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초, 태수랑 산책길에서.
+
항상 산책줄을 하고 다니는데
길 잃을 염려 없고, 자동차 없는 몇 장소에선 풀어줍니다.
+
아래는 가끔 떠올리는 글.
모든 사랑에는 이유가 있다 - 김영주
1. 더위
무지하게 더웠다. 낮에 이렇게까지 땡볕일 줄은 모르고 태수를 데리고 산책 나갔다가, 둘 다 제대로 익어서 돌아왔다. 중구를 무슨 소나무 특구인가 그런 걸로 만든다더니 그것 때문일까? 지난 겨울부터 울창하던 나무를 많이 베어내고 그 자리에 어린 소나무를 심고, 산책길 정비한다고 흙길을 시멘트로 덮는 와중에 베어버린 나무도 많아서 나무 그늘이 많이 사라진 탓이 크다. 이 산책길 정비에 대해선 할 말이 많은데, 짧게 줄여서 하자면 딱 두 문장이다. 1) 산책하면서는 흙을 좀 밟고 싶단 말이에요. 2) 산에 가는 건 나무 사잇길을 걷고 싶은 것이지, 그냥 '경사진 곳'을 오르내리고 싶어서가 아니란 말입니다. -_-;
아무튼 집에 돌아와서, 태수는 찬물로 배와 발을 씻고도 헥헥거리는 걸 그치지 않았다. 선풍기를 강풍으로 돌려 주니 그 앞에 누워 눈을 감고 헥헥거리더라. 나도 옆에 누워 헥헥거리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똥파리가 둘의 휴식을 방해하며 요란하게 날아다녔다. 당장 집밖으로 추방.
2. 숲
사실 오늘처럼 이상 기온이 아닌 다음에야 숲을 산책하기엔 이맘때가 가장 좋다. 숲은 푸르고, 아직 벌레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여름에 숲속에 있으면 시원해서 좋을 것 같지만, 그땐 벌레가 장난 아니게 많다. 동네 뒷산은 주택가가 인접한 곳이라 그런지 몰라도 특히 모기가 많다. 게다가 꼴에 시커먼 산모기! 잠시만 다녀와도 노출된 부위는 엠보싱이 되고 만다. 그리고 초가을이 되면? 모기떼는 잦아들지만 그땐 또 나방 군단이... 풀숲에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후루룩 훠어이... 나방을 몰고 다니는 마녀가 된 기분이 되므로...... 결론은 이 계절을 최대한 즐겨야 한다는 거. 산책 많이 해야지~
3. 연휴
휴일과 크게 상관 없는 입장인데도, 휴일엔 남들 따라 일이 손에 잘 안 잡힌다. 벌써 오월이 6일째에 접어 들었는데 거의 한 일이 없다. 오늘 집에서 일이 너무 안 되길래 사무실에 나왔는데 아직도... 오늘은 또 연휴 끝난 바로 다음 날이라 안 되는 것 같은데... 이봐, 넌 연휴랑 상관 없는 인간이잖아...... ㅜㅜ
4. 오지은
오지은 2집을 듣고 있다.
몸집도 작은 언니가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구나.
5. 눈물
최시중이, 이대통령과 자기는 처절히 굶어본 사람들이라며 눈물 흘렸다는 기사를 봤다. 알겄습니다, 누가 뭐랬나요. 다만, 나름 자수성가했다는 사람들은 곧잘 이렇게 되는 것 같다. 배고픈 게 어떤 건지 잘 알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배고픈 사람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는 극복했는데 너희는 왜 징징거리냐. 내가 해낸 걸 보란 말이삼' 하고 무시하는 거. 남들이 하는 말은 다 핑계로 들리는 거다. 어쨌든 자기는 이만큼 올라왔으니까. 그것 참 곤란하다. '왕년에 나도 뭐뭐 해봤다'는 이명박 시리즈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긴커녕 공허하게만 들리는 것도 그래서가 아니겄습니까. 어르신들 마음을 좀 넓고 깊게 가져 주시면 좋겄습니다.
6. 식욕
근래의 식욕은 아무래도 비정상적인 것 같아, 다시 당근을 꺼내 들기로 했다. (라고 다짐하며 마지막 초콜릿을 뚝딱.)
































종일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심란하여, 괜히 신발장을 뒤적여서
낡은 구두와 너덜너덜해진 샌들, 등산화를 꺼내 쓰레기봉투에 집어넣었다.
다른 신발들보다 등산화를 버리는 마음은 상당히 착잡했다.
아주 오래 전에 구입하여 그 등산화를 신고 월출산도 갔고, 설악산도 갔지.
그리고 지금은 굳이 되돌아보기 싫은-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음 한 켠에서 제멋대로 반짝이고 있는-기억들을 남기고 왔다.
잠시 멈칫했지만, 이제 새 등산화를 신고 다른 추억들을 남기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초콜릿색 하이힐을 구두약 발라가며 정성껏 닦았다.
제법 오래 신었고 애착도 있는 구두. 내 부주의로 처음의 빛을 잃은 것 같아 안쓰러워 한참을 문질렀다.
그래놓고도 여전히 일할 마음이 나지 않아 산책을 나갔다.
구부정한 포즈의 개가 한 마리 지나가길래 말을 걸었지만, 딱 '신경 끄고 지나가셔' 라는 눈빛을 날리며 낮게 으르르.
알고보니 내가 지나갈 때마다 대문 안에서 사납게 짖던 그 집 개였다.
그 개가 왈왈 짖을 때마다 나는 '야, 너네 집에 관심 없다니까' 라고 응수하곤 했다.
오늘은 어딜 다녀온 사이에 집 대문이 꼭 닫힌 모양이라.
앞발로 대문을 열어보다가 여의치 않으니 대문 밑으로 기어들어가려 한다.
도무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인데 저러다가 끼는 거 아닌가 싶어 지켜보았는데
다행히 무리한 시도는 포기하고, 낙담한 표정으로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고소해하며 바라보는 나를 슬쩍 쳐다보더니 고개를 흥 돌린다.
아 그렇게 다양한 표정의 개라니. 그런데 표정이 하나같이 정이 안 가냐.
요술을 부려 사람으로 변신시켜 놓는다면, 매일같이 껍데기집에 출입하여
양철 탁자에 소주잔 거칠게 내려놓으며 큰소리로 신세한탄할 상이로다.
개를 등지고 계속 산책길을 따라 걷다가 산길로 접어들어
푹신한 솔밭에 소나무를 기대어 앉아 있다가 돌아왔다.
뚜벅뚜벅 걸으니 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빈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열쇠를 던져놓다 보니
봄여름가을겨울의 '혼자 걸을 수 있어'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외롭지만 혼자 걸을 수 있어-
그러게.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