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과 봄을 지나는 동안 태수 미용은 내가 담당했었다.
그동안 지인들에게 '해도 해도 너무한다', '네 털 아니라는 거지', '우리 ㅇㅇ는 태생은 미천해도 명품으로 키우려고 노력하는데 너희 개는...' 같은 말을 종종 들었지만; 꿋꿋하게 버틴 건
태수가 병원에서 미용을 하고 돌아오면 밥을 안 먹고 토하는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계속 버티고만 있을 순 없는 법. 완연히 여름 날씨가 되다 보니 조금만 걸어도 더워서 헥헥거리는 개태수를 외면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 어떻게든 털은 밀어 줘야 했다.
개 전용 이발기를 사다가 직접 밀어 보는 방법도 생각해 봤으나, 상처 안 낼 자신이 없고;
서툰 실력으로 오래 붙들고 있다간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을 것만 같아서... 그 방법은 포기.
그래서 그동안 가던 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 가 보기로 했다. 이전에 다니던 병원도 친절했지만... 애가 그 앞에만 가도 달달 떨어대니 워쩝니까. ㅡㅜ 선생님 미안해연.

가장 최근에 찍은 미용 전 사진. 산책하다 주저앉은 개태수.
털옷을 입고 있으니 월매나 더웠겠어;
그래서 밀었고

미용 후. 집에 오자마자 드러누운 태수.
어제 같은 땡볕 날씨에/ 오후 2시에 다녀온 바람에;
네가 고생이 많다;

그동안 털 밀었던 가운데 제일 빡빡 민 것 같다.
예전엔 속눈썹이랑 주둥이 주위 정도는 좀더 남겨 두었는데...
미용 전에 "살이 보이게 다 밀까요, 3mm 정도로 밀까요?" 라고 묻기에
3mm로 해 달랬는데 이렇게 짧을 줄이야.
그럼 살이 보이게 다 미는 건 정말 완전히 빡빡? 면도하듯이?;;

기운을 차리고 어느새 근엄함을 되찾은 개.

하지만 귀를 뒤집어 놓으면 금세 우스워지는 개.

자꾸 사진 찍는 게 못마땅한 개.
일단 이번에 미용하고 와선 아직 구토도 없고 밥도 잘 먹고 있다.
이참에 광견병과 종합백신주사를 맞아선지 기운은 없다. 그거야 괜찮아지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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