜 가만 있질 못 하고 '파리다' 라고 외친 걸까, 이 머리카락은 또 뭐야, 씨바씨바씨바, 모든 게 엉망이야!

완전한 패닉 상태였다. 컵을 들고 방으로 달려들어가니 상황은 이미 종결된 후였다. 방 안은 살충제로 자욱했고 어무닌 한 손에 스프레이통을 든 채로 멍하니 서 계셨다. 새로 가져온 컵에 아까 덮으려던 종이를 집어들어 얹어놓았다.

그런데 상황이 좀 수상쩍었다. 파리가 죽었다면 어무니가 집어드셨을텐데 그저 가만히 서 계신다. 고개를 돌리신 어무닌 아무 말씀 없이 나를 바라보셨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엄마, 파리 어디 있어요?" (설마 가구 뒤나 그런 데로 떨어진 건 아니겠죠?)

"으응... 책상 뒤에 떨어졌네..." (니 예감이 맞다)

"으아아아..." (죽은 파리와 한 방에서 숨쉬어야 하다니! 차라리 살아있는 파리가 낫지!)

"괜찮아, 책상 들어내고 치우면 돼." (들어내는 게 보통 일은 아니겠다만)

"으흑흑흑..." (어느 세월에...)

어무닌 멋쩍은 표정으로 서둘러 방을 나가셨다. 더 이상 아무 말씀 안 하시고 들어가서 주무셨고, 나는 밀려오는 살충제 냄새를 맡으며 도대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었단 말이냐 생각하며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 때였다. 마치 공포 영화 결말의 공식화된 반전처럼, 미처 발견되지 않았던 아까의 녀석보다 훨씬 작은 파리가 내 이마를 툭 치고 지나간 것은. 나는 형광등 아래로 날아오르는 녀석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2001/08/11 12:51 2001/08/1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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