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해당되는 글 4건

  1. 이런저런 2006/09/25
  2. 검은 천 2006/04/21
  3. 2005/09/20
  4. 두근두근 2004/01/02
1.
주말엔 만화책 두 권과 그림모음집 한 권, 단편소설집 한 권을 봤다. 그리고 최근 주욱 생각하고 있는 '주눅'에 대해 자꾸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요즘 내내 주눅 들어있는 중이다. 선을 딱 그어 몇 살까지 라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예전엔 다른 이들의 이런저런 창작물을 보면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되고 또 '아 나는 이런 식으로 해봐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나는 이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란 생각이 들어버린다. 나는 이도 저도 하지못한 사람이 될까봐 두렵다.

2.
지난 주, 처녀들에게 유난히 껄떡거리는 어느 유부남에 대한 대화를 했다. 대화에 참여한 이들이 공통으로 궁금해한 것은 '그런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였다. (나는 평소에도 그런 유부남에게 '대단한 자신감'이란 별명을 붙이곤 한다.) 객관적인 눈으로도 총각이었대두 매력을 느끼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그는 무슨 자신감으로 여자들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것일까. 욕먹을만한 이야기지만, 사실 나도 이십대 초반에 막 화장법을 익히면서 내가 화장을 하면 본모습보다는 예뻐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리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아도 나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제법 있다는 사실때문에 우쭐거리기도 했다. 그래서 사귈 마음이 전혀 없는 남자에게도 확실한 'No' 싸인을 보내지 않고 그가 나를 정말 좋아하게 되는지 어정쩡한 태도로 지켜보기도 했던 것이다. 어느 순간 이런 건 참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들어 다시는 그러지 않았지만. 혹시 그 유부남도 자신이 유부남이란 사실을 개의치않을 정도로 좋아해주는 여자를 통해 우쭐거리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다. 그러니 그는 어쩌면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감을 찾고싶어 안달하는 사람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아는 다른 유부남은 실제로 그랬다. 평생 아내만 바라보며 살던 그는 어쩌다 처녀를 만나 사귀게 되었는데, 그 순간 '나도 이렇게 연애하며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그는 처녀를 차버리고 다른 처녀와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는 이제 어떻게 살까. 다른 처녀를 꼬시지 못하는 순간 자신의 매력이 사라졌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힐까봐 앞으로도 다른 처녀들을 만나며 살까.




2006/09/25 11:19 2006/09/25 11:19
나는 분노가 담긴 고성을 싫어한다.
누군가 나와 상관없는 일로 화를 내고 있어도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두근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고
정도가 심하면 패닉 상태까지 치닫곤 한다.

어제 아침
엄마가 동생과 관련된 일에 걱정했고
그걸 못마땅하게 받아들인 동생이 화를 내서
둘이 다투는 소리에 잠이 깬 나는
다툴 일도 아닌데 고성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
참을 수 없이 싫어 샤워하며 울었다.

하루종일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하는 듯 했다.
저녁에 엄마는 카레를 만들어 놓았다고
늘 그렇듯 명랑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고
나도 명랑하게 빨리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곤
카레를 먹으러 가지 않고 애인을 만나
맥주를 두 잔 마셨고. 애인의 손을 잡고서야
벼랑에서 떨어지는 걸 멈춘 기분이 되었다.





내가 고성에 병신처럼 민감한 원인이 된
유년기의 한 부분만큼이나 소스라치게 싫은 때는
이십 대의 어느 날들.
몇 년에 걸친 괴로웠던 그 때.
떠올리는 것조차 참을 수 없다고 말은 하지만
그 때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메일들을
차마 삭제하진 못하고 메일함에 담아두었다.
아직은 열어보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지금보다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지금과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초연할 수 있을 때 조용히 열어보리라
꼭꼭 봉해두었는데

좀전에 한참을 접속하지 않던 엠파스에 로긴했더니
오랫동안 로긴하지 않았기에
메일 계정이 휴면상태 되는 것을 넘어
갖고 있던 메일이 아예 삭제되었다는 안내 문구가 뜬다.

모두. 사라졌다.
어차피 득 될 것 없는 기억 이참에 잘 됐네-
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텐데
나는 그 때 내가 갖지 못한 행복할 권리에 이어
온전히 기억할 권리조차 빼앗긴 것만 같아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원하는 건 아픈 부분을 검은 천으로 가려놓고
모른 체 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사는 게 아닌데. 그리고

전쟁처럼 사는 동안
폭풍처럼 봄이 가고 있다.




2006/04/21 21:21 2006/04/21 21:21
사는 게 끔찍하게 지겹다.
역시-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얘기했던 건
나도 어쩔 수 없으면서 떠들어댄 것 뿐이었을까.

무료해서가 아니라 불안해서 지겹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날들이 지겹다.




2005/09/20 01:20 2005/09/20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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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일곱 살이 되었다. 이제 무슨 일에든 어리다는 핑계를 대기엔 어색하지 않을까. 좋은 핑계꺼리가 사라져 가다니 아쉬울 뿐이다.

올해도 모든 것은 불투명하다. 나에게 확실한 일이라곤 도무지 없다. 나는 불안해서 덜덜 떤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자꾸 설렌다. 가슴이 두근거려 환장하겠다. 올해 무슨 일이 일어날 지도 기다려진다. 언제나처럼 별 일이 다 일어나겠지만, 안 좋은 일이 닥쳐도 올해처럼 살아있을테니 뭐 그럼 됐다.

아아 잘 살아보자 내 스물 일곱 살아!!




2004/01/02 06:42 2004/01/02 0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