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해보면 시마를 만났던 그날이 운명의 갈림길이었던 것 같소.
자신의 앞길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나도 젊은 애들에게 자주 그렇게 설교하지만 인생이란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죠. 운명의 갈림길에는 늘 누군가 타인이 서 있소. 그리고 이쪽으로 오라고 팔을 잡아끌지.
그 타인이 제대로 된 사람이면 문제가 없는데,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소. 그 갈림길에 서 있는 인간은 신이 대충 성의 없게 정해주는 건지도 모르오. 선악이나 능력 같은 건 전혀 관계없지. 그런 별볼일 없는 인간에 의해 인생의 행로가 결정되고 마는 거요.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다고 할 만큼 고마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놈만 없었어도 내 인생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평생 후회하는 경우도 있지.
'키 퍼슨(key person)'이라고 하던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 중에 누가 그런 키 퍼슨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인생의 무서운 부분이라오.
그 시마라는 남자는 특별히 나와 친했던 것도 아니고, 긴 인생 속에서 보자면 잠깐 스쳐간 사람에 지나지 않아. 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겠지. 그러나 나는 그 사람 때문에 인생이 바뀌어버리고 말았소.
- "물론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던 사람은 있었지요."
"그런 말이 아니오." 하고 다쓰는 큰 소리로 회장을 나무랐다.
"미워서가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이려 한 적이 있느냐는 거요."
"그거야……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렇지. 당신이나 나나, 자신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항상 목숨을 걸 각오를 하고 지금까지 살아왔을 거요. 죽느냐 죽이느냐의 갈림길을 몇 번이고 지나왔을 거요. 그 와중에서 다행히도 사람을 죽이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아서였을까요?"
"그런 게 아니오."
다쓰는 뱃속 깊은 곳에서 짜내는 듯한 소리로 내뱉었다.
"그런 게 아니라고 했잖소. 아까도 말했듯이 인생에는 운이 좋고 나쁘고가 없단 말이오. 당신뿐 아니라 누구든 사람을 죽이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을 죽이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오."
실내에는 긴장된 고요가 가득했다. 아마 그 순간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있었을 것이다.
- 살인은 정말 어려운 일이오. 나 자신이 죽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워. 젊음이란 그런 어려움을 모르지.
여러분, 누구든지 오륙십 년 넘게 살아오다보면 한 번쯤은 살인에 대해 생각해보았을 거요. 한두 번은 반드시.
그런데 왜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 있었겠소?
운이 좋아서가 아니오. 당신들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그릇이 아니었기 때문이오.
때문에 나는, 세상 사람들 말처럼 야쿠자가 인간 쓰레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소. 직접적으로 손을 대지 않았으니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 말이나 태도로 타인을 죽이는 건 죄가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놈들이야말로 인간 쓰레기가 아니오?
<사고루 기담>中 '비 오는 밤의 자객' 일부, 아사다 지로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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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지로 씨의 기담들은 정말 재미난 거 같아요! 약간 으스스~~ 한 것들도 좋지만 애달픈 것도 참 많지요. 정말 얘기꾼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예 좀 슬픈 구석들이 있는데 그게 참 좋아요. 아사다 지로 만세. ^^
아사다 지로, 좋아요.
요사이 일본 소설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요.
토요일에 전시보러 갑니다.
기대하고 갈게요^^
서점 가도 일본소설들이 눈에 띄게 늘었더군요.
제 그림들에 기대는 하지 말아주셔요. ^^;
하지만 다른 작가들 작품들은 볼만하실 거예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