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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2008/11/20
  2. 글쎄, 글쎄, 글쎄 2003/05/07
from ---------------글담 공책/시 2008/11/20 23:20



 



뺨에 닿은 눈, 녹으며 말하네.
사라질 것이다.
나 이리 사라지듯 너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기억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고통도
사라질 것이다. 세상 것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품고 감고 달고 밟고 숨긴 것들도
사라질 것이다. 너는 그 대부분을 기꺼워하겠지만 그 안도도
사라질 것이다.





2008/11/20 23:20 2008/11/2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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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휙, 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때지.

횡단보도를 건너려 신호등을 바라보다가, 이어폰을 꽂고 땅을 보며 걸어가다가, 어디 언덕배기에 올라 농구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문득 햇살이 퍽 따갑구나란 사실을 깨달을 때

그런 순간에 그냥 휙, 하고 사라지는 거지. 사실 푸드덕거리며 날아가든 뿅하고 증발하든, 사라지는 방법이야 별 상관은 없지만.

내가 바라는 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거나 너무나도 우울해 죽고싶을 때가 아니라,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적인 순간에, 역시 지극히 평범한 일이라는 듯 자취가 사라지는 거니까.

사람이 죽는 게 아니라 사라지는 거면 좋겠어.

너무나 일상적으로, 조용하고 평화롭게, 고개를 들어 시계탑을 바라보다 햇빛 때문에 눈을 살짝 찡그릴 때 그냥 휙,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그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풍경들도, 그의 지인들도, 그 자신도, 그저 조용하고 평화롭게,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으로 가던 길을 계속 가며.

나는 요즘, 혹시 내가 이 발을 내딛는 순간 사라질 지도 몰라, 어쩌면 지하도 계단을 내려가는 지금 사라질 수도 있겠지, 따위의 상상을 하며

그 순간 순간들을 이어서 살고 있어.




2003/05/07 03:03 2003/05/0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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