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에 해당되는 글 3건

  1. 요즘 2005/05/20
  2. 근황 2005/05/04
  3. 그러니까... (2) 2003/08/13
사랑니 실밥을 오늘에서야 풀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 근처 치과에서 이를 뽑았던 까닭에 오늘 실밥을 푼 곳은 다른 치과. 그런데 의사 아저씨가 모두 둥글둥글 비슷하게 생겼다. 기껏 두 곳을 가놓고 '치과 의사는 다 비슷하게 생겼나' 란 생각을 했다. 전에 간 치과는 번화가에 있지만 치료하는 의자가 세 개밖에 없고, 대기실도 좁고, 간호사 복장은 흰색과 분홍색이 섞인 전형적인 동네 병원. 오늘 간 곳은 부유하지 않은 동네의 골목길에 자리한 곳이지만 시설이며 규모가 으리으리하다. 간호사 복장도 도회적인 커리어우먼 스타일. 환자가 많아서 불친절했겠지만, 아무래도 난 전에 갔던 아기자기하고 다정한 치과가 좋다. 의사 아저씨도 친절했고, 간호사 언니들도 싹싹하고 귀여웠는데. 치료할 이가 몇 개 더 남아 있지만 아무래도 그건 새로 옮긴 일터 근처에서 해야겠지?

월요일부터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일하고 있다' 라고 썼다가 '출근하고 있다'고 고쳤는데 그건 이번 주에 내가 한 일이 그다지 없기 때문이다. 이곳은 경희궁 바로 뒤쪽. 직장 건물 뒤로 난 수풀을 헤치고 올라가면 경희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첫날 그 샛길을 알곤 다음날 아침에 경희궁을 통한 출근을 시도했는데, 나름대로 운치를 즐기며 수풀을 헤치고 나가자 회사가 아닌 웬 가정집 같은 곳이 눈앞에 있었다. 길을 잘못 들었단 사실을 알고 난감 모드. 나는 심각한 길치라, 한 번 방향을 잘못 잡으면 그 다음엔 엉킨 실타래 푸는 것보다 더 어려워하기 때문. 다행히 많이 떨어진 곳이 아니라 무리 없이 잘 찾아왔다.

아직 세팅이 덜 되어 있어 노트북을 쓰고 있는 중. 종일 움츠러든 자세로 노트북을 쓰고 있으려니 어깨가 뻣뻣하다. 낮엔 너무 뻐근해 잠시 이 동네 골목을 걸어봤다.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집들은 큼직큼직하고, 대사관이 곳곳에 숨어 있다. 첫출근한 날 회사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주위를 둘러보곤 무척 흡족했다. 내가 좋아하는 광화문 부근이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난 장소에 애착이 강한 사람이라, 경관을 보자마자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해 버렸다. 게다가 아래를 내려다 본 순간 마침 고양이 한 마리가 여유롭게 흙위에 누워 등을 비벼대고 있었기 때문에 입이 헤 벌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광화문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조용하고 깊숙한 주택가를 아침 저녁마다 걷고 있다. 올 때마다 힘이 나던 거리를 매일 다닐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겠지.

그나저나 불만 두 개. 하나는 회사 근처 어느 집 지붕. 미술관 건물같은 현대식 건물과 시퍼렇게 번들거리는 기와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나름 퓨전이라고 우길 수는 있겠지만 영 생뚱맞은 게 아니다. 남의 집 지붕이 어떻든 신경쓸 필요야 없는 일이지만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더 뜨악한 건 높이 솟은 오피스텔들. 그곳들에 가려져 인왕산이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굳이 인왕산을 다 보고싶어서가 아니라, 경복궁과 경희궁 사이에 인공위성 발사대마냥 솟아있는 그곳은 광화문 일대의 이물질이었다. 앞으로 그런 건물이 더 들어선다는데... 가앗 뎀.




2005/05/20 21:06 2005/05/20 21:06
1. 그저께 굉장한 이야길 전해 들었다. 너무 굉장해서 듣다가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였다. 꺽꺽거리며 울다가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2. 때마침 사랑니가 아파왔다. 그 동안 가끔 아픈 적이 있었지만 이내 괜찮아지길래 별 탈 없이 자라는구나 했는데, 볼이 퉁퉁 붓더니 말도 못할 정도로 아파 치과에 갔다. 구역질 나는 일을 사랑니에 대입시켜 냉큼 뽑아버리고 싶었지만 염증이 가라앉아야 마취를 하고 뽑을 수 있다기에, 일단 염증 치료만 하고 다음 주에 뽑기로 했다. 치료가 제대로 안 된 건지 원래 이런 건지 아직도 계속 아프다. 하루 세 번 진통제 복용 중. 말로만 듣던 사랑니 진통, 역시 요란하구나.

3. 집에 있는 PC가 고장난 지 한참 되었다. 집에서 인터넷을 할 수 없으면 굉장히 심심할 줄 알았는데, 요즘은 방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만화책을 읽고 있다. 하지만 계속 만화책만 볼 수도 없는 일이라 조만간 수리에 들어갈 예정. 새 하드를 하나 구입하면 예전 하드에 있던 자료도 잃지 않고 용량도 키울 수 있어 일석 이조라는 조언을 들었다.

4. 다다음 주 부터 새로운 회사로 출근한다. 회사에 갖다 놓은 짐이 많아 한꺼번에 들고갈 수 없어 꾸준히 짐을 챙겨 가고 있는데, 어찌 된 게 챙겨도 챙겨도 끝이 없네. 오늘도 한 짐 안고 간다.

5. 새로 출근하게 될 회사가 집이랑 가까워서 황홀했는데 그것도 잠시. 집이 이사를 갈 것 같다. 집을 팔고 엄마 가게를 정리하고 뭐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하니 오늘 내일 당장 이사를 가는 건 아니겠지만, 엄마의 화끈하고 신속한 결정이 단호한 것으로 보아 이사를 가긴 갈 것 같다. 태어나서 줄곧 용산구 안에서만 살아오다가, 딱 한 번 가본 강동구로 가게 될 듯. 어째 기분이 이상하다.

1+2+3+4+5= 젊은 날 내내 온갖 감정이 얽히고 설켜 있던 한 남자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던 이해와 애틋한 마음까지 봄날 오후 마당에 엎지른 물처럼 싹 날아가 버렸다. 염증 치료와 함께 사랑니를 뽑을 거다. 고장난 PC의 하드를 바꿀 거다. 회사를 옮길 예정이다. 이사를 가게 될 것 같다. 요즘 나의 근황은 온통 변화, 변화 투성이.




2005/05/04 23:28 2005/05/04 23:28
1)
누군가 내게 "○○란 없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는 있어, 네가 ○○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뿐이지" 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어쩌면 그가 믿지 않는 걸 내가 믿고 있고
그가 믿는 것을 내가 믿지 않을 때

우리는 사실 다른 세상에 살고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조각 조각 나누어진 세상, 을 넘나들며
살고싶은 공간에만 발을 딛으며.


2)
처음부터 아니었다.....라는 것이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길까.
아니었다는 걸 알면서 시작했던 처음은 뭐며
그래서 그 동안의 과정이라는 게 '처음부터 아니었으니까' 없던 일이 되어도 좋다는 얘긴가.

내가 이렇게 시비를 거는 건
누군가 이런 얘길 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게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 것 같아 부인하고 싶기 때문.....
처음부터 아니었다는 말로 생각을 정당화하는 것 같아
나를 달래고 있는 중


3)
누군가 꿈에 나왔는데
죽은 게 아니라 마치 어디에 오랫동안 다녀온 사람인 것처럼 나타나
자상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말을 걸었다.

내가 싫어하던 그 사람
그가 죽은 뒤에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더 잘 깨닫게 된 사람
그런 그가 어디에 훌쩍 다녀왔던 거라며 나타나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
나의 죽음은 너에게 아쉬운 일이었던 거야ㅡ
내가 살아있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텐데ㅡ 라고 말을 하듯이.

문득 내가 그를 싫어할 수 밖에 없던 까닭도
그에게서 끝내 받지 못한 사과도
그가 세상을 뜬 순간 아무 의미 없어진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 견딜 수 없다.
그렇다면 나 혼자 괴로워하고 분노했던 시간들은 무엇이었지?
당신, 다시는 내 꿈에 나타나지 않아 주었으면.....


4)
어젯저녁은 세상이 빙글 도는 듯 아팠다.
사랑니 하나로 이런 몸살이 날 수 있구나..... 란 생각에
쓰러지듯 누워 혼자 기막혀 했다..

거울로 입안을 들여다보다
오른쪽에만 나고있는 줄 알았던 사랑니가 왼쪽에도 나고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러니 더 심하게 아팠구나, 미련하게 몰랐구나, 란 생각 다음엔

양쪽에서 사랑니가 나고 있으니
어쩐지 내가 이리 아픈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는 황당한 경험.

사랑니 '하나'로 얻는 고통이라면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걸까, 나는.




2003/08/13 06:58 2003/08/13 0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