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 해당되는 글 4건

  1. 어른 2004/01/25
  2. 이런 저런 얘기들 2003/12/12
  3. 이런 저런 얘기들 2003/11/15
  4. 화분 2003/01/07
1.
문득,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게 언제인지 떠올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그 대신, '이건 내 나이엔 버거운 일인데' 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일들이 차르르 지나간다.

나는 내가 언제 어른이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유년의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았다. 나는 상처를 치유하며 한 단계씩 성숙하지 못하고, 그냥 다 끌어안고 어느 틈에 자라버렸다.



2.
언젠가 말한 것처럼.... 오래된 일이라 해도, 내가 잘못했던 이들에게 뒤늦은 사과를 하고싶은 것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찾아가 내게 사과를 해줄 순 없냐고 부탁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오래 전의 일을 기억하냐고, 당신이 나에게 '미안하다' 고 말해주면 내 마음은 이제 편안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러니 부디 다른 것이 아니라 그저 미안하다는 한 마디만 해 줄 수는 없겠냐고.

마음이 이럴 뿐이지 정말 이런 말을 하며 돌아다닐 리는 없겠지만, 설령 그런다고 해도 죽은 이에게선 사과를 받을 수 없다. 사과조차, 받을 수가 없다. 죽은 이를 향한 감정이란 대개 버거운 것이겠지만, 미움 역시 그렇다.

나는 그 누군가에게서 미안하다 라는 말을 꼭 듣고 싶었다. 언젠가의 어린 나는, 내가 원해왔던 건 딱히 다른 게 아니라 그 짧은 한 마디였다는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란 사실도 깨닫곤 넋을 잃고 말았다. 어쩌면 그 때부터 나는 흐지부지 희미하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2004/01/25 03:29 2004/01/25 03:29
1.
피씨방에 들렀는데 손님이 무척 없다. 조화이긴 하지만 꽃 화분이 곳곳에 놓여있고, 조명도 밝고 쾌적한 편인데 왜 이리 없는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 근처에 다른 피씨방이 많고, 이곳이 4층인데 엘리베이터가 고장났기 때문이 아닐까란 짐작을 해 본다.

장사가 안 되서인지 원래 성격이 그러신 건진 알 수 없으나, 주인 아저씨는 무척 친절하다. 조금만 낌새(?)가 이상해도 벌떡 일어나 달려오시는 것이 사실 좀 부담스러울 정도인데, 방금도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난 건데 아저씨가 달려오시는 바람에 조금 민망했다. 컴퓨터를 꺼뜨리고 어리버리하고 있을 때에도 아저씨는 서둘러 달려오셨다. 이 근처에서 피씨방에 들르는 일은 거의 없지만, 혹여 오게 될 일이 생기면 다시 여기로 와야겠다.

2.
드디어 기말이다. 학기가 얼마 안 남았다니 좋긴 한데 기말고사 때문에 고사 직전이다. 다음 주에 볼 시험과 제출할 과제들을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 성적에 크게 신경 쓸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입학 이래 최악의 참담한 학점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엔 잘 하면 그렇게 될 것 같아 두렵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과제를 앞에 놓곤 너무 너무 하기 싫어 죽겠다. 엉엉.

3.
만날 때마다 "언니!" 하고 외치는 아이가 있다. 물론 다른 아이들도 나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라면 '언니' 라고 부르곤 하나, 그 아이가 '언니' 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 애는 잃어버린 친언니를 찾은 사람처럼 절박하게 '언니!" 라고 외친다. 그 애의 성격은 나와 과히 잘 맞는다고는 할 수 없으나, 나는 그 애를 다시 만날 때마다 그 외침으로 다른 생각들은 날려버리고 오직 '그래 그래 반갑구나 야' 란 생각을 하게 될 뿐이다.

4.
나는 지인들에게 자주 먼저 연락을 하거나 아는 체를 하는 살뜰한 성격이 못 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연락이 끊긴 이가 꽤 있는데, 어느 날 문득 연락을 하자니 그것도 좀 이상할 것 같아 전화를 못 하고, 그러다보면 소식이 궁금하고 언제 한 번 보고 싶은데도 참고 살아야 한다. 요즘들어 보고싶은 사람들이 자꾸 생각나는데, 조만간 먼저 연락을 해야겠다.

5.
마찬가지로 사과를 하고싶은 사람도 여럿 있는데, 그들에게 "재작년에 잘못한 일을 사과하려 한다" 거나 "사실은 8년 전의 일로 사과하려고 연락했다" 라는 전화를 하면 어떤 반응이 올지 두렵다. 안부 인사와 마찬가지로... 사과할 일이 생기면 바로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문제는 당시엔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 하다가 시간이 흘러서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만... 아아 어떻게 하나. 그들에게 나는 평생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하나...

6.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헤드셋에서 "청소년 출입 금지 시각이 되었습니다" 라는 알림이 흘러 나온다. 그것과는 상관 없지만, 마침 나갈 때가 되어 일어나야겠다. 때맞춰 옆자리에 방금 들어온 남자가 볼륨을 무시무시하게 올려놓고 게임을 시작했다. 나는 여길 나갈 거라 하나도 괴로워하지 않아 할 거다. 메롱.

(2003.12.12  22:05)




2003/12/12 22:05 2003/12/12 22:05
1
갈등 구조가 생겼다. 나는 내가 5 정도의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10 정도의 잘못에 해당할만한 화를 냈다.

왜 내가 정도에 지나치는 비난을 받아야 하나란 생각에 발끈했지만 꾹 참고 10에 달하는 사과를 했다. 그러자 그 순간 상황이 종료되었다. 화가 잔뜩 나 있는 상대방을 대하며 나름대로 긴장했었는데, 오히려 맥이 풀릴 정도였다. 흥미로운 경험이다. 화난 사람의 감정이 순식간에 누그러지는 모습은 사실 놀라운 것이었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와 웃으며 농담 따먹기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다행인 점은, 이후에 좀 더 대화를 해 본 결과 그의 평상시 말투가 원래 공격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그가 꼭 내 잘못이 10이라고 생각해 화를 냈던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어쨌든 당시에 그가 내게 원했던 건 '당신이 화를 내는 만큼 내 잘못이 크진 않다'는 호소가 아니라 '사과' 였고, 나는 쉽게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준 셈이다.


2
며칠 전에 밥을 김에 싸서 먹다가 문득 '다음에 김으로 환생하면 웃기겠다' 는 생각을 했다. 강낭콩이나 미나리 같은 건 상상해본 적이 있지만 김은 처음이다. 납작하게 눌려 팔리는 김만 보았지 김 원래 모습을 본 적이 없는 나는, 다음에 김으로 환생했는데도 내가 김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 같아 살아있는 김 사진을 찾아보다 실패했다.


3
CDP도 이어폰도 말썽이라 며칠 동안 귀를 열고 다녔다. 허전한 기분이야 당연하고, 다른 건 몰라도 버스에서 이어폰이 없다는 건 우울한 일이었다. 원치않는 소리는 멀미를 심하게 만든다. 덜컹이는 차와 크게 떠드는 사람과 불분명한 소리로 싫어하는 노래를 내보내는 라디오..... 그것들은 뒤섞여서 한꺼번에 들리기 때문에 날 더 괴롭게 한다. 거기에 누군가의 술냄새라도 섞이면...... 멀미가 심한 나에겐 불행한 일이다.

지금은 집이라 ADEN의 노래들을 듣고 있다. 좋다. 이렇게 좋은데. 오늘은 전자상가에 가서 CDP를 손보고 이어폰도 사야겠다.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라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4
요즘은 마음에 비가 오고 있는 것 같다. 가슴에 창문처럼 구멍이 나 있고 빗물이 주룩주룩 떨어지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런 이미지가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 떠오르니 우습다.

저녁 내내 홍대 앞의 그곳에서 얼음 넣은 맥주를 마시고 싶어 혼났다.




2003/11/15 04:04 2003/11/15 04:04
(02.10.9)

학교 함성제 기간,
총학생회에서 파는 오백원짜리 사과를 하나 사면 꽃 화분을 끼워 주었다.
불티나게 팔린 것으로 기억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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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진 속의 사과를 사서, 사과는 나눠 먹고 화분은 엄마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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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같은 선배 얼굴~!! ^^;;



2003/01/07 07:39 2003/01/0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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