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닌 중학교는 사복을 입고, 고등학교는 교복을 입는 곳이었다. 사복을 입던 중학생 때야 그럴 수 밖에 없었을테지만, 다행히 고등학생 때에도 '명찰'은 교복에 떼었다 달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복장 검사를 할 땐 가슴에 명찰을 달았다가도 나머지 시간엔 떼어놓으면 그만이었다.
그 때도 그랬지만, 요즘도 교복 상의 앞가슴에 명찰을 아예 바느질로 박아놓은 학생들을 보고는 한다. 버스에 앉아 우르르 올라타는 학생들의 이름을 보고 있자면 내가 왜 저 아이들의 이름을 알아야 하는 건지, 저 아이들은 자기 이름을 저렇게 남에게 알려주고 싶어하는 건지 헷갈려온다.
명찰의 역할이란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이름을 알기 쉽게 해 주는 것 외엔 없는 것 같다. 학년 초에 서먹서먹한 학생들끼리 서로 이름을 익히기 쉬운 면도 있겠지만 설마 그런 이유로 명찰을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수업 시간에 명찰을 달고 앉아있으면 아무래도 떠들거나 조는 일에도 눈치가 보이겠지. 선생님들은 반에서 우수한 학생 몇몇의 이름만 아는 경우가 태반이니 존재감 없는 나머지 다른 학생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엔 명찰만큼 쉬운 방법이 또 있을까 싶다. 너의 이름을 알고 있으니 알아서 조신히 행동하라는 거다.
수업 분위기나 교내 지도를 위해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치자. 그렇다면 명찰은 학교 내에서만 달게 해도 되는 거다. 아예 옷에 박음질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학교 밖에서도 명찰을 달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 역시 '통제'를 위한 것일 뿐이다. 교복으로 일단 학교가 식별되고, 명찰로 이름을 알 수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명찰의 색깔로 학년까지 파악할 수 있다) 어느 학교 누구, 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드러나게 해 놓고 행동을 감시하려는 것 아닌가.
옷에 박아버린 명찰은 그래서 폭력적이다. 학생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이름이 무언지, 모르는 타인에게 드러내야 할 의무는 없다. 거리와 버스와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 내 이름은 ㅇㅇㅇ이라 알려줘야 할 이유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성인에게 "앞으로 전국민은 의무적으로 앞가슴에 명찰을 달고 다니라"고 한다면, 하루 빨리 이름을 알리고 싶은 연예인 지망생이 아니고서야 어지간한 사람들은 모두 반대할 것이다. 그런 것을 왜 학생들에겐 강요한단 말인가.
다른 걸 양보할 수 없다면 아예 박음질한 명찰만이라도 없애주면 좋겠다. 누구에게도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노출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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